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자신 버리고 GTA 세상 속 캐릭터 연기... 무수한 상황극 자아내
해외 방송에서 검증된 콘텐츠, 제약 풀리면서 국내 본격 활성화

"현실 이야기 하지 마세요. 아는 사람 만나도 처음 본 것처럼 대하세요."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통해 'RP'의 세계가 흘러들어오고 있다. 그 선봉에 선 게임은 'GTA5' 인생 모드다. GTA5 모드가 활성화된 이후 해외 방송 플랫폼을 통해 대체 콘텐츠가 되었으며, 이제 국내도 플레이가 정착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인생 모드는 게임 세션에 들어온 유저들이 각자 경찰과 상인, 갱단 등 세계관에 맞는 역할을 맡아 현실 사회처럼 생활하며 즐기는 서버다. 모드 특징상 유저마다 RP 수행이 필수적이다. RP는 롤 플레잉, 즉 '역할극'을 뜻한다. 

제대로 운영되는 인생 모드의 경우 매우 장기간 캐릭터 연기가 이어지기도 하며, 역할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할 경우 운영자에게 제재를 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택시 운전사로 선량한 소시민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총을 들고 시비를 걸며 다닌다면 곧장 서버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트위치 등 서구권 스트리밍에서 GTA 방송이 항상 뷰어십 상위권인 비결이다. 다양한 모드 플레이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인생 모드는 최고 인기 중 하나다. 방송인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인생 모드를 만들고 참여하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다.

초대형 GTA 인생 모드 RP의 물꼬를 튼 SOOP '요양타운'
초대형 GTA 인생 모드 RP의 물꼬를 튼 SOOP '요양타운'

국내의 경우 대형 스트리머 서버는 오랜 기간 없었으며, 유저들 역시 주류로 활성화된 편은 아니었다. 사설 서버로 열어야 해 승인 여지가 있었고, 국내 게임법 위반 위험도 컸다. 실제로 건전하게 서버를 운영하던 사람이 실형을 선고받는 사태까지 있었다.

하지만 개발사 락스타게임즈가 모드 서버 프로그램 FiveM을 인수하고 관련 플레이를 공식으로 승인했으며, 국내 법 문제도 완화되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급격히 해동됐다. 올해 들어 국내 양대 플랫폼에서 GTA 인생 모드가 기획되기 시작한 계기였다.

지난 10월 SOOP(前아프리카TV) 스트리머들이 약 2주간 실시한 '요양타운'이 좋은 예다. 국내에서 100명 이상 스트리머가 동시에 참여한 GTA RP서버는 처음이다. '모요'와 '화양씨' 등 GTA 모드 전문 방송인들이 제작했으며, 별다른 논란 없이 엄청난 흥행을 일으키켜 SOOP 리브랜딩 분위기도 크게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트리머들은 방송 체급에 관계 없이 대부분 가명을 창작해 가상의 캐릭터로 연기를 했으며, 'RP'에 숙련된 일반 유저들이 방송을 도우면서 끊임없이 즐거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서버 극후반에 갱단 연합이 경찰을 역으로 습격한 대형 이벤트 '프로젝트 피바다'는 요양타운 에피소드의 백미로 꼽힌다. 

치지직 역시 요양타운 이전부터 GTA 인생 모드 서버를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서버가 열릴 예정이며, 플랫폼을 넘어 화제를 이어갈 만한 대형 이벤트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스트리밍 바람을 타고 유저들의 서버 활성화도 커지는 추세다.

GTA의 국내 돌풍은 그 필요성과 궤를 함께 한다. 플랫폼별 대형 게임 합방 콘텐츠는 항상 수요가 많았고, 최근 수년 동안 그 역할을 '마인크래프트'가 담당해왔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 하나만 반복하기는 콘텐츠 다양성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인생 모드의 재발견은 방송의 일환인 'RP'와도 적합하게 어울려 시너지를 낸다. 방송 규모와 상관 없이 본인의 재능을 뽐낼 수 있어 여러 방송인에게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얼굴과 참신한 재미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GTA가 유튜브 호응이 높은 게임이기 때문에 플랫폼 확장도 가능하다.

신선함에 목말라 있던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서, 해외를 통해 검증된 콘텐츠가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역할극의 재미가 변화무쌍한 스트리밍 재미를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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