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타이밍 체험판 공개, 한국닌텐도의 이례적 유통, 안타리아 팀
[게임플] 기적 같은 부활일까, 혹은 침몰일까. 돌아온 '창세기전'에 이목 집중이다.
긴 침묵 끝에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12월 출시를 알렸다.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되는 SRPG로, 과거 국산 게임의 대표작이었던 '창세기전'과 '창세기전2'를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다. 당초 2022년 내 출시가 목표였으나, 소식이 없어 궁금증이 극에 달한 찰나 돌연 개발 완료가 발표됐다.
팬들의 불안은 아직도 크다. 개발 연기가 거듭되는 동안 나오는 발언과 자료가 지나치게 없었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인게임즈의 현재 사정이 좋지 않고, 한 차례 구조조정도 겪은 만큼 대형 부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여력이 남았는지가 미지수였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2일 미디어 발표회에서 어느 정도 우려를 완화했다. 11월 체험판을 공개해 미리 게임성을 검증할 예정이며, 게임 볼륨과 세계관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 시리즈 모든 캐릭터를 아우르는 수집형 게임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역시 12월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실, 80시간에 달하는 플레이 타임이 중요한 척도는 아니다. 턴제 게임은 반복되고 지루한 100시간보다 새로움으로 가득한 20시간이 낫다. 결국 본편 완성도를 확인한 뒤 평가해야 한다.
다만 발표와 질의응답 가운데 새어나온 몇 가지 단서는 다시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첫째는 11월 내 체험판 공개라는 일정이다. 12월 정식 출시이므로 한 달 정도 간격이 예상된다. 보통은 일주일에서 열흘 전 체험판 공개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체험판부터 극찬을 받은 '파이널판타지16'도 체험판 공개는 출시에서 불과 열흘 전이었다.
체험판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본편 판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찌감치 공개하고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평가를 받는 것은 최소한의 자신을 가졌다는 의미다. 또 다급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깔끔한 반박이 가능해진다.
둘째는 한국닌텐도의 퍼블리싱이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닌텐도 기업과 큰 관계 없이 플랫폼 입점만 하는 서드파티다. 닌텐도 지사가 서드파티 게임을 직접 유통하는 일은 극히 희귀하다. 닌텐도 독점 게임도 아니다. 내년 PC와 플레이스테이션 등 타 플랫폼 출시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퍼블리싱 계약을 맺기 전에는 당연히 내부 빌드를 미리 살펴본다. 게임 내용과 퀄리티를 보고 직접 움직일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신중한 경향을 보여온 한국닌텐도가 보여주는 적극적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셋째는 '안타리아 팀'의 존재다. 그동안 라인게임즈 내부에서 창세기전 IP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인력이 있다는 사실은 무성했다. 다만 진척도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올해 사내 구조조정과 김민규 창업자 퇴사가 겹치면서 우려가 이어진 것.
지난 발표회에서 이경진 PD가 발표한 안타리아 팀 현황은 인상적이다. 각자 이용하기 위한 각개전투가 아니라, 더욱 큰 틀에서 세계관을 묶고 장기적 비전을 보고 있음을 알렸다.
그중에서도 온라인 타이틀과 피처폰 시절 게임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크로우' 같은 게임 스토리도 리메이크에 반영했다는 대답은 과거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기 충분하다. 모바일로 모든 세계관이 포함되는 '아수라 프로젝트'도 생명력이 담보될 소식이다.
'창세기전'은 12월 콘솔 리메이크와 모바일 게임을 동시 출시하고, 이후 '서풍의 광시곡' 등 외전과 '창세기전3'까지 현대적 재해석에 나설 계획이다. 게임의 완성도와 기술적 역량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라인게임즈와 산하 스튜디오가 창세기전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음은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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