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글로벌 화제작, TGS 넥슨 부스에서 맛보다
스태미나를 격렬하게 소비해 주고받는 공방, 리턴을 얻는 순간의 쾌감

화풍은 새로웠고, 시스템은 익숙했고, 보스전 무게감은 손꼽힐 만큼 강렬했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 중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도쿄게임쇼(TGS) 2024에 도전장을 냈다. '던전앤파이터'를 소재로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의 콘솔 하드코어 액션을 창조해냈고, 게임 고유의 퀄리티와 재미를 통해 게임스컴에서 대기줄 4시간이 소요되는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TGS 부스는 넥슨의 돌직구 승부가 느껴진다. 대규모 부스를 오직 '카잔' 하나에 집중했다. 특별한 무대 행사도 없이 오직 게임 시연이다. 멀리서도 거대하게 보이는 주인공 카잔의 일러스트 벽면은 묵직한 존재감을 줬다.

주어진 시연 시간은 30분, 반면 플레이 가능한 구간은 많았다. 게임 첫 지역인 '하인마흐'에서 도입부부터 플레이하는 미션 모드, '볼바이노'와 '랑거스'를 곧장 상대해볼 수 있는 보스 챌린지 모드가 있었다. 우선 하인마흐에서 기본 개념과 조작을 익힌 뒤, 보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 내가 위태롭지만 적도 위태로울 때 생기는 전투 도파민

어떤 게임인지 간단하게 요약하면, 큰 틀에서 소울라이크다. 게이머들이 그 장르에서 떠올리는 진행 및 전투 시스템을 녹였다. 다만 디테일은 생각보다 다르다. 스타일리시 액션의 스킬 연출이 있고, 연계 액션을 펼칠 여지가 전투에서 계속 생긴다. 

더 묵직해진 버전의 '인왕'이라고 표현해도 되고,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하드코어화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원작인 '던파'를 오래 한 유저라면 스킬 연계에서 그 편린을 느낄 수도 있다.

소울라이크 대부분 스태미나가 중요하지만, '카잔'은 더욱 중요하다. 회피와 공격 등 대부분의 적극적 조작에 만만찮은 스태미나가 소모된다. 패링(리플렉션)에 성공하면 적의 스태미나도 크게 깎는다. 나와 상대의 지구력을 자원 개념으로 겨루는 형태다. 

스태미나 소모가 크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리스크만큼 리턴을 크게 줬다. 스태미나가 고갈되면 걸리는 그로기 시간이 굉장히 길다. 그리고 적 그로기 동안 특수 공격 연계로 매우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물론 유저가 걸리는 그로기도 치명적이니 합을 겨룰 때의 실력이 더욱 중요하다. 

■ 패링 감각은 이미 완성됐다

모션이 빠르지 않고 공격이나 방어 한 번의 무게감이 크다. 그런데 시원시원하다. 서로 모순된 것 같은 이 설명이 통하는 이유는, 그만큼 조작 한 번에서 제공되는 기회가 크기 때문이다.

단단해 보이는 대형 몬스터도 패링 한 번, 차지 강공격 한 번이면 거진 그로기에 빠진다. 초반 지역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보스 역시 대처만 잘 한다면 스태미나 고갈이 빨리 되는 편이다. 그리고 적에게 틈이 보이는 순간, 몰아치는 스킬과 액션은 핵앤슬래시와 같은 만족감을 준다.

보스와 숨막히는 합을 주고 받은 뒤, 계획대로 태세를 무너뜨린 뒤 야무진 콤보를 꽂아넣는다. 이 구조는 이미 재미있다. 물론 야무지게 맞는 것이 내 쪽일 가능성도 크다. 아마 보스를 트라이하는 동안에는 대부분 그렇게 될 것이다. 

최고 강점은 패링 성공 순간의 감각이다. 역대 소울라이크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하다. 시각과 청각이 절묘하게 흔들리면서 섞인다. 개발 과정에서 고민과 정성을 총동원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네오플의 액션 감각도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그래픽의 디테일도 생각 이상이라 놀라웠다
애니메이션 그래픽의 디테일도 생각 이상이라 놀라웠다

■ 시연이나 테스트 기회가 생기면? "랑거스 보스전은 꼭"

시간의 한계로 인해 15분 정도만 초반 조작을 맛본 뒤 보스 챌린지에 뛰어들었다. 다만 맨몸에서 갑자기 모르는 스킬이 잔뜩 생긴 채 싸우다 보니 제대로 활용하진 못했다. 한두 시간 진득하게 플레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볼바이노 보스전 역시 좋은 인상이지만, 특히 강렬한 상대는 랑거스였다. 

이 게임의 구조상 인간형 보스는 기본적으로 기대가 된다. 그중에서도 랑거스는 불을 뿜고 갈고리로 날아다니고 온 땅을 내려찍는 등 세상 수많은 패턴을 구사한다. 눈으로 따라가기 벅찰 만큼 기습 공격을 하거나 화면을 뒤흔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대응이 까다롭고 압박감이 크다.

현란하고 합리적인데 묵직하다. 공격 타이밍이 절묘한 리듬을 가지고, 공격 방향도 다채로워 끊임없이 선택을 주고받게 한다. 시간상 클리어까지는 불가능했지만 매우 잘 만든 보스라는 느낌이 강하다.

■ 빨리 마음껏 파먹어보고 싶은 야무진 식감

30분은 너무 짧다. 굉장히 깊은 맛을 우려낸 음식이 입에 들어왔는데, 제대로 씹지 못하고 급하게 삼킨 느낌이다. '카잔'은 흥미로운 액션의 맛을 순식간에 줬다. 소울라이크를 기반으로 하지만 오직 '카잔'만의 전투 템포를 만들어냈다. 

일반 구간의 레벨 디자인, 스토리의 흥미, 캐릭터 시스템, 유저 숙련도 성장 구조 등 긴 템포의 진행을 즐겨봐야 게임에 대한 확신이 들 듯하다. 가장 중요한 액션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나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그래서 테크니컬 CBT 소식이 특히 반갑다. 콘솔 기종으로 신청을 받아 10월 11일부터 열흘간 진행하며, 온라인으로 개방되는 최초 테스트다. 제대로 시간을 들여 보스를 공략하고 액션 성취감을 맛보는 자리다. 액션 게임 유저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카잔'은 2025년 상반기 PC-콘솔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된다. 셀 애니메이션으로 무게감 넘치는 하드코어 액션, 무모해 보였던 시도는 이제 기대를 받을 자격을 얻었다. 아직 게임 전체 인상을 논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최소한, 액션을 꽃피울 준비는 마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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