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부터 파이널 MVP까지, T1 '구마유시'의 다사다난 1년

T1이 사상 최초로 월즈 3연패를 달성했다. 그 중심에 T1의 원딜 '구마유시' 이민형이 있었다.

결승전 마지막 세트에서 미스 포츈의 궁극기로 한타를 지배한 그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2025 월즈 '파이널 MVP'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3년 연속 세계의 정점을 찍은 ‘T1’의 피니셔로 완벽히 부활한 ‘구마유시’ 이민형의 이름 앞에는 세계 최고의 원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그가 올해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T1은 월즈 2연패를 달성하며 황금기를 이어갔지만, 구마유시는 다년 계약 대신 1년 재계약을 택했다. 이유는 스스로의 증명이었다. 그 1년이 이렇게 극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증명의 1년, 그러나 시작은 혹독했다. 2025년 첫 대회 LCK컵에서 구마유시는 초반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구마유시가 카이사, 제리로 대표되는 하이퍼캐리 원딜의 숙련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새롭게 도입된 피어리스 드래프트 시스템 속에서 챔피언 폭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결국 그는 2군의 원딜이던 ‘스매시’ 신금재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게 됐고, 남은 LCK컵 일정은 스매시가 전부 소화했다. 구마유시는 묵묵히 연습에 매진했고, 다시 올라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정규 시즌 초반, T1은 스매시와 구마유시를 번갈아 기용하며 주전 경쟁 체제를 유지했다. 그 와중에 T1 CEO의 선수 기용 문제, 악의적인 비방에 대한 미적지근한 구단 대응 등 현실적으로 연습에만 매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마유시는 집중력을 유지했다. 결국 구마유시는 폼을 되찾았고, 다시 T1의 주전 원딜로 우뚝 섰다.

월즈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T1은 우여곡절 끝에 LCK 4시드로 월즈 진출권을 따냈고, LPL 4시드 ‘IG’와의 플레이인에서 승리하며 간신히 스위스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이후 T1은 스위스 스테이지를 3승 2패로 마무리하며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불안한 출발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T1은 점점 더 강해졌고, 구마유시는 그 중심에서 완벽에 가까운 폼을 완성시켰다.

가장 큰 전환점은 8강 AL전이었다. 세트 스코어 1대2로 뒤진 벼랑 끝의 상황, 구마유시는 과감하게 카이사를 선택했다. 시즌 초 비판의 중심이 되었던 챔피언 폭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선택이었다. 그는 한타마다 자신감 있는 딜링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2025 월즈 최고의 팀 중 하나로 평가받던 AL을 무너뜨렸다. 완벽한 결과였다.

4강 TES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매 순간 집중력을 잃지 않은 그는 팀의 중심에서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모든 의심을 실력으로 지워냈다. 그리고 마지막, 결승 상대는 이번 월즈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KT 롤스터였다.

결승은 예상대로 치열했다. 2대2까지 팽팽하게 맞선 마지막 5세트, 구마유시는 미스 포츈을 선택했다. 그는 한타마다 궁극기를 완벽히 적중시키며 KT의 진영을 붕괴시켰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결국 T1은 3대2로 승리, 전무후무한 3년 연속 월즈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2025 월즈 파이널 MVP로 호명된 이름은 바로 ‘구마유시’였다. 이는 2017년 ‘룰러’ 박재혁 이후 8년 만에 원딜러가 수상한 파이널 MVP였다. 환호의 중심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구마유시는 마이크를 잡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올해는 저에게 힘든 해였다. 항상 증명의 아이콘으로 매해 증명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제 자신에게 증명하는 한 해였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이어 말했다.

“지금은 증명해 냈고, 제가 세계 최고의 원딜이라고 생각한다.”

부진으로 시작해 교체의 아픔을 겪고, 세계 정상으로 돌아온 그의 1년은 그 어떤 우승보다 값졌다. 구마유시가 선택했던 증명은 결국 스스로를 넘어서는 도전이었고, 그 끝에는 ‘세계 최고의 원딜’이라는 타이틀이 기다리고 있었다.

‘구마유시’ 이민형은 2025년에 또다시 자신을 증명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세계 최고의 원딜이라고 직접 외친다. 가장 증명하기 어려운 해였기에, 그 증명이 역대 어느 순간보다 빛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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