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리스트 구성부터 편곡, 영상 연출까지
'승리의 여신: 니케'가 음악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방법

지휘관들의 이야기를 연주하는 자리였다.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가 1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오케스트라 콘서트 'MELODIES OF VICTORY'를 개최했다. 지난 1월 일본 요코하마에 이어 열리는 공연으로, 서사와 음악으로 유명한 '니케'의 핵심 OST를 방대한 연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4천 석 가량의 좌석은 11월 예매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진됐고, 그동안 감동을 느낀 니케 음악을 다시 돌아보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또 명곡이 온갖 장르에 퍼진 만큼 어떤 식의 편곡이 이뤄질지가 큰 관심사였다.

15일, 콘서트만을 위해 준비된 한정 굿즈를 얻기 위한 열기는 뜨거웠다. 판매를 시작하는 오후 1시부터 일찌감치 찾아온 팬들의 줄이 늘어섰고, 오후 4시가 넘어서자 공연 시작 시간을 고려한 정리가 들어갈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평화의전당 1층 로비는 팬들을 위해 준비한 공간도 마련됐다. 중앙에 콘서트 키 비주얼 배경과 작은 무대를 설치해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양 옆으로 아마추어 팬아트를 선정해 전시를 배치했다. 

오후 내내 굿즈 구매 줄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후 내내 굿즈 구매 줄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 '갓데스 폴'에서 시작해 '마리안'으로 이어진 도입부

이번 오케스트라는 시프트업 '코스모그래프' 주종현 사운드 디렉터의 원곡, 편곡과 지휘를 모투 맡은 타카키 히로시 음악감동의 역량이 합쳐져 완성됐다. 그 시너지가 정점에 달한 분야는 '서사'였다.

시작을 연 첫 연주는 'The Goddess Fall'이었다. 모든 유저가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듣는 로딩 음악이다. 세계관 속 니케들의 한이 서린 '갓데스 폴' 사건을 상징하기도 해 의미는 더욱 컸다. 이어 오프닝 테마곡 'WE RISE'가 들리면서 이 무대 세계에 진입하는 기분을 가속시켰다. 추락과 오름의 결합이다.

뒤를 이은 것은 유저들이 게임 속에서 처음 만난 니케 마리안의 서사였다. 게임 시작부터 큰 충격과 애절함을 안겼던 음악 'Marian', 그녀의 감정을 한 곡에 응축한 'GoodBye For Now'가 흘러나왔다. 당시 애니메이션 신을 음악 타이밍 그대로 구현한 것도 몰입을 더했다.

2023년 여름 이벤트 테마 중 하나인 'SO PLAYFUL'은 기대 이상의 발견이었다. 연주 도중 지휘자의 유도에 따라 박수를 치며 함께 즐기는 경험은 오케스트라에서 참신하다. 그리고 홍련 과거를 담은 이벤트의 테마 'Camellia'가 시작되면서 니케 감성 서사의 운을 띄웠다.

■ 'THE RED HOOD', 가장 놀라운 편곡의 변신

시프트업 유형석 '니케' 디렉터와 주종현 사운드 디렉터는 무대에서 중간과 마지막에 인사를 전했다. 유형석 디렉터는 최애 이벤트를 묻는 질문에 "콘서트 곡을 들으면서 'RED ASH'가 됐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고 극찬을 남기며 다음 차례를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왜 'RED ASH' 곡 편성이 'OVER ZONE'보다 빨랐는가. 그 질문은 하루 전 인터뷰에서 주종현 디렉터에게 던졌고,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 스토리 속 타임라인을 기준으로 배열해서, 색다른 유저 경험을 느끼게 해보겠다"는 의도였다. 실제 연주로 듣자 더욱 심장에 와닿는 경험이었다.  

RED ASH 가운데 유명한 3곡이 연주됐고, 그중 하이라이트는 'THE RED HOOD'였다. 거친 록 음악을 하나하나 뜯어 정교하게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바꿔냈고, 구성은 무대 전체를 완벽하게 채웠다. 전체 공연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변화를 가진 곡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평화의전당 1층에 전시된 팬아트 존
평화의전당 1층에 전시된 팬아트 존

■ 도로시, 스노우 화이트, 파이오니아, 라스트 킹덤의 절묘한 연결

개인적으로 음악 공연에서 잦은 영상 상영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White AND White' 코너는 예외였다.

레드 후드의 서사가 연주된 뒤, OVER ZONE 시점에서 스노우 화이트와 도로시의 미공개 대화를 풀어내며 도로시 감정 속으로 몰입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인상적인 막간극이다. 도로시의 대사 "저는 단 하나도 버리지 못했어요"는 특히 뇌리에 남는다.

이어 니케 OST 다수를 부른 보컬 'Pernelle'가 무대에 올라 대표곡 중 하나인 'Goddess of Victory'를 연주와 함께 열창했다. OVER ZONE의 웅장함과 처절함을 뿜어내는 편곡과 합창이 어우러졌고, 루프 구성이었던 원곡의 끝마무리를 역동적인 고음 표현으로 장식했다.

공연에서 핵심 곡들을 열창한 보컬 'Pernelle'
공연에서 핵심 곡들을 열창한 보컬 'Pernelle'

시간상 간극이 큰 'LAST KINGDOM'으로 넘어가는 장치도 섬세했다. 'The Pilgrim' 어쿠스틱 버전은 OVER ZONE 미니게임 '화이트 메모리'에서 주로 사용됐고, 사실상 스노우 화이트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것을 현 시점 스노우 화이트 소속의 테마곡 'The Pioneers'로 연결해 자연스럽게 웅장한 크라운 왕국 세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The Clarion Call'은 '니케'의 모든 팬들이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곡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In Neverland'에 이어 마지막 연주를 장식했다. 큰 편곡 없어도 오케스트라 그 자체인 음악이었고, 보컬 Pernelle가 역동적인 손짓 표현을 섞어 열창하며 모든 관객의 감동을 엮었다.

■ 한 편의 이야기 울려퍼진 공간... 다른 서사도 곧 들을 수 있길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서 유형석 디렉터는 "어릴 적 게임을 즐기면서 두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첫 소원인 재미있는 게임 만들기는 니케에서 어느 정도 이뤘고 두번째 소원을 여러분 덕에 이 자리에서 콘서트를 열면서 이뤘다"며 "이제 다시 게임 개발 자리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주종현 사운드 디렉터는 "수많은 추억들이 지금까지 저를 만들어줬고, 저에게 에너지를 주면서 제작에 참여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지휘관 여러분의 추억 한켠에 자리잡을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번 오케스트라는 유저가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한 첫 순간부터, 연주 준비가 가능한 1.5주년까지 가장 뇌리에 남은 기억을 1시간 40분 동안 풀었다. 그리고 그 사이 간극이 벌어질 수 있는 부분을 절묘한 장치로 연결했다. 추억과 서사를 계속 강조해온 이유가 있었다. 

아쉬움도 있다. 연주 시간은 짧게 느껴졌다. 또 다른 서사를 엮어 이번에 싣지 못한 곡들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계속 생기길 바란다. 오케스트라 외에 밴드나 디제잉 공연도 듣고 싶어진다. 이것은 모두, '니케'에 매력적인 곡이 워낙 많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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