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 정재성 시나리오 팀장과의 일대일 인터뷰
'UNBREAKABLE SPHERE', 세계관 속 비밀, 3주년 예고까지

"3주년은 한 마디만 먼저 말할 수 있겠네요. '어셈블'이라고."

'승리의 여신: 니케'가 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2.5주년 이벤트 'UNBREAKABLE SPHERE'가 2부까지 모두 공개됐고, 이제 에필로그 하나만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믿고 즐기는 주년 스토리" 평가는 이번에도 적중했습니다.

주요 인물들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동안 주년 이벤트에 비해 무게감이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부에서 몰아친 드라마는 어느 때보다도 묵직하고, 처절했고, 사람을 울렸습니다. 리틀 머메이드(세이렌)를 비롯한 주연 4인의 서사는 완벽하게 맞물렸습니다. 또다른 시나리오 작가진의 증명이라는 의미도 컸습니다.

묻고 싶은 것은 한가득, 숨겨진 비밀도 한가득입니다. 그들의 감정선은 어떤 의미를 담고 연결됐을지.무대 위에 본격적으로 올라온 새 빌런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큰 것 온다'는 예고가 계속 나오는 3주년 스토리는 대체 어떤 모습일지.

게임플은 '니케' 스토리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인물, 시프트업 정재성 시나리오 팀장을 2주년 인터뷰에 이어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 '에그 후드'가 그려진 후드 티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UNBREAKABLE SPHERE' 및 주요 이벤트, 사이드 스토리 스포일러 포함.
※ 가장 최근 메인 스토리(37-38) 내용은 제외됐습니다.

 


■ 근황 토크 - "만우절 이벤트, 원래 거대 괴수 보스전도 생각했어요."

시프트업 '니케' 정재성 시나리오 팀장
시프트업 '니케' 정재성 시나리오 팀장

Q. 반년 만에 2.5주년 이벤트로 다시 만나게 되네요. 그동안 시나리오 팀이나 개인적 근황을 간략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분들을 만날 때마다 할 수 있는 말이 '바빴다'밖에 없어요. 그냥 별 특별한 일 없이 계속 바빴습니다. 새로운 팀원 분들도 좀 들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2.5주년 전에 제일 화제가 된 것은 만우절 이벤트 같습니다. 엄청난 퀄리티와 정신 나가는 스토리가 어우러졌는데, 메카 시프티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 시점이나 어떤 과정으로 완성이 됐는지 자세히 듣고 싶네요.

계획은 작년 겨울 되기 전쯤부터 나왔어요. 원래는 정체 불명의 거대 괴수가 이유 없이 그냥 방주로 습격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결전병기 메카 시프티가 출격한다는 내용이었죠. 실제 이벤트와 크게 차이가 있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전용 보스전도 만들자는 등의 이야기를 개발진끼리 막 하다 보니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스케일이 너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거대 괴수 쪽은 잘라내고 메카 시프티만 살리기로 했습니다. 소재가 결정되고 나니 개발진 분들이 언제나처럼 광기에 찬 눈빛들을 빛내면서 이런 것 저런 것 해보자며 아이디어를 덧붙였고, 결국 지금 결과가 나오게 됐습니다.

Q. 니케 오케스트라에서 발견됐다는 제보도 많았어요. 인증으로 '에그 후드와 사진 찍었다' 같은 것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 체감이 좀 됐나요?

일단, 정말 어리둥절하고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그때 날씨가 조금 싸늘해서 털모자를 쓰고 갔는데, 안에서 개발팀과 인사를 나누다가 좀 더워져서 모자를 벗었거든요. 그때부터 갑자기 지휘관님들이 알아보시면서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죠.

개인적으로도 확신을 가진 게, 이 헤어 스타일이 캐릭터성에 한몫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제 큰 일이 있지 않는 이상, 뭐 하고 싶어도 못하겠지만... 계속 유지하는 그런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사실 처음에는 머리 관련 농담에 거부감 느끼는 분들도 많거든요. 에그 후드 같은 별칭을 막 들었을 때 기분은 괜찮았나요?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나도 별칭이 생기는구나 싶었고, 그냥 정재성이라는 이름보다는 별칭 하나 생기는 게 굉장히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그 후드라는 이름에 누를 안 끼치도록 조심하겠습니다.


Q. 오케스트라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다고 느낀 음악을 둘 정도만 고른다면?

게임 타이틀 화면에 언제나 나오는 '갓데스 폴(The Godness Fall)', 그리고 라스트 킹덤 테마곡이었던 '클라리온 콜(The Clarion Call)'을 굉장히 좋아해요.

'The Godness Fall'은 곡 분위기 자체가 엄청 비장하면서도 슬픈 느낌이 있다 보니 니케 분위기와 찰떡이라고 생각합니다. 'The Clarion Call'은 일이 잘 안 되거나 기분이 조금 안 좋을 때 텐션 끌어올리기에 이만한 곡이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 최근 스토리 이야기, 그리고 'MUDFISH'

Q. '니케'는 메인 스토리에 '막'이나 '부' 구분이 없죠. 그래도 '레드 후드'와 '라피' 등 기존 중심 인물 서사가 마무리된 뒤 최근 새로운 구도가 형성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만일 막 구분을 한다면 메인 스토리 전환점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그 말대로 26챕터 작별 장면, 그리고 'FOOTSTEP, WALK, RUN' 이벤트로 큰 것 하나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이어져 있던 갓데스 스쿼드 서사가 현재까지 넘어와서 어느 정도 일단락 됐고, 이제 지상 탐색을 배경으로 포비스트와의 싸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것이 마무리될 때쯤 또 큰 게 하나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이번 큰 것은 아마 내년쯤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주 드리는 말씀 같지만 좀 계속 늦어지고 있네요. 그래도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Q. 2.5주년 직전에 나온 사이드 스토리 'MUDFISH'도 울림이 컸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이 스토리의 구상 계기나 내부 논의 및 기획 과정을 자세하게 알고 싶네요.

사이드 스토리 'WORDLESS'와 'MUDFISH', 그리고 이번 2.5주년 이벤트 'UNBREAKABLE SPHERE'까지 저와 굉장히 오래 일을 같이 한 분이 시나리오를 작성하셨어요. 니어 오토마타 콜라보 스토리와 'NEW YEAR, NEW SWORD'도 마찬가지고요. 적은 수의 캐릭터 등장만으로도 엄청난 감정을 끌어내는 쪽으로 굉장히 특화된 분입니다.

본인 역시 관련 이야기를 쭉 풀어보고 싶다라는 욕심을 가지고 계셨고, 저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맡겨도 남을 거라고 확신했죠. 그래서 기획 의도를 제 입으로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그냥 믿고 맡겼어요. 그리고 결과물이 괜찮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Q. 그 감정을 더 끌어올린 매개체 캐릭터가 '레비'라고 생각하거든요. 서사도 절절했고, 무엇보다 더빙 연기가 많은 유저의 심금을 울린 것 같습니다. 디렉팅 과정에서의 성우 분과 따로 교감이 있었나요?

내부에서 디렉팅의 여왕 두 분이 성우 디렉션을 다 맡아 주시는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히 뭔가를 크게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본을 미리 써놓고 먼저 공유를 드리고, 성우분들이 미리 리딩을 해서 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다 잡고 이미 준비가 서로서로 준비가 다 되어 있는 상태에서 녹음에 임하죠.

그래서 녹음 현장에서의 요구사항은 딱히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좀 뻔뻔하게 말하자면, 그냥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을 만나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사이드 스토리 시점 당시 레비의 심리 표현에 대해서도 듣고 싶네요.

레비, 즉 '레비아탄'이라는 캐릭터는 애초부터 자기 혐오에 빠져 있는 캐릭터로 그리려고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내기에는 굉장히 허세가 좀 심하다거나 잔혹한 척을 하면서 자기 유약함을 감추려고 하는 귀여운 캐릭터로 구상했습니다.

가볍게 2주 이벤트 보러 들어갔다가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버린 마나 이벤트
가볍게 2주 이벤트 보러 들어갔다가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버린 마나 이벤트

Q. 올해 들어서 2주 단위 소규모 이벤트에도 세계관 핵심 단서가 들어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마나'나 '브래디'가 대표적이었죠. 이벤트 설계가 변화한 건지, 세계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인지 궁금하네요.

2주 이벤트에서 설정을 풀어내는 것은 원래 좀 보수적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쉽게 접근하고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중요한 내용은 안 다루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쌓아놓은 설정이 너무 많다 보니 이것들을 더 풀어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주 이벤트의 위상을 좀 드높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단순하게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쨌든 이야기적으로 의미가 있는 스토리가 구성이 된다면 충분히 위상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Q. 저도 다양한 이벤트가 주목을 많이 받아 만족스러운데, 한편으로는 아카이브에 들어오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리거든요.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많이 담는다면 아카이브도 더 빨리 내주는 것이 신규나 복귀 유저를 위해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사실 저번 마나 이벤트에서도 그런 점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새 이벤트가 나가면서 아카이브도 하나 복각이 되는 형식이다 보니, 속도를 당기면 언젠가는 아카이브 쪽이 마를 수 있고 상점 필름 판매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챙길 점이 생각보다 많다 보니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습니다.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 UNBREAKABLE SPHERE - "사람은 사람에 의해 치유받기도, 쉽게 망가지기도"

Q. '니케'가 주년 이벤트 제목마다 언어 유희를 많이 쓰는 편이죠. 이번 2부 엔딩도 'UNBREAKABLE`s HERE'로 재미있는 변형이 보였고요. 이벤트 제목을 처음 지을 때부터 먼저 구상하는 편인지, 하다 보니까 즉흥적으로 나오는 건지 궁금하네요.

처음부터 계획한 경우는 한 번밖에 없었어요. 1주년 'RED ASH'와 'RE: DASH'만 그랬죠. 글을 쓰기 전에 어떤 식으로 갈지 정해 놓고 시작한 뒤, 나머지는 일단 이야기의 주제에 맞는 제목부터 짓기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제목으로 가자! 딱 정하고 난 다음 글을 쓰다가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편입니다.

계획하고 한 언어 유희는 RE: DASH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다른 제목을 또 지어버리면 거기에 묶여버려서 자유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보니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Q. 마침 지난 2주년 테마곡 제목이 'UNBREAKABLE'이었잖아요. 신데렐라 이야기의 테마곡과 세이렌 스토리 제목이 완전히 연결되는 느낌인데, 2주년 곡명을 지을 때부터 이런 세이렌의 이야기도 함께 염두에 둔 걸까요?

코스모그래프님 말씀을 들어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지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2세대 페어리테일의 공통 테마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거든요.

그 레드 슈즈조차도 절대 부서지지는 않았습니다. 자기의 그 의지와 사상 같은 것들을 계속 우직하게 밀고 나갔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계속 나눠왔다 보니, 염두에 두고 짓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5주년에서 가장 귀여웠던 표정
2.5주년에서 가장 귀여웠던 표정

Q. 2.5주년 주인공이 리틀 머메이드(세이렌)가 될 것이라는 점은 유저 대부분 예상하고 있었죠. 그런데 여기서 '미하라'와 '유니'가 엮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사이드 스토리 전까지는 아무도 없을 것 같거든요. 이들의 연관성은 언제부터 기획하고 준비됐나요?

리틀 머메이드 2.5주년 등장은 올드 테일즈 이후 확정되긴 했어요. 이 친구의 페어를 그때부터 물색했는데, 처음은 되게 장난스러운 접근이었어요. 유니도 '우'거리고 리틀 머메이드도 '아우' 그러니까 얘들을 붙여 놓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라고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진 말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가지고 조합을 짜고 소위 '뇌피셜'을 굴려봤을 때, 이들의 조합이 아주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각을 잡고 엮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Q. 리틀 머메이드가 2.5주년 주인공이긴 한데, 사이드 스토리는 레비가 실질적 주인공이었고 'UNBREAKABLE SPHERE'은 '모리'가 실제 주인공 느낌이거든요. 완전히 첫 등장인데 어떤 영감을 받고 계획된 캐릭터인지 궁금합니다.

세이렌은 완성형 캐릭터라고 많이 부르거든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 스펙 모두 흠 잡을 데가 없는 캐릭터였어요. 그러다 보니 이 친구한테 시련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괴롭힌다거나 하는 게 사실상 좀 불가능한 상태, 말 그대로 '언브레이커블' 캐릭터였죠. 새로운 캐릭터로 '모리'를 투입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모리를 통해 '선함이 선함으로 보답받을 수 있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주요 배경이 되는 물거품도 뭔가가 다시 태어나기에 적합한 소재이기도 해서, 필드와 이야기뿐 아니라 모리의 콘셉트도 그렇게 정해진 것 같습니다.


Q. 라스트 킹덤 때 킬로와도 비교되는 포지션 같거든요. 예고 없이 처음 등장한 성장형 캐릭터고, 나약한데 결국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죠. 그런데 모리가 어떤 방향이든 더 감정 표현이 격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킬로와 비교할 때 어떻게 다른 성장 그림을 그린 건지 궁금해요.

킬로는 '탈로스'가 엄청난 버팀목으로 항상 옆에 있어서 그걸 자각하기만 하면 되는 캐릭터였죠. 그런데 모리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어요. 인큐베이터 스쿼드에 강제 배속당해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폐기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리가 타인에게 친절하다거나 호의를 비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까칠하고 가시돋힌 성격이 형성된 것 같아요. 또 이번 이야기의 전체 콘셉트가 미숙아 모리가 훌륭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게 되면서 이런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1부의 호불호를 2부에서 찬사로 만들어낸 성장형 캐릭터, 모리
1부의 호불호를 2부에서 찬사로 만들어낸 성장형 캐릭터, 모리

Q. 그만큼 모리의 감정 기복이 엄청 크더라고요. '니케' 캐릭터를 통틀어서도 이 정도로 감정이 격하게 변화하는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특별히 성우분에게 소통을 하거나 대본에서 요청한 것이 있을까요?

아까 레비 더빙 답변과 같아요. 준비 잘 된 사람들끼리 만나서 일을 하다 보니 결과물이 나온 케이스 같습니다. 그리고 대본을 작성하다 보면 앞에 지문을 써요. 이 대사는 이런 식으로 연기해 주세요, 라고. 

거기에서 모리는 '울먹이며, 울며, 호소하며, 짜증 내며'... 이렇게 극단적인 감정을 지문으로 많이 쓰긴 했습니다. 그것을 성우분이 잘 캐치해서 소화해주셨고요.


Q. 이번에 인상적인 대사로 '애정을 받은 아이들은 먼저 포기할 수 없다'를 꼽고 싶거든요. 미하라-유니나 신데렐라-에이브처럼 과거 주요 스토리에 나온 듀오들과도 다 연결되는 것 같아요. '니케'에서 자주 보인 관계이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좀 주는데,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한다면?

니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관계긴 하죠.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유니와 미하라 관계와 비슷한 쪽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성애가 베이스로 깔려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헌신하고 잘해주려고 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죠.

차이점이라면 유니와 미하라는 서로가 완전히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다음에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고, 세이렌과 모리는 그래도 서로 좀 둥글둥글한 느낌이라서 잘 융합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차이가 있겟습니다.

기자 개인 선정 '2.5주년 최고의 파트'를 만들어낸 모리와 유니 듀오
기자 개인 선정 '2.5주년 최고의 파트'를 만들어낸 모리와 유니 듀오

Q. '니케'에서 애정을 갈구하는 대표 아이콘이 '도로시'죠. '다시 사랑받고 싶으니까'라는 유명 대사도 연상이 됐거든요. 과거 애정을 주던 사람을 잃으면서 작품 면에서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완성된 셈인데, 도로시가 그 파트너를 잃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다른 모습이 됐을지 상상해본 적이 있을까요?

네, 망상은 언제나 하고 있어요. 이런 관계 자체가 딱히 의도를 하고 쓴 건 아닌데, 결국에 니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사람에 의해 치유받을 수 있고, 반대로 사람에 의해 굉장히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들을 캐릭터 관계 속에 깔고 있죠. 도로시도 피나를 잃지 않았다면 지금쯤 스노우 화이트, 라푼젤, 홍련과 같이 퀸을 잡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있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겁니다.


Q. 이번 스토리에서 감정 기복을 크게 보인 또다른 인물이 유니인데요. 몸에 얽힌 괴로움 말고도 내면 트라우마, 동시에 속죄 의식 같은 것들이 전면에 나오죠. 워드리스 사이드 스토리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와 '세탁 아니냐'는 정반대 반응이 동시에 나오는 오묘한 위치였는데, 그 내면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유니는 어쨌든 '어린애'라고 생각해요.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죠. 용서받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죄를 지은 어린아이가 어떻게 죄의 무게를 느끼는가, 그리고 속죄라는 무거운 단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속죄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갈 것인지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속죄는 누군가가 '너는 이제 속죄되었다'고 해주는 게 아니죠. 본인이 스스로 내가 지금 속죄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유니가 이제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쪽으로 역할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

 


■ "지엔, 그리고 DEEP의 비밀은..."

매일 마주치는 레벨 업 재화의 설명이 이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매일 마주치는 레벨 업 재화의 설명이 이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Q. 이번에 더 풀린 단서 중 가장 흥미로운 건 니케 랩쳐 코어 공존이었는데요. 꾸준히 쌓여온 이야기긴 하지만, '코어 더스트' 언급이 툭 튀어나올 때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거든요. 유저들이 게임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소중하게 써온 아이템이죠. 정말로 게임 초기 개발부터 다 의도하고 설정에 넣어둔 건가요?

네, 이제 대부분이라는 말을 잘 안 믿으시긴 하지만, 확실히 예전부터 준비가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설정을 짤 때 기본 개념만 잡고 세세한 것은 진행하면서 붙이는 것을 선호하는데, 코어 더스트와 '하모니 큐브'는 미리 계획이 잡혀 있었습니다.


Q. '지엔'이 이제 스토리 메인급으로 올라섰다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빌런들에 비해서도 절대적인 악인이자 사이코패스 느낌이 강하고, 기술적 영향력이 엄청난 데 비해 등장이 늦은 편이기도 한데요. 언제부터 준비해온 캐릭터인가요?

출생부터 표면적으로 드러날 수 없는 캐릭터인 만큼 등장은 처음부터 늦을 계획이긴 했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좀 더 늦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원래 계획은 슈엔 힘이 좀 빠지기 시작할 때, 즉 메인에서 에닉에게 혼꾸멍이 난 뒤 투입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당시는 레드 후드 쪽이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해서 좀 미뤄졌고, 최근에야 등장이 가능하게 됐죠.


Q. 슈엔과 지엔의 관계, 혹은 그들의 과거나 미래 이야기는 어떨지 조금 예고할 수 있을까요?

슬슬 얼굴을 드러내는 느낌이 된 것 같습니다. 둘의 뒷이야기를 지금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누가 봐도 같은 편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죠. 그렇다고 철천지 원수처럼 서로를 죽일 듯 잡아먹으려 할 것이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을 거예요. 혈연으로 엮여 있다 보니 인간적인 측면에서 격돌하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딥(DEEP) 떡밥도 점점 구체화되는데요. 미하라 코어 보호막을 풀 때 언락 코드로 DEEP이 나오고 라피와 레드 후드 코어에도 DEEP이 관여했죠. 반면 라스트 킹덤에서는 킬로와 탈로스 코어가 그런 과정 없이도 반발 효과가 상당히 크게 나왔는데, 정확한 차이점에 대해 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킬로와 탈로스는 말 그대로 물리적인 강제 연결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물리적으로 케이블을 연결해서 코어 반발 작용을 일으켜 엄청난 힘을 얻은 케이스입니다. 사실상 예전 라피가 사용하던 레드 후드 모드와 똑같은 원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미하라나 현재 라피는 완벽하게 공명, 혹은 융합이 된 상태라 안정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킬로와 탈로스 경우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고요. 라피와 미하라도 로우 리스크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비교적 많이 안정적이고, 대신에 낼 수 있는 힘도 거거에 비례해 조금 약하다 정도입니다.

 

Q. 지엔은 언락 코드 DEEP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사용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리고 마나 이벤트 일러스트 속 MMR 최심부에 'DEEP'이라는 글자가 보여서 여러 추측이 나돌기도 했고요. 이제 MMR과 DEEP이 확실히 연관 있다고 보면 되는 걸까요?

네, 연관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해서요. 굉장히 깊게 연관이 되어 있을 거고, 더 힌트를 드리자면 MMR의 전신이 종교에서 파생됐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그것까지 같이 엮어서 생각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3주년, 세 글자로 표현 가능합니다."

Q. '니케' 주년 이벤트 스토리는 항상 진지한 편이었죠. 그래도 어느 정도는 유머도 툭 튀어나오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했는데, 이번 2.5주년은 정말 한 마디 유머 없이 진지하더라고요. 일부러 이런 식으로 표현하려 했는지,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인지 궁금하네요.

글 쓰는 분의 성향 차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그런 헛소리를 집어넣는 편이에요. 반면에 이번 시나리오를 맡으신 분은 그쪽과 좀 거리가 멀긴 합니다. 진중한 분위기를 쭉 끌고 가는 것에 굉장히 능숙하신 분이죠. 유머 쪽 욕심을 안 내신 건 아닌데, 여러 번 R&D해본 결과 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Q. '승리의 여신'은 게임의 부제이기도 한데, 최근 스토리마다 이 키워드가 가진 의미와 무게감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이 승리의 여신이란 결국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지 개인적인 생각을 좀 듣고 싶네요.

'우상'이라고 생각해요. 외부로 보이는 것이든 내면이든 각자 강함이 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서 그 영향을 받는 다른 사람들조차 성장해서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를 만들어주는 열쇠가 '니케'에서 말하는 승리의 여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최근 이벤트 스토리에서 존재감을 빛내는 주연들이 다양화됐다는 느낌도 들거든요. 대부분 평가도 좋고.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더 풀어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캐릭터를 뽑는다면?

이건 정말 개인적인 답변인데, 리버린-프레자일과 해머링-드릴리 이야기를 너무 쓰고 싶어요. 당장은 마땅한 창구가 없어서 기회만 보고 있습니다. 소시민이 거대한 사회의 흐름에 막 휩쓸려 다니는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이 4명 캐릭터가 아주 적합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해서 욕심이 많이 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한 내용 속 묘한 귀여움으로 활약해준 일러스트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한 내용 속 묘한 귀여움으로 활약해준 일러스트

Q. 저도 모리의 2부 대사 중에 '착한 사람은 언젠가 보답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달라'에서 해머링 생각이 났는데요. 사실 '니케' 세계관에서 그게 쉽지 않잖아요. 앞으로는 권선징악 쪽으로 스토리 방향이 많이 갈 거라고 기대해도 될까요?

네, 저는 언제나 그랬지만 권선징악이 세상의 진리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을 언제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하반기 3주년도 벌써 기대하는 유저가 많고, 형석 디렉터님도 예전 개발자 노트에서 '3주년이 정말 대단할 것'이라고 굉장히 강조해 말한 적이 있었죠.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스포일러 없는 선에서 최대한 기대를 더할 힌트를 듣고 싶네요.

열심히 구상 중이고 윤곽은 잡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씀을 드린다면... '어셈블'이라고 한 마디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세 글자로 정말 강렬하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5주년 스토리를 즐긴 지휘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부탁합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벌써 2.5주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요즘처럼 양질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기에 저희 게임을 계속 사랑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휘관님들이 쏟아주신 시간과 사랑을 배신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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