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1년 만에 도둑 콘텐츠 추가... 무료 업데이트도 이례적
인조이 게임스컴 참여 시점 소통과 개발 바빠져... 선의의 경쟁 기대

EA의 '심즈4'가 출시 초기부터 건의가 쏟아지던 도둑 시스템을 11년 만에 추가했다. 크래프톤 신작 '인조이'가 얼리액세스를 앞둔 시점이라 타이밍이 절묘하다.

심즈4는 지난 26일 게임 내 무료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도둑 시스템과 관련 콘텐츠를 추가했다. 경보기를 설치하거나 직접 심을 잠에서 깨게 해 상대할 수 있고, 특수 직종을 가지고 있다면 각자의 방법으로 도둑을 퇴치하기도 한다. 이어서 최근 7일에 '취미와 사업' 확장팩도 함께 발매했다.

도둑은 심즈 시리즈 첫 타이틀부터 심즈3까지 본편에 존재해온 유서 깊은 캐릭터지만, 심즈4에서는 긴 기다림이 지나고 출시 11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됐다. 또 중요한 점은 무료 업데이트라는 것. 유료 확장팩을 구매하지 않아도 본편에 대형 시스템을 추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게임스컴 2024에서 부스 대기줄을 꽉 채운 '인조이'
게임스컴 2024에서 부스 대기줄을 꽉 채운 '인조이'

심즈4는 2014년 출시 이후 전 세계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를 사실상 독점해왔다. 다만 본편 소유만으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는 많지 않고, 콘텐츠 대부분을 확장팩으로 나눠 팔아 구매 부담이 심하다는 불만을 꾸준히 팬들에게 받아왔다. 본편이 무료로 전환된 뒤에도 평가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통과 업데이트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확장팩 '삶과 죽음'은 상속과 유령 시스템이 정비되고 환생 요소도 재미를 일으키면서 모처럼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 패치 역시 문신과 멘토링 추가 등 디테일을 더욱 추가해 출시 후 처음 보는 수준의 무료 업데이트라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크래프톤 '인조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설득력을 얻는다. 인조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주목받는 인생 시뮬레이션 경쟁작이다. 언리얼 엔진5 기반으로 훌륭한 실사 그래픽을 구현했고, AI 기반 캐릭터 제작으로 더욱 큰 확장성을 꾀한다.

지난해 8월 게임스컴에서 크래프톤 인조이 부스는 시연을 위해 최대 대기 5시간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면서 서구권 게이머들의 열광 대상이 됐다. 이 시기는 심즈4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심즈4와 인조이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인생 시뮬레이션 팬들은 희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심즈4가 무료 업데이트 없이 고가의 DLC만 연속 추가하며 '배짱 장사'가 심했다는 불만이 있었고, 장르 역사상 처음 보이는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의 라이벌 구도 역시 기대가 크다.

인조이 측은 심즈 시리즈에 대해 철저하게 우호적 태도로 존중을 보이고 있다. 김형준 디렉터는 디스코드 편지를 통해 "심즈 팀은 끝없는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며, 오랫동안 게임을 만든 사람으로서 깊은 존경과 감탄을 보낸다"면서 인생 시뮬레이션 기틀을 닦은 성과에 박수를 보냈다.

영어권 매체를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도 심즈가 장기간 쌓아온 유산에 대해 존경심을 가진다는 발언을 남겼다. 후발 주자이자 심즈에서 영감을 얻은 게임인 만큼, 대립보다는 후계의 개념으로 다가가는 분위기다.

인조이가 인생 시뮬레이션 점유율을 얼마나 차지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강력한 신작과의 경쟁 구도로 인해 정체된 장르 발전이 다시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진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까. 10년여 만에 연료 공급을 받는 인생 시뮬레이션 엔진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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