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자들의 판 깔기와 뉴페이스의 대활약, 콘텐츠 품질과 밸런스도 압도적
순식간에 게임 방송 대세로 떠오른 GTA5 인생 모드 대형 서버가 돌아왔다. '봉누도'에 이어 다시 치지직에서 열리는 '콩밥특별시'가 이번 주인공이다.
GTA5 인생 모드는 경찰과 갱, 생산직 등 각 유저가 도시 구성원이 되어 각자 크고 작은 역할 연기(RP)를 가지고 일정 기간 동안 게임을 즐기는 모드다. 숲(SOOP)에서 처음 열린 대형 스트리머 서버 '요양타운'에 이어 치지직 봉누도가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면서 가장 주목 받는 인방 서버로 떠올랐다.
콩밥특별시는 치지직 제작지원과 함께 스트리머 '콩콩'이 주최했으며, GTA 서버 신생 개발진이 참여해 더욱 호기심을 낳았다. 25일 오후 2시 오픈 직후 디도스 공격으로 잠시 문을 닫았지만, 호스팅 업체를 바꾸는 초강수를 둔 끝에 저녁에 다시 오픈해 준수한 서버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GTA5 서버 극초반은 모두가 돈벌이에 바빠 재미보다 혼란이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콩밥특별시의 첫 날은 인상적이었다. 이전 서버들에 비해 콘텐츠 볼륨과 디테일이 훌륭했고, 밸런스 조정 및 이슈 대응도 무난히 돌아가면서 빠르게 스토리가 형성되고 있다.
※ 서버 내 인물들의 실제 방송명을 알려주는 '빨간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첫날부터 증명한 베테랑 스트리머들의 품격
큰 이벤트가 없는 첫날부터 유저 참여도는 거세다. 서버 오픈 후 치지직 GTA5 카테고리 동시시청자는 12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1일차 마감이 임박한 새벽 3시 시점까지도 인원이 크게 줄지 않았다.
가장 뜨거웠던 스트리머는 3만 명 이상 시청자가 몰린 한동숙이다. 치지직 최고 체급 스트리머고, 봉누도에 참석하지 않아 RP 서버 궁금증도 컸다. 한동숙은 자신의 별명 중 하나를 변형한 '안이끼' 시민으로 입주했다. 광산과 건설에서 진상 아저씨의 생활 연기로 주변인들의 감정을 지배하고, 일하는 와중에도 상황극 토크를 쉬지 않으며 입담의 제왕임을 입증했다.
봉누도 '강둘기'로 최고의 히트 RP를 탄생시킨 강소연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강용사'로 재탄생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출동하는 히어로 콘셉트를 잡았다. 출동할 때마다 썬가드 주제곡을 틀고 옷 갈아입으러 옷가게로 달려가는 '짜치는' 장면과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언행은 폭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시너지를 닐으켰다.
마찬가지로 RP서버 첫 참가인 괴물쥐(장지환), 봉누도 일반 시민이라 활약 기회가 적었던 다주(주화자) 등 대형 스트리머들이 각자 위치에서 상황극을 주도하며 쉼없는 방송각을 만들었다. 공직인 경찰과 병원(EMS)에서도 아직 적응이 느린 인물들의 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이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숙련자들의 활약이 빛났다.
기대 이상의 변신으로 정소림 캐스터(임소정)를 예로 들 수 있다. 봉누도에서 마담 연기를 했지만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후배들이 어려워한 것을 감안한 듯, 어리버리한 초보 간호사로 변신해 자연스럽게 선배에게 '갈굼'당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현실의 e스포츠 대모 모습과 유쾌한 차이를 만들면서 불편하지 않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발상이 빛났다.
■ 초기 생산직이 이렇게 웰메이드라고? - 개발 관점에서 느껴진 정성
몇 주 열리는 GTA 서버에서 생산직을 치밀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절대 다수가 갱과 경찰의 대립이 메인이고, 초기 생산은 불균형이 있어도 얼추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콩밥특별시에서 가장 놀란 부분은 생산 퀄리티다.
건설 현장, 농사, 낚시, 광산, 택배 등 다양한 직종이 적절한 위치에 배분됐다. 그리고 콘텐츠 구성이 정밀하다. 예를 들어 농사는 실제 기계 농업처럼 트랙터 연결에 따라 파종, 수확, 마시멜로 수거 등 농지 순환을 유기적으로 돌리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혼자 플레이해도 노력에 따라 돈을 얻고, 체계적으로 협력하면 효율이 더욱 상승하는 구조다.
또다른 강점은 직종별 훌륭한 밸런스다. 어떤 생산에 뛰어들어도 최적화된 작업을 했을 경우 얻는 기대 수익량이 비슷했다. 각 직종마다 가장 먼저 2천만원 정도를 버는 사람이 거진 같은 타이밍에 나타났다.
그 가운데 작업별 장단점도 절묘하게 차별화하면서 개성까지 챙겼다. 광산이 초기에 비교적 고전하지만 기술 성장에 따른 잠재력이 남아 있고, 택배가 버그 때문에 효율이 약간 떨어진 정도다. 인맥을 만들기 좋다는 장점 때문에 건설 현장에 조금씩 더 몰리는 경향성은 있으나, 다른 곳이라도 각자 스토리를 만들 기반이 충분한 것은 마찬가지다.
주최자 콩콩과 가이드 및 개발진들이 치밀하게 정성을 들여 준비했다는 점을 바로 알게 되는 근거다. 직접 테스트를 장기간 돌려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밸런스이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정교하게 만들면서도 버그가 '일반적인' 인생 모드에 비해서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로드맵 따라 추가할 콘텐츠들에 더 신뢰가 가는 이유다.
■ 인생 모드 서버에 도는 활기, 이제 시작일까
지난해 숲(SOOP) 스트리머 서버인 요양타운은 국내 첫 시도임에도 우려를 완전 불식시킬 만큼 좋은 성적을 냈다. 연말 봉누도는 개발 이슈로 인한 콘텐츠 공백을 스트리머들이 역량으로 극복하면서 오히려 초대박 시나리오가 나온 사례다.
콩밥특별시는 이 두 가지 사례를 모두 지켜봤을 개발자들이 만든 진화 버전으로 보인다. 재개장 이후 서버, 콘텐츠, 참가자들의 'WWE' 대응 모두 유연하고 깔끔하다. GTA5 대형 서버에서 버그는 없을 수 없다. 대응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대처가 체계적으로 나타난다.
스트리머들 역시 'RP'에 대한 적정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유기적인 순환이 기대된다. 콩밥특별시는 갱 콘텐츠가 매우 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만큼 경찰과 EMS 가이드도 훨씬 팍팍해졌지만, 지금까지 적응에 별 우려는 없어 보인다.
인생 모드의 RP가 이제 시작인 이유는, 게임에 미처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참가자들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본 '판'이 되는 시스템과 콘텐츠가 잘 깔린다면 더 바랄 것은 없다. 250여명의 새로운 인생이 첫 발을 내딛은 콩밥특별시가 그 상상의 진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서버는 앞으로 약 3주 동안 운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