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쉬운 '쉬움' 옵션, 보스전 경험치 보존, 실패 보너스 경험치까지
하드코어 액션 게임을 하기 가장 망설여지는 이유는 내 손가락이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 출시가 임박했다. 3월 28일 PC 스팀과 PS5, 엑스박스 시리즈 X/S에 글로벌 동시 출시다. 디지털 디렉스 에디션을 구매하면 25일부터 먼저 즐길 수 있다. 체험판 공개 이후 예약 구매 순위도 급상승하는 등 해외 관심도 크다.
최초 공개부터 하드코어 액션 RPG를 표방했다. '소울라이크'로 대표되는 이 장르는 액션 초심자들이 선뜻 손을 대기 쉽지 않다. 방송을 통해 보스 하나에 수십 번 죽어가며 재도전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실제 플레이에서도 초반부터 좌절하고 게임을 종료한 사례도 존재한다.
'카잔' 역시 체험판 초반부터 까다로운 보스전을 공개했다. 어떤 기준으로도 어려운 게임에 속한다. 하지만 액션 입문자에게 추천하기 적절한 게임이기도 하다. 양립할 수 없는 조건 같지만,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카잔'은 소울라이크에서 많은 문법을 계승했지만 정통 소울라이크와는 조금 다르다. 스킬 조합과 부위별 장비의 세트 효과가 전투 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인왕'과 같은 파밍 구조도 일부 가지고 있고, 체험판부터 보여준 바 있다.
난이도 선택 중 '쉬움'도 따로 준비했다. 다른 하드코어 액션에서 보기 힘든 선택지다. 다시 보통 난도로 되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차 플레이 시스템을 발표했으니 2회차에서 더 어렵게 진행해보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체험판에서 시험 삼아 쉬움으로 진행했을 때 느낌은 '정말 쉽다'였다. 필드는 순수 스타일리시 액션 경험으로 시원하게 전투할 수 있고, 보스전 역시 기본 규칙만 지키면 사망할 일 없이 클리어가 가능했다. 싱글 액션을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도 장비와 경험치를 파밍해가며 도전하면 좌절하지 않고 금세 공략에 성공할 수준이다.
물론 유저 숙련도에 따라 쉬움 모드 보스전도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또다른 구제책이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지원된다. 보스 공략에 실패해도 쌓이는 라크리마(경험치)와 스킬 포인트다.
과거 소울라이크는 보스전에서 사망하면 전장 내부에 소울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스 클리어 전에 회수할 수 없었다. 반면 '카잔'은 보스와 재전투하기 전 앞에 라크리마를 주므로 다시 가져와 레벨 업이 가능하다. 최근 'P의 거짓' 역시 이런 방식을 사용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 보스전에서 죽었을 때 라크리마 보상을 추가로 얻는다. 획득량은 깎은 보스 체력에 비례한다. 한 대를 남기고 사망해도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숙련도가 매우 낮은 유저라도 클리어할 때까지 계속 추가 경험치를 받으니 결국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스킬 포인트까지 계속 준다. 체험판에서 가장 놀란 부분이다. 스킬 포인트를 전부 써도 하나씩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아무 부담 없이 좋아 보이는 스킬을 찍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누구나 계속 도전하면 스펙의 힘으로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동기부여를 한 것이다.
'카잔'이 구축한 초보자 친화 시스템은 최근 하드코어 액션 트렌드와 맞물린다. 마니아 유저층의 도전 욕구는 그대로 살리되, 파밍 선택지와 조력 시스템을 대거 추가해 누구나 쉽게 클리어할 통로를 따로 마련한다. '엘든 링'이 이런 기획을 완성하면서 장르 바깥 유저를 대거 유입해 대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네오플 이준호 디렉터는 최근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게임은 지치게 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며, 너무 쉬우면 성취감이 부족하고 너무 어려우면 도전이 아닌 처벌이 된다"며 균형을 강조했다.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도전 과정이 재미있는 게임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 가장 많은 유저가 '카잔'에 기대하고 있는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