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LESS', 아픔으로 속죄하고 연결되는 두 니케의 이야기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가 2주년을 앞두고 두 번째 사이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워드리스(WORDLESS)', 게임 초반부터 등장했던 유니와 미하라의 뒷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무거운 이야기로 가득한 '니케' 속에서도, "가장 불행한 캐릭터 스쿼드가 어디냐" 물었을 때 한 손에 꼽히는 곳이다. 그만큼 일말의 웃음 코드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미하라와 유니의 워드리스는 본래 Wardress(여간수)를 뜻하는 스쿼드명이다. 이번 사이드 스토리 제목은 일종의 언어유희다. 신체적인 '고통'과 얽힌 능력으로 목표를 구속하던 두 명의 니케가, 이제는 '언어'를 주제로 마음 속 고통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다.

※ 메인 스토리 및 'WORDLESS' 관련 스포일러 포함

 


■ 속죄와 고통, 그리고 소통의 이야기

'니케'는 좋은 스토리로 알려진 여러 서브컬처 게임 가운데서도 특출난 분야가 몇 있다. 우선 대사가 짧고 명료하다. 설정을 길게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러면서도 내용 이해가 쉽고 임팩트도 강하며, 유머 센스도 준수하다. 스토리가 폭넓은 취향을 아우르는 이유다.

또 하나는 '군상극'이다. 모두가 같은 뜻으로 적에 맞서는 왕도적 전개가 아니다. 각기 다른 서사와 가치관이 맞물려 사건이 진행되고, 각자 당위성을 가진 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래서 몇몇 캐릭터는 유저마다 해석과 호오가 극명하게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유니는 방주 사상 최악의 인명 참사를 일으킨 니케다. 동시에 무수한 비극을 겪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어느 지점에 눈길을 더 주느냐에 따라 캐릭터 이미지가 다르다. 사이드 스토리 예고부터 호기심과 걱정이 엇갈린 이유다. 

결과적으로, '니케' 서사는 절대로 유니의 죄를 미화하거나 온전히 용서하지 않았다. 불호 의견 유저조차도 경악할 정도로 잔인한 처벌을 실행한다. 끔찍한 구속구에 갇힌 채 병기 겸 실험체가 되며, 언어 능력도 잃는다. 

다만 유니는 미하라에게 반드시 전하고 싶은 한 마디 말이 있었다. 그 한 마디가 무엇인지 미하라가 과거를 통해 알아나가는 과정이 이번 스토리의 큰 줄기다. 전투도, 유머도, 자극적 사건도 없지만 서로 교차하는 감정선으로 인해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 그 말이 의문이자 정답인 이유

유니가 필사적으로 남겼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다시 연결짓는다. 적어도 미하라에게 저지른 죄만큼은 용서받을 수 있었다. 미하라가 세상의 전부였던 유니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구원이다. 

역설적으로, 그밖에 인류에게 저지른 죄는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죄를 나눠 들겠다는 미하라의 의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이들의 말을 연결짓는 '마나', 인성이 뒤틀렸지만 내면 한켠에 언제나 애착을 가진 '슈엔'의 캐릭터성이 촘촘히 연결됐다.

결국 밝혀지는 유니의 한 마디도 설정을 너무나도 잘 했다. 사과나 감사 같은 무난한 말이었다면 분위기가 식었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 자신의 손으로 쏘고 만 미하라의 '머리', 오직 둘만이 나눌 수 있던 교감 요소 '아픔'이 모두 들어간 말이었다. 

그래서 유니와 미하라의 서사가 한 마디에 응축될 수 있었다. 유니는 점차 심리가 무너지면서도 순수함만은 끝까지 유지한 입체적 캐릭터다. 그래서 진심을 담은 말은 '의문'이 섞여야 했다. 시나리오 팀이 유니와 미하라의 감정에 대해 철저하게 오랜 고민을 해왔다는 것이 온전히 느껴진다. 

결국 이들이 언어를 교감하는 장면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속에는 슬픔이나 감동이 섞일 수 있다. 누군가는 불쾌감을 느낄지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유저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곧 그만의 해답이라는 점이다. '니케' 스토리는 그 가치관에 대해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므로.

"우린 서로를 고통스럽게 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낄 거야."

미하라의 이 대사는 모든 인간관계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 고통 없이 맺어지는 관계는 없다. 모든 감정은 통증이 따라오고, 그를 통해 한 걸음씩 성장한다. 워드리스는 게임 출시 전부터 지금까지 치밀하게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설계된 스쿼드가 아닐까.

24챕터 이상 플레이한 뒤라면 내용 이해에 지장이 없지만, 기왕이면 26챕터까지 스토리를 본 뒤 천천히 감상을 권한다. 큰 줄기의 서사가 완전히 마무리된다는 특징도 있고, 무엇보다 그 지점에서 전하는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욕심을 낸다면, 앞으로 슬슬 '해소 국면'도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번 중요 스토리마다 새로 등장하는 '떡밥'이 워낙 많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나타난 슈엔의 이복 언니 '지엔', 방주가 저지르는 니케와 랩쳐의 융합 실험 등.

이미 단서와 단서를 연결하면 추측 가능한 부분도 상당히 많지만, 앞으로는 시원하게 풀려나가는 내용을 자주 보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크로우가 훗날 어떤 처분을 받을 것인지도 더욱 궁금해진다. 

'니케'는 이제 26일 2주년 특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사이드 스토리로 멋지게 예열에 성공했고, 이제 다시 세계관 속 핵심 이야기로 돌아올 차례다.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여기서 들려올 말에 집중될 듯하다. 지금까지 실망시킨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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