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폐업 시기 남은 데이터 모두 보존... '크로우' 스토리도 리메이크 반영"

[게임플] "서풍의 광시곡과 창세기전3 대본도 이미 거의 완성됐습니다."

라인게임즈가 강남 사옥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하고 '창세기전' 시리즈 신작들에 대한 핵심 정보를 공개했다. 또한 안타리아 팀을 통해 창세기전 IP의 거대 세계관 정리와 부활 계획이 밝혀지면서 높은 관심이 집중됐다. 

창세기전 IP는 닌텐도 스위치 리메이크작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모바일 수집형 RPG '아수라 프로젝트'가 12월 일제히 출시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쏜다. 이에 멈추지 않고 외전 '서풍의 광시곡'이나 정식 넘버링 작품 '창세기전3'의 리메이크도 준비로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발표 후 질의응답은 '회색의 잔영'을 개발한 레그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 '아수라 프로젝트'의 미어캣게임즈 남기룡 PD, 모든 IP를 총괄하는 라인게임즈 안타리아 팀 이경진 PD가 참여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스케일 발표에 질문 역시 쉬지 않고 이어졌다.

레그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 안타리아 팀 이경진 PD, 미어캣게임즈 남기룡 PD(왼쪽부터)
레그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 안타리아 팀 이경진 PD, 미어캣게임즈 남기룡 PD(왼쪽부터)

Q. '회색의 잔영' 개발이 오래 지연되는 동안 아무런 소식이나 추가 정보가 없어서 유저들의 불안이 컸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세민: 오롯이 능력의 문제였다. 행사나 영상을 준비할 때마다 시간이 많이 든다. LPG 이후 내부에서도 홍보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여러가지로 고민했을 때 게임을 잘 만들기에 집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고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유저들과의 공유 과정도 필요했는데 너무 신경 쓰지 못한 느낌도 든다. 커뮤니티에 우리 기사가 뜨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게임을 좋아해주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Q. 창세기전 시리즈의 다음 리메이크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경진: 초기 발표에서 '창세기전3'를 먼저 이야기한 바 있는데, 원래 게임 순서로는 '서풍의 광시곡'이 먼저였기 때문에 둘 모두 고려하고 있다. 창세기전3는 대본이 거의 다 준비됐고, 서풍 역시 진척도가 높다. 창세기전은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까딱하면 모든 게임을 해봐야 한다는 압박이 생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Q. 다시 작업을 하다 보면 예전 리소스를 찾기 어려울 수 있는데, 소실된 것을 찾는 일에 고통은 없었나?

이경진: 소프트맥스가 사라진 직후에 회사에 있던 모든 리소스를 다 뒤져서 가져왔다. 차 두 대 분량이었다. 회색의 잔영은 디테일하게 리메이크하는 만큼 모든 전투씬과 이벤트 캡처를 다 했고 BGM까지 모두 찾았다. 찾고 분석한 뒤 문서화까지 다 한다. 당시 잘못 적혔던 이름, 1편과 2편이 조금씩 다른 부분도 전부 정리해 제공했다. 3개월 정도 정말 힘들었는데, 그 뒤로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

Q. 온라인으로 나온 창세기전 게임들도 이후 활용될 가능성이 있나?

이경진: 주사위의 잔영은 별개 세계관을 가졌고, '창세기전4'는 시공간을 넘는 설정이 있다. 모두 확인해서 설정 면에서 무리한 경우는 다시 정리했다. 그밖에 피처폰 시절 게임들도 모두 확인해 스토리를 정리해놨다. 특히 '크로우' 같은 경우는 '회색의 잔영' 내용에 거의 다 반영했다. 물론 원작은 RPG였으니 장르에 맞게 각색은 했다.


Q. 스위치 리메이크와 모바일 게임이 동시에 나와서 혼란스러울 유저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정리할 계획인가?

이세민: 열심히 만들다 보니 잡힌 출시 시기에 마침 모바일 쪽 프로젝트도 완성됐다. 콘솔은 국내에서 한정된 면이 있고, 모바일은 접근성 면에서 크기 때문에 IP 알리기는 모바일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잘 만들어서 결과가 좋으면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 고 본다.

남기룡: 모바일은 2년 전 개발을 시작했는데, 비슷한 시기 출시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비슷한 시기 출시가 저변 확대나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 우리(모바일)는 계속 라이브 서비스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변 확대와 경쟁 및 소셜에서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경진: 창세기전 스토리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패키지 게임만으로는 유저들이 중간 이야기르 잊기 쉽다. 콘솔과 온라인의 병행 전략은 가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양쪽과 작업하게 됐다. 콘솔은 레그스튜디오가 계속 맡을 것이고, 모바일에서는 신규 스토리나 시대가 다른 이야기도 계속 담아서 폭넓은 유저들이 꾸준히 몰입하게 만들려 한다.

Q. 한국닌텐도의 직접 유통은 확실히 이례적이다.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세민: 꽤 오래 전부터 이야기했다. 2021년 LPG 빌드가 끝나고 닌텐도 빌드를 바로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퀄리티를 더 올리려다가 문제가 생겨서 롤백한 뒤 전달한 기억도 난다. 창세기전 IP가 닌텐도 스위치로 나온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많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

IP를 그저 쓰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애정을 가진 인원이 많다. 우리끼리 많은 논쟁도 하며 완성한 타이틀이기 때문에 글로벌까지 열심히 해보려 한다. 해외 퍼블리셔 역시 한국닌텐도 소개를 통해 순조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Q. 설정 정리와 콘솔 개발 노하우가 쌓인 만큼, 차기작에서는 더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고 기대해도 될까?

이경진: 안타리아 팀 명칭은 2년 전 생겼지만, 설정 정리 작업은 4년 전 실시했다. '템페스트'는 정말 정리가 어려웠다. 앞으로는 어떤 게임으로 내놓든 예전보다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튜디오가 더 늘어나 신작 출시를 매년 하나씩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2024년이나 2025년 내로는 그런 시스템을 갖춰보고 싶다.

회색의 잔영은 우리가 콘솔로 처음 만든 게임이다. 창세기전 엔진 기반을 만드는 과제에도 중점을 뒀고, 이제 다음 게임을 이어나간다면 훨씬 빠르게 작업할 환경은 구축했다.

이세민: 디렉터가 된 것이 2019년 4월이었다. 원래 유니티 엔진에 닌텐도 3DS 플랫폼 개발이었다가 결국 엔진과 플랫폼 모두 바뀌었다. 원래 이런 케이스는 팀을 해체하기 마련인데, 해당 인력들이 학습하고 연구할 시간을 라인게임즈가 줬다.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들게 됐지만, 안타리아 팀이 이미 준비해준 것도 있다. 서풍의 광시곡이나 창세기전3 등 여러 선택지 중 어떤 것을 할지 고르는 것만 남았다. 예전보다 훨씬 빨리 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다.


Q. 과거 모든 시리즈를 담당했던 최형규 디렉터가 작년까지 자문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 궁금한데.

이경진: 원작 내용을 정리할 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분이다. 세계관 정리나 세계관에 변화를 줘야 할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얻었다. 현재 라인게임즈 산하 다른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이지만, 항상 자문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종종 이야기를 나눈다.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컷신 연출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컷신 연출

Q. 아수라 프로젝트의 BM은?

남기룡: 기존 수집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와 장비 뽑기가 기본 BM이다. 다만 IP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매운 과금 없이도 즐길 수 있도록 밸런싱했다.


Q. 스토리 이외 콘텐츠는?

남기룡: 다른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스테이지가 3~400개 구성됐고, 용자의 무덤은 묘수풀이 같은 전략적 콘텐츠도 포함됐다. 서로 경쟁하는 구도도 있는데, 오픈 기본 스펙은 비동기 PvP를 갖추고 이후 또다른 모드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Q. 회색의 잔영이 1회차 80시간 이상 플레이 타임이라는 것은, 다회차 요소도 있다는 의미인가?

이세민: SRPG는 기본적으로 회차 플레이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나 시네마틱 등 비워진 곳들을 채우다 보니 1회차는 길고, 아이템이나 성장 등 몇 개 요소는 DLC 용자의 무덤에서 쓸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는 고민 중인데, 1회차에서 갖추는 장비와 같은 수준은 계속 준비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DLC는 굉장히 어렵게 만들려고 한다.

Q. 향후 우주 배경으로 나가는 시리즈도 있다. 아수라 프로젝트 내에 모두 포함시킬 생각인가? 오픈 뒤 업데이트 간격도 궁금하다.

남기룡: 가능하면 내년 중 창세기전2 스토리를 온전하게 끝내는 것이 목표다. 그 중에도 신규 캐릭터는 꾸준히 나올 여지가 있다. 끝나고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할지, 옴니버스처럼 다음 원작의 이야기를 시작할지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창세기전2 다음 좋아한 작품이 서풍의 광시곡이라 이어가고 싶은데, 첫 목표는 창세기전2 완결이다.

콘텐츠는 오픈 뒤 안정화되면 2주 단위로 신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려 한다. 유저가 요구할 새로운 콘텐츠 속도를 따라갈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따라가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


Q. 라인게임즈는 PC 플랫폼 플로어를 가지고 있는데, 아수라 프로젝트의 PC 지원 계획은?

남기룡: PC 빌드는 준비 중이다. 오픈과 동시는 어려울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PC 빌드 역시 빠르게 출시해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려 한다. 카툰이지만 그래픽 밀도가 높아 PC 플레이를 권장하는 편이라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Q. 회색의 잔영과 베리드 스타즈 특전 연동은 어떻게 준비됐는지, 닌텐도 스위치 외 다른 플랫폼으로 베리드 스타즈를 플레이한 유저는 혜택이 없는지 궁금하다.

이세민: 올해 한국에 콘솔 출시작이 많고 성적도 잘 나왔는데, 개발 당시 베리드 스타즈는 같은 회사에서 나온 자랑할 만한 콘솔 게임이었다. 먼저 라르고 팀에 제안을 했고, 베리드 스타즈 등장 캐릭터 5명을 상징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특전은 웬만하면 드릴 수 있도록 생각 중이다.

Q. 어린 유저층도 쉽게 IP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은?

이세민: 콘솔은 분명 국내에서 기기의 허들이 있다. 다만 지금은 닌텐도 스위치 구매 비율이 엄청나게 올랐다. IP는 오래됐지만 그 속의 스토리 재미 요소는 나이와 상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시 게임을 지금 플레이하려면 쉽지 않고, 그때 좋은 이야기를 현역 플랫폼에서 낸다면 어떨까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경진: 신규 유저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 목표다. 그래서 스토리에서도 대사 같은 것들을 많이 만졌다. 원작에서 예전 감성의 무협스러운 대사를 현대화시켰고, 2편에서 축약한 이야기도 많이 메웠다.

대본으로 따지면 원작의 두 배 정도 될 것이다. 너무 사소한 이야기는 버리되, 중요한데도 묻힌 이야기를 살리면서 지금 젊은층이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Q. 출시를 앞두고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이세민: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생각을 소프트맥스 재직 시절부터 해왔다.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팀에 합류해 디렉터를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좋다, 괜찮다'고 할 만한 것을 계속 만들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20년을 기다려주셨는데, 한두 달만 더 기다주시길 바라게 된다. 끝까지 잘 하겠다.

남기룡: 과거 창세기전2 팬으로 처음 시작했다. 사실 그땐 손노리를 더 좋아했지만(웃음) 서풍의 광시곡이나 3편까지 진심으로 즐겼고,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 아수라 프로젝트는 모바일 온라인 서비스로서 편하게 시리즈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경진: 모든 설정을 모으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창세기전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이 작품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리한 이야기 중 정말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앞으로도 이 이야기들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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