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열세 예상... '승패패승승' 각본 없는 드라마
한화생명 인수 최초 우승, 전신 락스 타이거즈 이후 8년 만에 우승
파이널 MVP '제카' 김건우, 월즈 위너 미드의 위상 다시 세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승리였다. 그리고 누군가는 애타게 기다려온 귀환이었다.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이 8일 경북 경주시 경주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됐다. 한화생명 e스포츠가 결승에 직행한 젠지를 상대로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 대부분의 예상을 뒤집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화생명 e스포츠는 1세트에서 날카로운 밴픽 조합과 후반 슈퍼플레이를 통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이후 두 게임을 내리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4세트부터 다시 자신 있는 조합과 집중력 있는 초반 변수를 창출하면서 짜릿한 '승패패승승'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화생명 e스포츠의 우승은 인수 후 최초이며, 전신인 락스 타이거즈의 2016년 서머 우승 이후 8년(2941일)만에 거두는 우승이다. 특히 락스 당시 막내 정글러로서 활약한 '피넛' 한왕호가, 리그 최고의 베테랑 정글로 돌아와 우승을 이끈 스토리가 큰 주목을 받는다.

파이널 MVP는 미드 라이너 '제카' 김건우가 수상했다. 최고의 미드로 일컬어진 '쵸비' 정지훈을 상대로 트리스타나와 요네로 승리 세트를 이끌면서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다. 김건우 선수는 국내 대표 파인 주얼리 '골든듀'가 제작한  MVP 네크리스를 부상으로 받았다.

■ 1세트 - 후반 한 번의 기회... 한화생명의 역전극

1세트는 한화생명이 애쉬-레오나의 바텀 라인, 크샨테에 대응하는 모데카이저 깜짝 픽으로 강력한 주도권과 중반 밸런스를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지 상대로 중반 고전했으나,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냈다. 

순조롭게 전체 골드 5천 차로 벌려나가던 한화생명은, 젠지 캐니언의 스카너 활약과 빠르게 성장한 쵸비의 스몰더 화력에 점차 밀려났다. 하지만 젠지의 밸류 픽에 패색이 짙어지는 와중, 바론을 주는 대신 바람 용 영혼을 얻고 빠지면서 희망을 이어갔다. 

한화생명의 대역전극은 39분경 아군 탑 억제기 앞에서 일어났다. 도란의 모데카이저가 앞점멸 궁극기로 스몰더를 가뒀고, 시간을 버는 사이 제카와 바이퍼가 트리스타나-애쉬 2원로 상대를 모두 녹이는 슈퍼플레이를 펼쳤다. 곧바로 젠지 넥서스를 향해 진격한 한화생명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넥서스를 파괴하며 먼저 앞서나갔다.


■ 2세트 - 젠지의 '밴픽 영점조절'

젠지가 밴픽 수정을 전격 단행했다. 1세트 버거웠던 애쉬를 가져오고 레오나를 밴했으며, 상체를 코르키와 오른과 자이라로 단단하게 구성했다. 한화생명은 피넛이 아이번 카드를 꺼냈고, 탑 레넥톤을 통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팽팽하던 승부는 세 번째 용에서 젠지에게 웃었다. 페이즈의 애쉬가 궁극기를 아이번에 적중시키고, 이어 아지르까지 연쇄적으로 잡으면서 미드 정글 밸런스가 휘청였다. 이를 기반으로 킬을 몰아먹은 애쉬가 코르키와 함께 지속 딜링을 퍼부었고, 너무 빨리 상체 힘이 빠진 한화생명이 무너지며 무난하게 젠지가 균형을 맞췄다.

■ 3세트 - 시그니처 픽 대결... 젠지 쪽으로 기울다

한화생명은 피넛의 마오카이, 제카의 요네 등 자신 있는 픽을 내세우면서 진검 승부에 나섰다. 하지만 젠지가 쵸비의 코르키, 기인의 잭스로 탑 미드를 오히려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 유충 앞 난전에서 잭스가 3인 스턴 후 킬을 획득하면서 급성장하고, 쵸비의 코르키가 요네를 끊어내면서 10분대부터 미드 1천 골드 이상 차이를 벌렸다. 한화생명은 바이퍼의 진이 초반 3킬을 내고 분전했으나 젠지 조합의 단단한 탱커들을 뚫기는 한계가 있었다.

한화생명이 코르키를 한번 끊어낸 뒤 바론 승부를 걸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궁극기를 소모했음을 젠지가 놓치지 않았다. 결국 기인의 잭스가 상대를 쓸어담으며 상체 캐리 싸움을 완전히 압도했고, 젠지는 막힘 없이 게임을 굴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 4세트 - '슈퍼스타' 도란의 나비효과 

이번엔 한화생명이 잭스와 2원딜의 밸류 픽, 젠지가 레드 5픽으로 우디르를 꺼내들며 주도권 조합을 갖췄다. 탑과 바텀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젠지가 격차를 조금씩 벌리면서 한화생명이 고전하는 듯했다.

하지만, 승부는 도란의 슈퍼플레이에서 갈렸다. 젠지의 우디르와 자이라가 탑 다이브를 시도했으나, 도란의 잭스가 최악의 조건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오히려 마오카이와 트리스타나가 합류해 킬을 따내면서 후반 조합이 먼저 앞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사건은 게임 끝까지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2코어 아이템이 먼저 완성된 제카가 3세트에 당한 솔킬을 쵸비 상대로 되갚았고, 마오카이와 이즈리얼이 빠르게 과성장하며 본대 싸움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스프링에 이어 2개 대회 연속으로 결승에서 '실버 스크랩스'가 울려퍼졌다. 

■ 5세트 - 락스의 전설, 8년 만에 다시 빛나다

최후의 승부답게 양팀 서로 편한 픽을 선택하는 선택을 했다. 탑에서 잭스와 크샨테가 맞붙은 가운데, 도란의 잭스가 또 일을 냈다. 탑 다이브를 극 실피로 견뎌내면서 한화생명이 역습에 성공했고, 이 결과로 다시 제카의 요네와 바이퍼의 직스가 급성장했다. 

도란의 결단력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연달아 빛났다. 바다 영혼을 둘러싼 한타, 까다로운 대치 상황에서 잭스가 반격을 켜고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젠지는 페이즈의 카이사 궁극기 승부수가 실패했고, 피넛의 바이에게 전방을 봉쇄당하면서 더욱 크게 성장한 제카와 바이퍼의 캐리를 막을 수 없었다. 

한화생명은 바론을 획득한 뒤 직스를 앞세운 공성으로 골드차를 크게 벌렸고, 다시 용 한타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넥서스로 진격했다. 락스 타이거즈의 역사를 이은 한화생명 e스포츠가 2941일 만에, 그리고 인수 후 최초의 LCK 우승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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