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반 넘기면 쾌적해지는 게임 재미... "여기를 먼저 보여줬다면"
스토리 복원, 마장기 연출, 중후반 흥미가 호평... 입소문 가능할까

"이거 '사두용미'인데?"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실황 영상에 한 유저가 남긴 댓글이다. 시작은 수수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창대했다. 

라인게임즈 신작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22일 정식 출시됐다. 90년대 한국 명작 '창세기전2'를 닌텐도 스위치 SRPG로 재구성한 리메이크작이다. 언리얼 엔진의 실사형 그래픽, 원작 특유의 방대하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를 내세운다. 

오랜 개발 지연으로 인해 팬들의 속을 태운 게임이기도 하다. '창세기전' IP가 오랜 시간 잔혹사에 시달리기도 했고,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우려도 함께 늘었다. 여기에 11월 체험판의 평가가 심각하게 좋지 않아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하지만 정식 출시 후 평가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초반 파트 플레이를 지나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벌어지는 현상이다. 올해 2월 빌드였던 체험판에서 전체적인 퀄리티와 편의성을 바꿨고, 게임이 전개되자 원작의 연출과 설정을 최대한으로 구현한 애정도 보인다.

자연스럽게 체험판 내용 선택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준수한 파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 들어갔기 때문.

체험판 세이브 데이터는 본편과 연동되어 후속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를 위해 게임 시작 지점인 챕터1, 챕터2를 담아야 했다. 각각 G.S와 이올린의 첫 이야기를 담는데, 전투 규모도 작고 성장도 되지 않은 초기라 튜토리얼 역할만 했다. 특히 챕터1 동굴 맵은 지나치게 어두침침해 가장 가시성이 낮은 지역이었다.

반면, 챕터6 커티스나 챕터7 아스타니아 지역만 가도 가시성이나 전투 배경 퀄리티가 눈에 띄게 오른다. 원작의 유명한 대규모 전투들도 잘 구현됐고, 특히 중반 이후 마장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화려해지는 연출은 원작 팬들에게 호평을 받는다.

이런 부분을 집어서 '회색의 잔영'의 충실한 구현도를 체험판으로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감상이 나온다. 오래된 IP인 만큼 신규 유저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데도 좋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개발사 측은 "빌드 준비 과정이 생각보다 늦어졌고, 세이브 데이터 연동을 제공하려 했다"고 인터뷰에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개발 일정을 맞추려는 의도와 첫 콘솔 제작에서 오는 시행착오가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회색의 잔영'이 현대 시점에서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은 아니다.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인한 이펙트 최적화 한계도 있다. 그래도 원작을 최대한 존중하고 원작 이상의 시나리오 완성도를 제공하려는 노력과 방향성을 인정할 만하다는 평가다.

다행인 점은 결국 본편을 즐길수록 평가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 창세기전2 배경과 관련된 모든 인물과 서사 및 설정이 체계적으로 묶였고, 미처 다루지 못했거나 개연성이 빠진 부분도 채워넣었다. 정말 중요한 장면들은 최대한의 연출로 구성해 최대한 몰입도를 지켰다.

초반 밀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지만, 원작을 사랑한 팬들이라면 고민 없이 믿고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플레이타임 80시간에 달하는 방대한 서사를 즐기고 싶은 유저, 또다른 턴제 전략 RPG를 원하는 유저에게도 선택지가 될 만하다.

개발사 레그스튜디오는 출시 뒤에도 추가 개선 패치 등 사후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다. 출시 전 깊은 우려가 박수로 바뀔 것인지, 향후 후속작 개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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