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다시 쓰기 위한 '아름다움'의 이야기
피폐하고, 절절하며, 그만큼 울림이 있다. '니케' 주년 스토리의 전통이다. 그리고 이번 맛은 더욱 진하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2주년 기념 이벤트 스토리 '올드 테일즈(OLD TALES)' 2부를 업데이트했다. 신규 필그림 니케로 등장한 '신데렐라', 그리고 '그레이브'의 과거 서사와 숨겨진 비밀을 다룬다. 1주년 이벤트 'RED ASH' 내용의 다른 관점이자 후속 이야기다.
"즐거운 N주년 축제라고 하셨잖아요", 이 말은 '니케'에서 이맘때마다 농담 섞어 나오곤 한다. 반년 단위로 찾아오는 애니버서리 이벤트 스토리는 최고의 퀄리티로 늘 찬사를 받는다. 매우 개방적인 캐릭터 외형과 노출에 끌려 들어오기도 하지만, 깊은 이야기와 가슴 울리는 대사에 많은 유저가 눈물을 흘리곤 한다.
'OLD TALES'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역대 주변 이벤트 가운데서도 가장 어둡다. 그리고 과거 스토리를 아는 유저라면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인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연출 속, 뒤틀린 이야기를 새로 쓰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다.
※ 니케 'OLD TALES' 2부까지의 스포일러 포함
이번 이벤트는 미니맵 이동부터 상상 이상의 볼륨을 자랑한다. 디자인 역시 거울을 형상화해 아름답고, 스토리 전개에 따라, 신데렐라 내면 세계에 따라 맵 색채와 형태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기술이 더욱 발전했다. 비록 색깔에 따라 유실물을 찾을 때 눈이 아프다는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신데렐라의 비극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심리 변화 묘사, 그리고 '에이브'의 매력적인 성격이 더해지면서 둘의 서사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반 년 단위로 꾸준히 등장했지만 더 깊은 캐릭터성이 드러난 '오스왈드'도 이번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다.
1부가 끝없는 절망 속에 끝났다면, 2부는 그 절망 속 '아름다움'을 찾아가며 감정이 치솟는다. 랩쳐들의 수장 '퀸'을 상대하러 우주 스테이션까지 향하고, 처치에 실패하지만 유의미한 타격을 남긴다. 2주년 특별 방송을 우주 발사 테마로 잡은 이유, 신데렐라가 위성에 팬 메시지를 담아올린 이유가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다.
침식을 심은 원흉이 누구인지에 대해 반전은 없었다. 1부에서 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알려준 단서가 그대로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의도가 이해되기도 한다. 정체가 전체 줄거리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었고, 그것을 알고 보더라도 강렬한 장면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니케'에서 복합적인 면모 없이 순수하게 미치기만 한 악역은 극히 드물다. 그런 인물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신선하기도 했고, 광기 어린 더빙 연기가 분위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결정적 순간마다 펼쳐지는 성우들의 열연도 이 게임의 주요 강점이다.
또다른 강점인 대사의 맛도 최대한 살아났다. 아주 자극적인 사건들을 소재로 썼고, 영웅 서사보다는 인간적인 심리를 주로 다룬다. 거기서 자칫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생동감 넘치고 간결한 말로 중심을 잡았다. 대사 하나하나 꾹꾹 눌러 쓴 흔적이 느껴진다.
특히 신데렐라와 에이브가 말하는 승리의 여신, 관객 등의 단어는 게임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여운을 남긴다. 메인 스토리 32챕터부터 다시 돌아보면 더 증폭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무려 100년 시간을 앞뒤로 잇는 매개체들이기 때문이다.
세계관을 둘러싼 핵심 '떡밥'들은 일견 흥미롭게 해소되기도 하고, 더 큰 의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전투 신에서 '퀸'으로 추정되는 것에 제조 로고처럼 적힌 'Q-001'은 마치 인위적으로 '제조'됐을 때 나타나는 흔적이다.
랩쳐의 탄생과 습격이 인간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이 더욱 힘을 받는다. "랩쳐의 초기 침식은 인간이 해석 가능한 코드였다"고 나온 말도 향후 큰 복선이 될 수 있다. 니케에게 탑재되는 님프에 작용하는 침식이 사고 전환과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 텍스트도 있었다.
스테이션의 폭파 장면, 그 이후 최초이자 최강의 니케인 '릴리바이스'가 수명을 다하는 장면이 교차된 것도 앞으로 핵심을 건드리게 될 수수께끼다.
퀸은 신데렐라와 대결 이후 지상으로 떨어졌을 것이고, 이후 각종 콘텐츠에서 릴리스의 바디와 머리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 1.5주년 'LAST KINGDOM'에서 나온 정보와 결합하면 랩쳐와 퀸에 대한 퍼즐이 슬슬 상당 부분 풀려나갈 가능성을 갖춘다.
'니케' 2주년 업데이트는 여러 잡음도 있었다. 신데렐라 전투 버그는 논쟁이 계속되며, 미니게임은 스토리 면에서 명장면도 있지만 너무 길고 복잡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몰입감을 자아낸 스토리를 향한 분위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니케'의 스토리 평가는 꾸준히 좋았지만, 최근은 그 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남기고 있다. 최근 34챕터까지 공개된 메인 스토리는 다시 정점을 향해 달렸고, 사이드 스토리 'WORDLESS' 등 여러 콘텐츠에서 다양한 인물을 통한 감동을 자아낸다.
'OLD TALES'는 14일 에필로그 파트를 업데이트한다. 에이브가 현재 시점 모습을 가지게 된 이유, 신데렐라를 되찾아 떠돌게 된 이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이라면, 한 줄기의 희망을 미래에 남기는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생긴다. 이제 오래된 동화의 마지막 한 페이지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