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부터 조짐 보인 흔들림, 이번 에피소드가 비판 나오는 이유
나머지 분야는 워낙 만족... 이야기 매력만 회복한다면

이번 감상을 요약하면, 짧고 가늘었다.

호요버스 '젠레스 존 제로'가 1.5 버전 '반짝이는 이 순간'을 22일 업데이트했다. 동명의 스페셜 에피소드가 이번 버전 핵심 스토리였고, 주연으로 등장하는 '아스트라'와 '이블린'도 매우 큰 공을 들인 캐릭터다.     

만듦새 자체에 문제는 없다. 뉴에리두 최고의 가수 아스트라는 강렬한 연출과 성능으로 매출 흥행을 이끌고, 후반부 픽업으로 등장할 이블린은 비주얼부터 모든 팬심을 잡아끈다. 23일 앱스토어 일본 매출 1위와 한국 2위는 이런 뜨거운 호응을 반영한다.

그런데 업데이트 콘텐츠를 즐긴 유저들의 분위기가 조금은 냉랭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번 버전에 공개된 스토리는, 최대한 순화해 표현하자면 '산만했다'.    

스페셜 에피소드라 분량이 간단해서 문제였다고 하자니, '언더커버 R&B'나 '버추얼 리벤지'는 꽤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한 번의 실수로 치부하기에도 2개 버전 연속으로 실망스럽기에 우려가 생긴다.

■ 배경 주체, 시점 주체, 관계성 방향, 해결 키워드가 모두 다른

스토리 발생 배경은 아스트라의 소속사와 과거 슈퍼스타 요란 드 윈터에 얽힌 과거다. 플레이 시점 중심은 이블린의 이중적 상황과 과거다. 극을 전개시키는 동기는 이블린과 아스트라의 밀접한 관계성이다. 사건 최종 해결은 아스트라의 무대와 노래로 끝난다.

이렇게만 요약하면 연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게임 내 이야기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는 입장에서 알 길이 없다. 서로 각자의 극을 펼치다가 사전 정보에 없던 돌발적인 장면이 계속 나타나면서 전개된다.

게다가 결말은 어떻게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모든 분쟁과 추락 위기과 노래 연출로 정리되는데, 그동안 쌓아온 단서와 인물들 서사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슈퍼스타의 음악이 모든 것을 화합시키는 것은 흔히 쓰는 기법이지만, 이것이 아무 근거 없이 나오면 유저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 사실, 1.4부터 조금 불안했다

언제나처럼 연출은 최고다. 무대를 중심으로 한 변화와 음악 표현, 새해를 맞이하며 뉴에리두 상공을 수놓는 영상미는 이들이 최고의 아트워크를 보유했음을 되새기게 한다. 다만 그 내용이 별로이기에 감동이 상쇄된다. 

중국의 춘절에 맞춰 "꼭 콘서트와 노래를 테마로 지금 시기에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자"고 미리 정해놓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 느낌도 든다. 

이것은 1.4 메인 스토리 5장에서 느낀 불안감과도 비슷했다. 당시에도 세계관 핵심 캐릭터 '미야비' 출시와 함께 "지금쯤 어셈블 연출을 강렬하게 보여야 한다"고 단정지은 뒤, 뭔가 부자연스럽게 그동안 진영 캐릭터들을 엮어낸 흔적이 많았다. 

그래서 상대 보스에 대한 당위성과 서사는 약했고, 아군과 적의 위력 차이도 너무 났기에 긴장감도 부족했다. 물론 미야비의 강함과 매력, 게임 편의성 대격변 덕에 급반등에 성공한 버전이지만 이야기의 힘이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은 지우기 어려웠다.

이때는 정말 칭찬할 거리가 많았다
이때는 정말 칭찬할 거리가 많았다

■ 돌이켜보면, 1.3까지는 내러티브 우상향이었다

지금 와서 의미 없게 됐지만 비화를 말하면, 다음 버전까지 준수할 경우 스토리 칭찬 기획을 따로 할 예정이었다.

기본적으로 젠레스 존 제로 시나리오는 강점이 많다. 다른 중국 게임들처럼 난해한 고유명사와 개념을 억지로 때려넣는 일이 거의 없다. 일상적인 지점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큰 이야기로 향하는 전개가 여느 게임보다도 부드러웠다. 

당시 메인스토리 4장까지 전개도 그랬다. 1.2에서 칼리돈의 자손 소속 에이전트들이 빛나는 개성과 케미를 자랑했고, 그것을 흥미로운 전개로 끌고나가 보스전과 이후 연출까지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간단한 장면을 통해 거대한 세계관 속 비밀을 살포시 흘려주는 장치까지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게임 시나리오의 기본기는 여전히 갖추고 있다. 한 진영의 내부를 다루는 서사는 실패한 적이 없다. 그 점이 이번 스페셜 에피소드에서 조금 깨졌지만,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공식을 알고 있는 곳이다. 

그래도 이번 스토리에서 이블린의 화려한 액션만큼은 건졌다
그래도 이번 스토리에서 이블린의 화려한 액션만큼은 건졌다

■ 현재, 스토리만 정상화되면 "바랄 것 없는 게임"

2개 버전 스토리 연속 혹평은 서브컬처에서 절대 좋은 징조는 아니다. 다만 지금의 젠레스 존 제로에서 치명적인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버니스', '미야비', '아스트라' 등 매력적인 화제 캐릭터가 연달아 나오는 한편 전투에서 느껴지는 액션 맛도 초기보다 크게 늘었다. 콘텐츠 편의성과 게임 템포 역시 역대급으로 쾌적해졌다. 스토리 역시 캐릭터별 비화는 오히려 초기보다 완성도가 높다.

게임 순수 재미가 워낙 만족스럽기 때문에 현재 큰 불만까지 나올 일은 없다. 그래서 더욱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까지 메인은 막 하나의 큰 틀을 마친 상태다. 이제 조금 더 거시적인 내용을 파고들어가는 전개가 남았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전개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음 메인 스토리가 흔들리면 전체적인 서사와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에서 보란 듯이 회복하고 끈끈한 시나리오로 돌아오면서, 지금 지적을 기우에 불과하도록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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