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 내 다시 없을 퀄리티와 커스텀
조이 사이 '관계망'이 게임의 꽃... 자유로운 설계와 쌓여가는 기록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의 새로운 장막을 들춰본 느낌이다.
크래프톤 신작 '인조이'가 3월 28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심즈'로 통일되어 있던 장르 구도에 마침내 변화를 가져올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압도적 그래픽, 자유도 높은 하이퀄리티 커스터마이징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 인조이를 먼저 할 기회를 얻었다. 기자는 인생 시뮬에 빠삭하다고 하기엔 진짜 팬들에 비해 경력이 떨어지고, 초심자라고 할 수도 없는 어중간한 위치다. '심즈3' 시절 300시간 가량 즐겼고 '심즈4' 역시 비슷한 플레이 타임이다. 다만 인조이에 바라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다양한 관계 발생과 유연한 상호작용이다.
장르 특성상, 게임의 모든 것을 글 하나에 평가하려면 너무 길다. 그래서 이 장르의 뼈대인 '심즈' 시리즈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른지 본편 기준으로 찾았다. 기본 틀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세계의 하루가 바뀔수록 인조이만의 정체성은 강하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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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적화, '이 장르'만큼 좋지 않다
최적화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의 최대 난관이자 숙명이다. 과거 '심즈3'는 오픈월드 세계를 선보이는 대신, 운영 후반까지도 사양 관계 없이 엄청난 렉과 프레임 문제에 시달렸다. '심즈4'는 지역 분할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지만 반대급부로 무수한 로딩을 감내해야 했다.
인조이 역시 최적화는 숙명적으로 좋지 않다. 하지만 알려진 사양에 비해서는 옵션 타협으로 생각보다 즐길 만했다. 중간 옵션 사양도 그렇고, 최소사양급 구형 그래픽카드 환경도 실험 기능만 사용하지 않으면 나쁘지 않은 비주얼이 나온다.
단 시뮬레이션 장르답게 CPU 점유율이 상당히 높게 잡히는데, 얼리액세스 기간에 추가 개선을 기대한다. 기본적으로 혼자 천천히 즐기고 설계해나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여기서 어느 정도만 안정화에 성공하면 합격선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 '커스터마이징'과 '사회적 관계', 인조이의 압도적 장점
날씨와 계절 변화는 보고만 있어도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심즈4에서는 확장팩 하나를 통째로 추가 구매해야 이런 변화를 겪고 계절별 파티를 열 수 있었다. 그밖에도 직업 생활 등 확장팩이 필요했던 기능이 이미 포함되어 있어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장르 내에서는 물론이고, 전체 게임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인체 세부 부위는 물론 조이가 찬 시계에 출력되는 화면과 네일 무늬 및 색상까지 핀 포인트 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의상 커스텀은 과거 빌드부터 더할 나위 없었는데, 더욱 발전된 형태로 정착됐다.
인조이만의 핵심 매력을 하나만 꼽으라면 '관계'다. 조이 생성부터 기질과 삶의 목표를 정할 수 있는데, 이것은 수많은 조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상상 이상으로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조이마다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로 대화를 건넬 수 있고, 상대 조이의 기질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반응으로 돌아온다. 케미가 잘 맞는다 싶은 조이와 의도적으로 자주 만나면 눈부신 속도로 호감도가 차오른다. 반대로 잘 맞지 않는 상대는 관계 진전이 어렵고, 시비를 한 번 걸어보면 재미있는 다툼이 연속해서 벌어진다. 그것 또한 재미다.
■ 관계망 설계는 유연하고, 상대와의 기록은 섬세하게 남는다
또 흥미로운 점은 유연한 관계 선택 시스템이다. 일정 수준을 만족하면 관계 등급을 진전시킬지, 여기서 멈출지를 유저가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친구, 연애, 사업 중 특정 관계만 집중적으로 올려 마음대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들의 사회적 관계, 가족 사이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정성이 유독 돋보인다. 수많은 다른 조이와의 관계성을 내가 바라는 방향대로 세팅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관계를 쌓아올린 과정이 간편하게 정리된다는 점이 매우 큰 강점이다.
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쌓아왔는지, 그 과정에서 상대의 감정은 어땠는지를 일기와 같은 기록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로 떨어진 거리에서도 온라인이나 편지로 관계망을 개선하거나 더 모질게 구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시대의 인생 시뮬레이션이 이런 감성이어야 한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게임이다.
■ "전통적 결혼 사기 수법, 가능합니다"
심즈 시리즈에 비해 기본 욕구 해결에 들이는 시간, 해결에 사용하는 자율 행동이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여유 시간이 더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케미가 잘 맞는 조이를 집중 공략하면 하루 안에 연애, 결혼, 아이 가지기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돈 많아 보이는 이성을 빠르게 유혹해 결혼한 뒤 돈과 집을 합쳐 가져오고, 죽게 내버려둔 다음 차기 물주를 찾는 심즈 전통의 '정정당당'한 돈 불리기 수법은 인조이에서도 통한다. 그밖에 인성을 버리지 않고 돈을 벌 수단은 많아서 너무 절약하며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 멀티 태스킹, 부디, 빨리
장점 위주로 적었지만, 이제 얼리액세스를 앞둔 만큼 보완할 점도 많다. 멀티 태스킹 기능은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 기존 심즈 유저에게는 역체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적어도 무언가를 먹고 마시면서 대화가 가능한 정도는 되어야 큰 소셜 이벤트에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다수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조이들과 친해지면 그들이 종종 선물을 택배로 보내오는 것은 낭만적이고 좋은 기능이다. 단 한 번에 몰아서 주는 경우가 잦아서, 직장에 한 번 다녀오니 상자 너덧 개가 쌓여 있는 경험도 생긴다. 이럴 때 하나씩 모두 개봉하는 것도 일종노동이 된다. 어느 정도 나눠서 보내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면 어떨까 싶다.
직업도 아직 정비가 덜 됐다. 김형준 디렉터가 "아직 가장 자신 없는 것이 직업"이라고 한 이유가 있다. 종류도 적은 편이고, 직장 생활에서 미션은 주어지지만 특별한 돌발 이벤트나 서사가 아직은 없다. 직장과 학교 생활이 세부적으로 보완된다면 더 풍부한 인조이가 완성될 것이다.
단점을 짧게 마무리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지금 기준으로도 심즈4 출시 당시의 본편 볼륨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여기에 얼리액세스 이후 1년 동안의 무료 업데이트 로드맵도 이미 나와 있으니, 앞으로 채워질 인조이 세계에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조이는 3월 28일 얼리액세스로 스팀에 찾아온다. 20일부터 닷새 동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오픈해 누구나 조이 커스터마이징과 건축 모드를 맛볼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닷새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인생 시뮬레이션에게 필요한 기본 뼈대를 완벽하게 달성했다. '인조이'의 미래가 밝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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