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가 만난 이야기 'MEMORIES TELLER'
서로 이야기를 채우고, 최고의 감동과 메시지를 완성한 비결은
게임 콜라보레이션 스토리의 아름다운 교본이 탄생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스텔라 블레이드' 콜라보 이벤트가 그 주인공이다.
'니케'에서 콜라보 스토리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니어: 오토마타' 정도만 준수하게 반응을 끌어냈고, 나머지는 겉치레에 그치거나 악평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롱런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스토리로 꼽히는 게임이기에 허전함은 더 컸다.
어떤 게임이든 콜라보 스토리는 제약이 많다. 지금까지 수십 가지 스토리를 경험했고, 그중 무난하다 싶은 것만 추려도 열 개가 채 되지 않는다. 몇몇은 아예 의미가 없다 싶어 감상을 그만두기도 했다. 서로 IP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작품 해석보다는 사업적으로 기준을 세워야 하는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니케'와 '스블'의 만남은 시작부터 기대 요소가 있었다. 서로 원활하게 IP를 공유하기 좋은 시프트업 자사 콜라보다. 또 김형태 대표와 유형석 디렉터의 사전 인터뷰에서 "니케 정재성 시나리오 팀장이 직접 집필했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유독 스토리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완결된 이벤트 스토리 'MEMORIES TELLER'는 낭만과 감동, 재미, 완성도를 모두 잡았다. 앞으로 콜라보 스토리를 신경 쓰는 게임사가 있다면 이 시나리오를 참고하면 될 정도로 새로운 기준이다.
'스텔라 블레이드' 캐릭터들은 주로 조력자 역할을 맡지만, 그 중요도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핵심 인물들이 가지는 가치관을 공유할 '니케' 캐릭터 선정도 주효했다.
맹신해온 대상에게 불신을 느낄 때 딜레마를 나누는 릴리와 프리바티, 오랜 세월 '기다린다'는 가치를 공유한 아담과 헤르민, 증오와 복수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 레이븐과 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사명을 무슨 일이 있어도 밀고 나가는 이브와 롬의 관계까지. 그들은 서로 소통하며 자신의 답을 찾아나가고, 핵심 전개로 엮인다.
콤의 서사에서 레이븐으로 방향을 잡고, 자연스럽게 파이오니아 스쿼드와 도로시로 연결되는 설계도 그들이 출연한 이유를 설명한다. 특히 레이븐의 캐릭터성은 원작에서 제대로 받지 못한 분량을 모두 받으며 비로소 완성됐다.
'롬'은 니케 유저들도 다수가 잊었을지 모르지만, 과거 서브 퀘스트에서 한 차례 등장해 복선을 남긴 적이 있는 로봇이다. 서브퀘 NPC의 굵직한 스토리 재등장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회수하는 동시에, 스텔라 블레이드 핵심 주인공 이브의 이야기를 채워준다는 점도 놀라운 설계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치열한 세계관과 가치관의 충돌을 다뤘지만, 액션 게임의 장르와 볼륨 한계로 그것을 세세하게 풀어내지는 못했다. 이번 '니케' 콜라보 스토리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서사마저 완성했다. 또, '니케' 자체 세계관 속 비밀도 너무 새롭지 않은 선에서 은은하게 강조해 흥미를 유발하는 센스를 보였다.
후반부 방주를 향한 마무리, 에필로그의 구도와 대사는 많은 이들의 감성을 확실하게 건드렸을 것이다. 단순히 누군가의 사망이나 희생 같은 것을 이용하지 않고, 깊은 의미를 연결하면서 장대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수준 높은 시나리오였다.
'니케' 콜라보 중 처음으로 실시한 풀 보이스 더빙도 감상하는 맛을 극대화했다. 특히 롬과 콤은 로봇이 가진 특징과 섬세한 의미 변화를 효과음과 어조로 표현해 듣는 이의 감정선을 끝까지 끌어낸다. 그동안 더빙 스토리에서 큰 비중을 가지지 못했던 프리바티의 명연기도 또다른 발견이었다.
스텔라 블레이드 스포일러는 꽤 강력한 정보가 한두 개 들어 있다. 하지만 관련 스토리를 전혀 모른다면 오히려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넘어갈 만하다. 서로의 패를 섞으며 완성되는 콜라보 특성상, 흥미 유발 선에서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의 '기억'이 이어지기를."
콜라보레이션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는 무엇일까. 단순히 두 세계를 잇고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기본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서로 빈 지점을 채우면서 함께 진화한다면 최고의 콜라보가 될 수 있다. 이번 스토리는 그 과제를 완수했다.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는 어느 한 쪽의 캐릭터나 세계관이 전혀 훼손되지 않았고, 반대로 두 IP의 서사를 더 완전하게 채워주는 결과를 만들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상대 작품을 향한 호기심도 절묘하게 끌어낸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며 협업이 원활했고, 처음부터 세계관 감성이 비슷했다. 분명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렇게 독립적으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치밀한 인물 고민과 메시지 성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올해 들어 '니케'는 기술적 이슈에서 흔들릴지언정 스토리 평가는 우상향을 거듭하고 있다. 신년과 2.5주년 등 대형 이벤트는 물론, 2주 단위 이벤트도 세계관 완결성을 더하며 재미와 감동을 연달아 전한다. 이번 콜라보가 지난 '아르카나' 스토리에 이어 '2.7주년'이라는 극찬을 받는 이유다.
7월에는 3일 신규 캐릭터 '소라'에 이어 여름 이벤트 실시 가능성이 높고, 메인 스토리 39-40챕터도 추가될 시기다. 지금 다가오는 감동이 얼마나 큰 눈덩이로 불어날 수 있을까. 벌써 3주년까지의 스토리라인이 기다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