'액션 쾌감' 살린 카잔의 '스킬 시스템'
소울라이크와 핵앤슬래시 사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

넥슨이 규정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의 장르는 하드코어 액션 RPG다.

액션 RPG는 그 안에서도 장르를 세분화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잔 개발진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보스를 한 마리씩 잡아 나가면서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다.

초반부 힘줄이 끊기고 기억을 잃은 카잔의 전투는 소울라이크에 가깝다. 특히 조금만 움직여도 부족한 기력에 회피 한 번도 신중히 아껴 써야 한다. 그렇게 보스를 하나씩 처치하면 기능이 하나씩 해금되고 카잔은 성장한다.

게임에서 카잔이 강해질 수 있는 성장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먼저 맵만 돌아다녀도 아이템을 충분히 파밍할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귀석이나 귀한 아이템이 가득한 보물 상자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귀석은 귀석의 힘을 해방해 기본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할 때 쓰인다.

또한 보스를 하나씩 진행할 때마다 장비, 라크리마, 골드, 스킬 포인트, 복수심 포인트 등 다양한 보상이 쏟아진다. 보스를 처치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도전만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 또한 여러 가지다.

온갖 화려한 장비를 갖추고 다양한 스킬을 구사하는 후반부의 카잔은 핵앤슬래시에 가깝다. 본인은 도부쌍수를 메인으로 활용했는데, 빠른 공격 사이에 끼워 넣을 수 있는 ‘휘몰아치는 칼날’이나 ‘용오름 베기’ 스킬은 취향에 따라 어느 쪽을 선택해도 화려해 보는 맛이 느껴졌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카잔을 ‘광전사’로 만들어주는 다양한 스킬들이 해금되고, 그중에서도 투지 스킬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위력과 화려함이 배가 된다. 게임의 초반, 기력과 기본 공격 콤보만 사용하면서 즐기고 있던 ‘소울라이크’ 게임이 ‘핵앤슬래시’로 점점 변하게 된다. 이후 위력과 화려함 모두 정점에 있는 ‘투귀화’ 스킬을 해금하게 되면 진정한 핵앤슬래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소울라이크 장르의 핵심은 적당한 불합리함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성취감 사이의 줄타기다. 길을 찾는 과정이나 일반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 불합리함을 느끼거나 보스 몬스터가 엇박자 패턴으로 공격해도 “소울라이크니까”하고 넘길 수 있는 것이 소울라이크 게임을 플레이할 때의 자세다.

카잔의 보스 패턴은 마치 리듬 게임을 플레이하듯 정박자에 가깝고, 길 찾기 과정에서도 절벽에서 원숭이나 박쥐를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두려울 것이 없다. 소울라이크의 맛은 첨가했지만, 방향성 자체는 ‘액션’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보스의 패턴은 까다로워진다. 파훼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기믹도 등장한다. 하지만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다 보면 보스의 기력 소모가 빨라지고 브루탈 어택 횟수도 많아져 실질적인 보스의 난이도 상승 체감은 크지 않다. 심지어 후반에는 투귀화 스킬로 죽을 위기를 넘길 수도 있다.

일부 유저는 오히려 과한 친절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갈수록 난이도가 하락하는 요소는 투귀화 말고도 다양하게 있다.

스킬 개수는 한정적이어서 컨트롤적으로 어려움이 늘어나진 않는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스킬의 대미지나 편의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피격당해도 무시하고 빠르게 공격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스킬이나 적의 공격을 무효화할 수 있는 스킬들이 늘어난다. 심지어 회피 무적 시간이나 리플렉션(반격), 카운터 어택 무효화 시간 등을 전부 늘릴 수 있다.

카잔 캐릭터의 조작 난이도만 놓고 보면 레벨이 오를수록 빠르게 하락한다. 혹시나 초반부를 플레이하면서 “지금도 이렇게 어려운데 나중에는 얼마나 어려울까”라고 상상하며 겁을 먹고 있다면 안심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엔딩을 보고 다회차 플레이로 넘어가면 자신의 캐릭터와 자산은 그대로 가져가게 된다. 캐릭터 숙련도와 익숙한 보스 패턴은 덤이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핵앤슬래시의 시작이다.

개발진이 측정한 1회차 플레이 타임은 약 80시간이다. 카잔의 세계관에 젖어 스토리를 따라가는 중에도 비슷한 전투 양상이 지속된다면 충분히 지루할 만한 분량이다. 다만, 보스를 하나씩 잡을 때마다 소울라이크에서 핵앤슬래시로 장르가 변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소울라이크와 핵앤슬래시의 사이에서 '쾌감'을 극대화한 게임이다. 자신이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지점에서 한동안 머물러 보는 것이 '카잔'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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