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레그 스튜디오, 다시 자회사로 편입... 12월 신작 2종 동시 전개
부담 있지만 위축되지 않는 투자, 긴 시간 준비해온 '창세기전' 하이배팅
라인게임즈가 12월 출시를 앞둔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개발사를 온전히 인수한다.
라인게임즈는 이달 15일 공시를 통해 '회색의 잔영' 개발사인 레그 스튜디오 주식 1,360만 주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투자액은 68억 원이며, 실제 취득은 22일 이루어졌다. 인수 방식은 출자전환 및 현금취득이다. 레그에 제공해온 대여금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금액은 현금취득을 통해 신주를 인수했다. 이로써 라인게임즈는 레그 지분 99.71%를 확보해 완전한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레그 스튜디오는 라인게임즈 산하 스튜디오로 '회색의 잔영'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20년 독립 법인을 세우고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서 개발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개발이 지연되고 2022년 기준 부채(170억)가 기업 자산(30억)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개발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라인게임즈 입장에서도 '올인' 의지가 느껴진다. '창세기전' IP의 가능성을 믿고, 리메이크작 '회색의 잔영'의 성적을 믿는 행보다.
'회색의 잔영'은 시리즈 흥행 시작을 알린 '창세기전2'를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재해석한 게임이다. 그래픽 수준과 전투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원작 스토리 및 설정은 최대한 살렸다. 추후 흥행 여부에 따라 외전과 '창세기전3' 등 다른 게임들의 리메이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라인게임즈는 새로운 흥행작이 절실하다. 2022년 연간 영업손실이 348억 원에 달했고,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 초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남은 개발작 가운데서도 '창세기전' 2종은 가장 관심도가 높은 신작이다. 마침 12월 비슷한 시기 출시하면서 화제성을 가져갈 요인은 생겼다.
레그 인수를 확정지은 이사회 결의일은 11월 9일이다. '회색의 잔영' 체험판 공개 일주일 전이다. 다만 체험판 평가는 좋지 않다. 특히 유저 편의성이나 최적화 분야에서 많은 지적이 나왔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체험판이 올해 초까지의 빌드라는 것. 이후 1년 가까운 추가 개발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 후반 단계에서 다듬게 될 완성도는 개선될 여지가 크다. 한정판이 조기 매진되는 등 팬들의 구매 의욕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정식 출시판 결과물이 좋다면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은 있다.
라인게임즈는 위축되지 않았다. 23일 조동현 전 넥슨코리아 본부장을 자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고, 산하 스튜디오를 향한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흥행 부진으로 쌓은 부담은 결국 흥행 역량 보강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기조다.
레그를 자회사로 재차 편입하면서, '회색의 잔영' 실적은 라인게임즈의 실적으로 온전히 잡히게 된다. 리스크도 높지만 리턴도 높다. 흥행에 실패할 경우 레그의 열악한 재정은 라인게임즈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결과로 다가온다. 반면 바라던 고평가를 성취한다면, 창세기전의 부활은 곧 라인게임즈의 부활이 된다.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타당하다. 라인게임즈는 창세기전 리메이크 초기부터 자사 내부에 IP 총괄 조직을 구축했다. '안타리아 팀'으로 명명된 팀은 과거 작품들의 설정을 집대성하는 한편, 자회사 미어캣게임즈에서 개발한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제작 검수도 함께 맡고 있다.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창세기전 부활 프로젝트를 준비한 만큼, 출시작들의 사업적 행보 역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회색의 잔영' 출시를 앞두고 개발사의 자회사 편입은 이제 본격적으로 짊어지고 갈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IP 부활과 차기 확장을 위해 필요한 준비는 모두 마쳤다. 남은 것은 결과물이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리메이크작 개선을 통한 호평, 모바일 신작 서비스의 장기 흥행이다. 우하향을 우상향 흐름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지는 최종 개발 역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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