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성 난도 최상, 섬세함으로 성공한 새로운 작가진
걱정을 깔끔하게 벗어던지는 결말이었다.
7일, '승리의 여신: 니케' 2.5주년 이벤트 'UNBREAKABLE SPHERE' 스토리가 에필로그를 통해 마무리됐다. 픽업 캐릭터로 등장한 '리틀 머메이드(세이렌)'와 '미하라', 그밖에 '유니'와 새로운 캐릭터 '모리'를 중심으로 한 무겁고 애틋한 이야기가 호평을 받았다.
'니케'는 국내에서 서브컬처 게임 중 두 번째로 많은 유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이다. 일본과 서구권 등 해외 지역에서도 메이저에 속한다. 자극적인 캐릭터 표현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와 그에 부응하는 인게임 퀄리티가 대표적인 롱런 비결로 꼽힌다.
2.5주년 스토리는 '니케' 중에서도 색다른 특징을 다수 가졌다. 그동안의 호평 공식을 크게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낯선 느낌은 기우에 불과했다. 게임이 늘 상징해온 의미를 더욱 디테일하게 살렸고, 어떤 방향에서는 더 깊은 무게감을 가진 이야기가 완성됐다.
■ 쓰기 너무 어려운 스토리, 완벽한 감정 묘사로 성공
직접 시나리오를 맡아야 한다고 이입을 해보면, 이번은 역대 주년 이벤트 중 재미 살리기 난도가 가장 높았을 스토리다. 갓데스 스쿼드 멤버들처럼 익숙한 '치트키'도 없고, 웅장한 과거 이야기도 아니다. 특수 랩쳐 '글러트니' 근처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려줄 만한 감초도 없다.
70년을 혼자 지내온 리틀 머메이드에게 워드리스 스쿼드의 미하라-유니가 엮어들고, 무능력한 니케 모리가 이야기에 관여하게 되면서 성장해가는 전개를 그렸다. 이들의 서사는 예상치 못한 관계로 맺어졌고, 문장과 대사 하나하나가 각자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여운이 남는 감성극이 연출됐다.
그 결과, 역대 주년 이벤트 중 가장 작은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유저 마음을 울리되, 신파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 애정과 속죄가 교차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는 각 캐릭터들의 매력도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됐다.
■ 왕도적 전개 속에 터져나온 의외성
감정과 서사 디테일에 집중한 스토리인 만큼, 핵심 줄기가 역동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재와 단서가 계속 등장하며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세계관 전체 이야기의 개연성도 더하면서 더욱 퍼즐을 맞물리게 만드는 효과도 낳았다.
메인 스토리에서 길게 밑작업을 해온 'E2 크리스탈'이 결정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라피 신년 이벤트에서 파편처럼 등장한 코어의 비밀과 'DEEP'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맞물렸다. 코어 단서는 M.M.R 전신인 종교단체 VTC와도 연결되면서, 열쇠 두어 개만 더 나오면 술술 풀려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진전이 있었다.
그밖에도 유저들이 가장 소중하게 쓴 성장 재화 '코어 더스트'에 얽힌 비밀, 유니와 모리의 극적인 동질감, 에필로그에서 정신을 확 들게 만드는 전환점 제시까지. 여느 때보다도 스토리 몰입을 제대로 끌어올리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 또다른 메인급 작가의 탄생
그동안 메인 스토리, 주년 이벤트 스토리는 정재성 시나리오 팀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2.5주년은 이례적으로 오래 함께 일해온 다른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정 팀장 역시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니어 오토마타 콜라보부터 시작해 홍련 이벤트 'NEW YEAR, NEW SWORD', 사이드 스토리 'WORDLESS'와 'MUDFISH' 등. 니케 스토리를 오래 본 유저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력이다. 절절한 심리 묘사와 섬세한 구성 및 상징을 무기로 매번 찬사를 받아온 작가다.
게임 최대 규모 스토리를 함께 맡아줄 라인업이 늘어난다면, 앞으로 업데이트 질과 양에서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다. '니케'의 모든 콘텐츠는 언제나 스토리를 기반으로 움직여왔다. '어셈블'이 예고된 3주년, 그 이후에도 유저들을 즐겁게 만들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