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무한정 길어져도, 확신하고 믿으며 등을 밀어준 과정
다양한 장르, 글로벌 모든 시장에서 열매를 맺다
개발이 순탄했다고 절대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내와 기다림은 결국 꽃을 피웠다.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데브캣이 개발한 '마비노기 모바일'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년 전 '마비노기'의 낭만을 현 시대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고, 트렌드에 맞는 편의성과 게임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이후 3년 만에 게임대상을 되찾아오는 한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최우수상 수상으로 인해 본상 중 최고 등급 2종 수상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이뤘다. 개발이 길어지고 트렌드에 벗어나는 듯해도, 스튜디오를 믿고 묵묵하게 지원한 결과 맺은 열매다.
마비노기 모바일 첫 공개는 2017년이었다. 그해 지스타에 바로 시연 버전을 선보이면서 2~3년 내에 출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매년 큰 변화 없이 출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개발 기간 8년은 손에 꼽힐 만큼 긴 기간이다.
게임 개발 특성상, 한없이 늘어지는 기간에 비례해 비용은 한없이 치솟는다. 넥슨이 데브캣에 투입한 자금은 올해 1월 1천억 원을 넘겼다. 이에 더해 인게임 영상은 큰 인상을 주지 못했고,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애완종양'과 같은 멸칭까지 붙여가며 조롱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투자와 퍼블리싱을 맡은 측은 보통 빠른 출시를 강요하곤 한다. 개발이 길어진다고 반드시 게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막대한 비용 지출을 회수할 생각에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넥슨은 재촉하지 않았다. 묵묵하게 지원을 계속했고, 결국 완성이 다가오자 확신을 가지고 광고와 마케팅을 전폭 실시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을 둘러싼 부정적 전망은 출시 후 완전히 불식됐다. 게임을 계속할수록 협력 및 생활 플레이와 낭만적 감성, 저렴한 과금은 대중적인 접속 돌풍을 일으켰다. 인내는 달콤하게 돌아왔다. 국내 모바일 MMORPG 접속자 부동의 1위, 누적 매출 3천억 원 돌파. 기나긴 투자가 아깝지 않은 쾌거였다.
넥슨은 2022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수상 뒤에도 매년 강력한 대상 후보를 내놓으면서 시상식마다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유저 평가에 비해 상복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3년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표적이다. 한국 게임으로 메타크리틱 90점을 넘기는 초유의 극찬을 얻었고, 2025년 기준 판매량 600만장을 넘기는 대흥행을 이뤄냈다. 그러나 같은 해 강력한 경쟁작인 'P의 거짓'이 대상 및 기술상 대부분을 쓸어가면서 평가에 걸맞는 왕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넥슨은 '새로운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 트렌드에 맞춘 장르 도전은 물론, 독특한 게임성 개발도 지원하면서 개발팀의 자율을 존중했다. 실패나 개발 지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지원이 보답받지 못하는 사건도 몇 있었지만,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게임을 통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25년은 마비노기 모바일의 해인 동시에, 다시 넥슨의 해이기도 하다. 스웨덴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는 현재 전 세계에 흥행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열흘 만에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고, 플랫폼 통합 동시접속자 70만 명을 넘어서며 글로벌 최대 화제작이 됐다.
패트릭 쇠더룬드 엠바크 스튜디오 CEO는 최근 영어권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넥슨에게서 한 번도 출시와 실적 독촉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협업 비화를 공개했다. 전작 '더 파이널스'가 초기 문제를 겪을 때도 "모두 예상한 일이니 천천히 제대로 고치면 된다고 격려를 받았다"며 넥슨과의 만남이 '축복'과 같았다는 표현을 남겼다.
3~4년 전, 유저 커뮤니티 사이에서 넥슨은 "그나마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임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넥슨은 "진짜 성공으로 보여주는 게임사"가 됐다. 철옹성 같았던 북미와 유럽 시장도 흥행 훈풍이 들어선다. 실패해도, 비웃어도 멈추지 않고 가능성을 바라본 넥슨의 끈기가 마침내 미래에 닿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