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 T1의 우승 찬사보다 도전자, 왕조 재건 서사에 초점

라이엇 게임즈가 최근 공개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이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비판에 직면했다.

25일 공개된 '헤비 이즈 더 크라운(Heavy is the Crown)'은 전설적인 록 밴드 린킨 파크의 참여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예상과 달리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 월즈 주제곡의 의미와 높았던 기대

월즈 주제곡은 매년 직전 해 우승팀의 이야기를 영상과 가사로 표현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8년 '라이즈(RISE)', 2023년 '갓즈(GODS)'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LoL’ e스포츠 씬에 획을 그은 ‘앰비션’과 ‘데프트’를 향한 헌정곡에 가까우며, 두 인물이 거친 역경과 끝내 얻는 영광의 서사를 표현해 많은 e스포츠 팬에게 명곡으로 기억된다.

올해 주제곡에 대한 기대감은 특히 높았다. T1과 '페이커'가 7년 만에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는 극적인 서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국내외 e스포츠 팬들은 이 역사적 순간이 어떻게 표현될지 주목했다.

그러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T1의 극적인 우승 서사보다 도전자와 왕조 재건에 집중했다. 문제는 이를 그려내는 과정에서도 T1과 ‘페이커’가 다소 모호한 위치에 놓여, 주인공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온전히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 뮤직비디오 해석

이번 뮤직비디오는 중세 봉건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성을 차지하기 위해 각 선수들이 봉건 영주로 묘사되어 깃발을 들고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지난해 월즈 8강에서 LNG, JDG, WBG를 차례로 격파한 T1의 서사는 중세 유럽의 직물 공예인 태피스트리 형태로 그려졌다.

과거 왕조를 이룩한 T1이 폐허가 된 왕좌에 돌아온 모습이며,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활동하지 않은 ‘꼬마’ 김정균 감독이 등장하는 이유도 아마 과거 T1의 왕조를 함께 이룩한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BLG의 ‘빈’, G2의 ‘캡스’, FLY의 ‘마쑤’를 비롯해 CBLOL의 레드 캐니즈의 ‘브랜스’, 젠지의 ‘쵸비’로 추정되는 선수들이 T1의 대관식을 방해하러 나타난다. ‘빈’, ‘쵸비’, ‘캡스’의 경우 T1과 ‘페이커’에 패배의 쓴맛을 남긴 선수들이기에 이견이 없지만, 플라이퀘스트와 레드 캐니즈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등장이다.

지난해 월즈 4강과 결승전에서 격돌한 JDG, WBG의 선수들조차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T1의 지난해 월즈 우승 서사에 집중했다기보다 월즈 도전자들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전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결국 T1의 대관식은 이뤄지지 못한다. ‘페이커’가 결국 왕관을 의자에 내려놓고 밖으로 나와 나머지 선수들과 함께 싸우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는 T1 왕조의 재건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암시한다.

■ 와닿지 않는 '앤썸', 라이엇의 의도와 팬 기대의 간극

T1과 ‘페이커’의 팬들에게 충분히 아쉬울 만한 뮤직비디오다. 주제곡의 호불호를 떠나서 T1의 극적 우승 서사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이뤄내지 못한 왕조 재건에 나서는 T1으로 끝맺었기 때문이다.

그리고팬들은 애니메이션화된 린킨 파크의 스크린 분량과 이번 월즈에 진출하지 못한 FLY, 레드 캐니즈의 등장에도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해 LPL 4시드로 월즈 결승까지 진출한 WBG와 4강에서 끝까지 명경기를 펼치며 싸운 JDG에 대한 존중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뮤직비디오가 우승팀 T1을 조명하기보다는 오히려 외부 서사에 초점을 맞추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헤비 이즈 더 크라운'의 음악성과 별개로 T1과 '페이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결국 T1이 이룩한 왕조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도전자들이 뛰어들고 있으므로, T1과 ‘페이커’의 위상을 조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팬들은 T1과 '페이커'의 역사적인 우승에 대한 더 직접적인 찬사를 기대했다. 결국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와 팬들의 기대 사이의 간극이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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