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그 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 "큰 규모의 데이원 패치, 사후관리도 철저"
"데이원 패치로 많은 것이 바뀝니다. 출시 후에도 패치 이어가겠습니다."
라인게임즈 산하 레그 스튜디오가 개발해 12월 22일 출시하는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제품판 시연 및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회색의 잔영'은 '창세기전2'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개발한 창세기전 IP 첫 번째 리메이크 프로젝트다.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서 언리얼엔진4 그래픽을 구현했고,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와 새로운 전투 시스템을 결합했다. 다만 이달 공개한 체험판이 완성도 면에서 지적을 받으며 팬들의 궁금증이 커지기도 했다.
체험판 빌드는 지난해 2월까지 개발된 버전으로 나타났다. 레그 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는 "이후 개발 동안 최적화와 편의성 개선, 전투 UI와 밸런스 개선, 모험 모드 AI와 시스템 완화, 그래픽 3개 옵션으로 선택에 따라 선명하게 보이게 하고 광원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출시 이후 예정됐던 패치도 우선순위를 끌어올려 데이원 패치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필요한 커맨드가 메인 화면에서 다 보이도록 하고, 전투 가속 모드도 1.7배속 정도에서 기본 상태가 1.6배, 가속은 2배속까지 올라가도록 했다.
Q. 체험판 공개 후 많은 지적을 받은 것 같다. 어느 시점까지 개발한 빌드였나?
올해 2월 마감한 빌드였다. 그 당시 잘 돌아갈 수 있는 옵션으로 타협했고, 지금은 최적화를 확보해 다시 퀄리티를 올렸다. 최적화는 지금도 계속 개선 중이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도 걱정이 커진 상태다. 비공개 시연을 제외하면 일반 유저에게 실제 게임을 처음 보여드린 것인데, 우려가 많이 나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Q. 시기상 검증이 목적인 체험판인데, 가장 최근 빌드가 낫지 않았을까.
세이브 데이터가 연동되는 체험판을 만들려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빌드 준비 과정이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 스팀 등 게임은 얼리액세스도 가능하지만, 닌텐도 스위치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2월경에 빌드를 한번 끊은 뒤에 일정대로 쭉 만들었다. 11월 빌드로 하기엔 12월 말 출시를 잡은 상황에서 체험판 검수를 하는 등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그 이유로 품질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Q. 개발에만 집중한 점이 독이 된 것 같은데, 더 일찍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면 어땠을까.
체험판 공개 뒤 그런 점을 많이 느꼈다.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시간을 많이 가져서 공개하고 미리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Q. 모험 모드에서 일반 적 전투가 너무 잦아서 템포가 느려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유가 있나?
모든 모험 전투를 다 하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심볼 인카운터이기 때문에 전투 여부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봤다. 전투가 끝났는데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이나 레벨업을 해야 SP를 채울 수 있던 문제는 완화했다. 또 상자를 열어 아이템을 얻자마자 장비하거나 바로 쓸 수 있게 하고, 인카운터 시 아군에게 더 유리하도록 변경해 스트레스를 크게 받진 않을 것이다.
원작은 굉장히 큰 필드에서 전투를 구역별로 했는데, 이동에 턴을 소모하기보다 여기저기 작은 구역이 있고 어느 쪽을 싸울 것인지 결정하는 등 플레이 상황에 따라 선택지를 주려 했다. 체험판은 그런 점을 느끼기 좋지 않았다. 난이도가 높았다고 생각해 난이도도 조정했다.
Q. 광원이나 텍스처 변화는 눈에 띄는데, 시인성은 아직 과제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추가 개선 로드맵은?
전투 UI 중에서도 R버튼을 누르면 상대 정보가 나오는데, 모르는 분들이 많아 기본 설정으로 바꿨다. 눈에 띄는 부분부터 우선순위를 둬서 개선했고, 출시 뒤에도 피드백에 따라 계속 패치할 것이다. 시인성 개선 역시 데이원 패치에 포함될 예정이다.
Q. 리메이크 개발 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
원작이 기억상실이나 무협식 전개 등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풀어냈는데, 요즘 플롯에는 잘 없는 것들이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고 생각해 요즘 기술로 포장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원작이 SRPG의 틀을 가지고 있으니 클래식 느낌을 더 전달했다. 게임 시스템이 장르에서 보편적인 이유도 그것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고, 다른 시리즈로 이어갈 때 시스템이 더 붙어가도록 생각하고 있다. 가능하면 IP가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밥을 먹을 때 반찬도 중요하지만 일단 밥이 잘 되어야 하지 않겠나. 밥을 잘 만들어보자가 우선 목표고 다른 반찬을 추가하는 식으로 만들어가려 한다.
Q. 원작 스토리에서 변주도 있나?
안타리아 팀에서 내용을 어느 정도 부드럽게 각색했는데, 큰 줄기와 결말은 같다. 원작은 24챕터 이후를 텍스트로 때운 부분도 굉장히 많은데, 그것도 초중반과 똑같은 밀도로 구현했다. 영화처럼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한 챕터씩 드라마 보듯이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완급이 그런 식으로 조절되어 있다. 다만 스토리를 완전히 바꿀 수 없으니 편의성 허들을 낮춰서 잘 플레이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Q. 캐릭터 장비를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은 없나?
창세기전은 워낙 등장인물이 많다. 엑스트라까지 합치면 200명 정도고, 클리셰가 겹치지도 한다. 체험판으로 라시드 30레벨을 만드는 분도 있던데, 아이템과의 조합을 연구한 뒤 나온 결과고 시스템으로 허용하긴 하지만 권장하는 플레이는 아니다. 챕터1 사라가 실피드라는 좋은 검을 쓰는데 원작도 넘겨주기가 된다.
내부에서도 고민했는데, 창세기전은 게임 시점이 워낙 많이 바뀌기 때문에 완전 케어는 불가능하다. 대신 유저가 원한다면 다른 쪽에서 아이템을 가져오는 식으로 여러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방식을 쓰는 대표적 게임이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다. 한 루트를 택하면 다른 경로 유닛들을 당분간 쓸 수 없지만 파츠 등 아이템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데, 창세기전도 캐릭터 게임 성격이 강한 만큼 비슷한 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멸살지옥검처럼 특수 무기는 아무나 쓰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Q. 출시판 용량은?
데이원 패치 포함해 14~15GB 사이가 될 것 같다.
Q. 차기 리메이크에서도 지금 화풍은 유지할 생각인가?
플랫폼 기종이나 여러 상황이 바뀔 수 있어서 다음 프로젝트를 무엇으로 할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시스템 면에서도 모험 모드는 간단 액션 게임에 가깝고 SRPG 전투가 따로 있는데, 성장 일부만 남기고 모험 모드 액션성을 크게 올리면 '서풍의 광시곡'처럼 다른 장르에도 쓸 수 있다고 본다.
Q. 캐릭터 모션도 개선사항에 들어갔나?
눈에 띄는 것들은 개선하고 있다. 시네마틱 외 부분에서 캐릭터가 너무 한 자리에 서 있다는 말도 있었는데, 제품판은 말할 때 상대를 바라보는 등 여러 케이스가 수정됐다.
Q. 성우 더빙 디렉팅이 아쉽다는 말도 있었다.
안타리아 팀이 디렉팅했는데, 취향이나 여러 복합적 이슈가 있을 것 같다. '창세기전2'는 성우 참여가 이번이 처음이다. 유저가 생각하는 캐릭터 이미지가 있을 텐데, 디렉팅 과정에서 현재 게임 분위기에 맞게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이올린의 무미건조한 말투도 캐릭터 서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 제국군을 죽여야 한다고 말할 때는 어조가 강하게 올라가는 등 여러 부분에 신경을 썼다. 성우 녹음은 특별히 불만이 없다.
Q. 스토리에 따라 특정 캐릭터가 각성해 완전히 다른 형태로 강해지기도 한다. 원작은 유저가 이미 육성해둔 스펙이 완전 무의미해지곤 했는데, 어떻게 처리되나?
원작의 전용 클래스는 있다고 보면 된다. 스토리에 따라 클래스 자체가 바뀌는 것도 구현했다. 기존 육성 스탯은 어느 정도 승계되고, 해당 전용 클래스 특징이 거기에 붙는 방식으로 했다. 예를 들어 GS는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레인저 스킬이 있는데, 기억을 찾은 뒤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되어도 레인저 스킬 중 일부는 붙는다.
Q. 데이원 출시 후 개선 패치는 어느 정도 주기로 할 계획인가?
시간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데이원으로 모든 것이 정리될 것 같진 않기 때문에 피드백 우선순위를 보고 대처하려 한다.
Q. 후반부로 갈수록 수많은 시점의 캐릭터들이 모이면서 감당 못할 파티원 숫자가 나올 것 같은데, 필요한 캐릭터만 성장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진 않을까?
솔직히, 너무 많아서 정리가 힘들긴 했다. 그래도 승급 재화가 있어 후반에 들어와 쓰기 어려운 캐릭터에게 주고 성장이 가능하도록 했고, 일부 아이템은 회차 플레이에서 계승된다. 회차마다 원하는 캐릭터를 구성해 쓸 수 있도록 배려했고, 특정 시점이 되면 다 모여서 자유롭게 성장시킬 수 있게 설계했다.
Q. 모험 모드에서 캐릭터 이동 속도가 느린 감도 있었다.
속도를 올리기에 로딩 등의 이슈가 있다. 다만 대시 입력이 잘 되지 않는 등 조작 문제가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완화했다. 대시 거리도 길게 했고 바로 연속해서 하거나 공격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백스탭은 완전 무적 판정으로 변경했다. 전체적인 플레이를 편하게 바꿨으니 전투를 편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Q. 모험 모드 조이스틱을 살짝 기울이면 어그로가 덜 끌리는데, 인게임에서 설명이 되지 않은 것 같다.
튜토리얼에 추가할 생각이다. 그밖에도 체험판은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데이원 패치에서도 설명을 더 추가하려 한다.
Q. 광범위하게 화제가 됐는데, 혹시 비판 중에서 억울한 부분은 없었나.
우리 역시 체험판을 보면서 예전 빌드라 퀄리티에 걱정하기도 했다. 걱정보다도 반응이 더욱 안 좋게 나온 것도 맞다.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전해주신 유저분들 의견은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향 지정이 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인데, 그 방향이 불편하다는 지적은 참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킬 안에 일반 공격이 있어야 하느냐 아니냐의 논쟁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얼마든지 수용할 여지가 있어 반영했다. 물론 누구든 안 좋은 말을 들으면 불편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Q. 그렇다면 수용할 수 없다고 느낀 피드백도 있었나?
'파이널 판타지 16'과 비교한 분이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다. 다만 큰 구조를 들어엎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시간을 들여 수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편의성이 대표적이고, 구조나 작업은 이미 준비해놓은 것들이다.
모험 모드에서 회복이 안 되는 것은 사실 내가 제안한 것이었다. 진입 전 인터미션이 중요하고, 파티 선택부터 정비한 뒤 전투를 다 끝낼 때까지가 하나의 플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드백을 보고 내가 잘못됐음을 깨달았고 빠르게 고쳤다.
챕터2 이올린 파티의 난이도도 의도는 있었다. 설정상 당시 그들이 절대 녹록한 환경이 아니다. 팬드래건 국가는 망한 상태고, 그 과정에서 함정에 걸려 도망치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팍팍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역시 피드백을 받고 고치기로 결정했다.
Q. 원작과 달리 전직이 없고. 기사 캐릭터들은 보유 스킬 차이도 크게 없어서 육성 자유도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혹시 원하는 스킬을 가져올 수 있는 선택지는 있나?
그렇게까지 하진 못했다. 다만 같은 클래스라도 캐릭터별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레인저 클래스는 장검과 석궁을 쓰는데, 설원에서 이동력이 높은 등 기본 스탠스 외에도 무기로 나눠지는 스킬이 있다. 같은 장검이지만 스킬이 여러 개가 있는데, 원거리와 보조형으로 캐릭터별 스킬을 나누려 했다. 같은 스킬이라도 캐릭터에 따라 배우는 레벨 시점 역시 조금씩 다르다.
Q. 플레이타임이 약 80시간이라고 했는데, 가속 옵션을 켜면 어느 정도일까?
시간을 재보진 않았는데, 그렇게 해도 70시간은 하게 되지 않을까. 프로젝트 초기는 4~50시간을 예상했는데 많은 것들이 붙었다. 확실한 것은 괘 많은 플레이타임이 될 것이다.
Q. 예전 빌드 체험판이다 보니 실망한 팬이 있을 텐데, 팬들을 위해 준비 중인 것들을 말해주자면?
좋아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분이 많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느꼈다. 체험판 역시 우리가 잘 못한 부분이 있었다. 실망하신 부분을 계속 개선하고 급한 것부터 계속 좋아지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출시를 앞두고 한 마디 부탁한다.
큰 사랑을 받는 IP라는 것을 안다. 체험판에 의한 걱정도 팀원 모두 알고 있다. 모든 분들이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도록, 일단 플레이하신다면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겠다. 좋은 피드백 많이 주시면 개선 방향을 계속 고민하도록 하겠다. 관심과 의견 받아 끝까지 잘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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