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저층, 장기적 IP, 시뮬레이션 노하우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길게 키워나갈 수 있는 카드가 완성됐다. 

크래프톤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가 얼리액세스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보완에 한창이다. 출시 직후 연이은 핫픽스로 구동 안정성과 플레이 편의성을 올렸고, 조명 업데이트로 체감 그래픽을 더욱 올렸다. 이어 5월 모드 지원 등 로드맵 실현이 예고되면서 기대가 더욱 커진다.

갑작스럽고 무모하다. 이것은 '인조이' 최초 발표 당시 업계 일각에서 나온 반응이다. 개발 난이도 최상위 장르다. 국내에 인생 시뮬레이션 개발 노하우를 보유한 인력은 0에 가깝다. 그리고, '심즈'라는 거대한 인생 게임 대명사와 인지도 싸움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인조이는 스팀 얼리액세스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을 팔았다. 한국 게임 역사상 없었던 출시 초기 글로벌 판매 기록이다. 전 세계 유저들에게 퀄리티로 눈도장을 찍었고, 가능성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어려운 작업을 성공한 만큼, 크래프톤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상도 크다.

■ 완전히 새로운 유저층

크래프톤의 간판이자 사업 뼈대는 '배틀그라운드' IP였다. 멀티플레이 배틀로얄 슈팅 장르 게임으로, 슈터와 경쟁을 즐기는 전 세계 유저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중화권 및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지금도 조 단위의 매출을 끌어모으고 있다.

흥미롭게도, 인조이는 정반대다. 철저하게 싱글 플레이인 인생 시뮬레이션이며, 홀로 즐기는 힐링과 창의적 시도 및 섬세한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또한 서구권과 제3권역 등 다양한 대륙에서 선호도가 높고, 여성 유저 비중도 유의미하게 큰 장르다.

두 IP의 선호 계층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큰 재산이다. 서로 유저가 손실될 위험이 없고, 흥행은 온전히 새로운 영역의 확장으로 돌아온다. 거기에 기존 '심즈' 시리즈 외에는 새로운 경쟁작이 들어오기도 힘든 환경이다. 

커스터마이징에 자신 없어도 능력자 유저들의 창작물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에 자신 없어도 능력자 유저들의 창작물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 장기간 키워나갈 수 있는 신규 시리즈

개발 관점에서 인생 시뮬레이션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단점은 제대로 된 완성까지 끝없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고려해야 할 상호작용 경우의 수는 지극히 많다. 최적화도 힘들다. 인조이는 여기에 실사형 그래픽까지 얹었기 때문에 모델링 관리 영역도 넓을 게임이다.

장점은 성공적으로 완성해나갈 경우 얻을 수 있는 영향력이다. DLC 및 업데이트마다 계속 플레이가 이루어지고, 세상을 살면서 경험할 수 없는 어떤 요소든 유연하게 추가가 가능하다. 콜라보나 오프라인 연계 등 문화적인 행사를 마련할 여지도 무궁무진하다.

인조이 얼리액세스는 약 1년 정도 예정이지만, 게임을 키워나가고 유저를 모으는 과정은 10년 이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크래프톤에게는 오래 운영하고 가꿔나갈 원석이 생긴 셈이다. 아직도 보완할 점이 많았지만, 초기 반응만으로 잠재력이 크게 열린 이유다.

■ '시뮬레이션' 장르 개발 노하우 개척

한국에서 싱글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을 완성한 경험은 지극히 귀하다. 인조이 역시 김형준 디렉터를 비롯한 다수 인력은 MMORPG 개발 경험이 주력이었다. 출시 전 우려가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결국 완성했고, 장르의 기본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좋은 초기 평가를 받고 있다.

불모지에 가까웠던 시뮬레이션 장르 노하우는 활용 여지가 크다. RPG, 슈팅에 이어 글로벌 게임계에서 대중 저변이 높은 분야다. 또한 한국 게임계의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 강점이 결합되면서 온라인 시뮬레이션 분야에도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 게임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벽으로 '경험'이 꼽힌다. 오랜 기간 RPG 개발에 몸담은 개발자가 많고, 새로운 장르 개발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크래프톤은 그 벽을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부쉈고, 이는 장기적으로 신작 개발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인조이가 배틀그라운드만큼 막대한 매출을 안겨줄 IP는 아니다. 정식 출시까지는 4만원 대 가격의 본편 구매가 끝이고, 추가 콘텐츠 판매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퀄리티, 경쟁작보다 훨씬 부담 없는 BM을 약속하면서 전 세계에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새로운 IP와 영역 개척이 필요했고, 인조이는 그 조건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로드맵대로 무료 업데이트가 이어진다면 콘텐츠 걱정도 없다. 장르 구도를 흔들고 유무형의 자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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