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승팀, LCK 4번 시드로 월드 챔피언십 도전
페이커와 팀의 저력 다시 한 번 시험대 올랐다

가을에는 많은 것들이 결실을 본다. 'e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는 봄과 여름의 리그 시즌을 거쳐 가을, 그 정점인 '월드 챔피언십(월즈)'에 이른다. 전 세계 챔피언과 도전자들이 모이는 대회에서 누군가는 가혹한 좌절을 맛보고, 또 다른 이는 한 해 노력의 결실을 모두 거둬간다.

지난해 월즈 우승팀 T1은 올해 LCK 4번째 시드로 대회에 참가한다. 2016년 이후 월즈에서 오랜 침묵을 지켰던 T1은 작년, 극적인 우승으로 e스포츠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2022년 DRX가 언더독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적의 서사를 썼다면, 2023년 T1은 자신들의 진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고 T1과 '페이커'는 이에 당당히 응답하며 왕좌를 탈환했다.

그러나 올해 T1은 다시 한번 증명의 요구를 받는다. 올해 T1에 주어진 도전은 더욱 가혹하다. 2024 시즌을 거치며 T1은 트로피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한때 챔피언의 위상을 지녔던 팀이 이제는 여러 컨텐더들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T1의 올해 성적을 돌아보면 주요 고비마다 강팀을 상대로 고배를 마셨다. 2024 LCK 스프링 정규 시즌은 2위로 마무리했으나, 결승전에서 젠지에 3대2로 패배했다. 국제 대회 MSI에서는 4강에서 중국의 BLG에 3대2로 석패했다.

서머 시즌에서는 더욱 부진했다. 정규 리그 4위, 플레이오프에서는 4강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3대1로 패하며 결승 직행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월즈 선발전에서는 디플러스 기아에게 3시드를 내주고 벼랑 끝까지 몰렸다. 간신히 4시드로 월즈 진출권을 따냈지만, 지난해 월즈 우승팀에게 다소 험난한 여정이었다.

2024 LCK 서머 정규 시즌 순위 종합 (자료: LCK)
2024 LCK 서머 정규 시즌 순위 종합 (자료: LCK)

특히 서머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T1이 지난해 월즈에서 보여준 '위닝 DNA'가 점차 희미해져 가는 듯하다. 물론 서머 시즌 중반 EWC(e스포츠 월드컵)에서 일부 저력을 보여주기는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진행될수록 팀의 약점이 드러났고, 결국 플레이오프 최종 결과는 팀의 메타 적응력과 팀원 간 소통 능력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최근 공개된 T1의 2023 월즈 우승 다큐멘터리는 팀 내부에서 겪었던 신뢰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러한 문제가 2024 시즌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올 스프링 시즌 중 겪은 디도스(DDoS) 테러와 같은 예기치 못한 악재들도 팀의 안정을 해쳤다. 잦은 경기 일정으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정신적 피로 누적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월즈 이후 스토브리그까지 바라본다면, T1 프랜차이즈 이후 최대 성과를 올린 ‘제오페구케’의 마지막 불꽃일지도 모른다. ‘페이커’를 제외한 ‘제우스’, ‘오너’, ‘구마유시’, ‘케리아’ 모두 올해 T1과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 팬들의 간절함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월즈 결과에 따라 현재 T1 선수단의 미래가 크게 바뀔 수 있는 만큼,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T1에게 남은 과제는 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메타에 빠르게 적응하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기념하는 앤썸 'Heavy is the crown(헤비 이즈 더 크라운)'에 담길 서사에도 이목이 모인다. 공개된 가사에 따르면 T1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겪었던 좌절과 영광을 그려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가을의 결실을 맺을 시간을 맞이했다. T1은 이번 월즈에서 그들은 가혹한 좌절을 경험할 수도, 또 다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며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도 있다. 혹은 미래를 위한 성장의 토대만을 마련할 수도 있다.

T1의 이번 월드 챔피언십 여정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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