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철저한 공연, 기대 뛰어넘은 시연작, 엄청난 용기의 마법소녀들

지스타2024가 지난 17일, 나흘 간의 대장정 끝에 스무 번째 축제를 마쳤다. 또다시 역대 최대 규모 개최를 경신하는 한편, PC와 콘솔 게임 비중이 크게 올라가면서 플랫폼 다양화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또다른 특징은 예년에 비해 더욱 독특한 부스 기획이 늘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홍보 모델 시선 끌기를 넘어 게임을 활용한 즐길 거리가 풍부해졌다. 각 참가 업체마다 선보이는 시연작 역시 평균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 그 가운데 큰 기대가 없었지만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은 세 가지 지점을 선별했다.

■ 넥슨 30주년 역사, 지스타 오케스트라로 수놓다

넥슨이 지스타 부스 한복판에서 오케스트라 계획을 발표할 때, 아주 큰 기대는 없었다. 토요일 BTC 내부는 극단적으로 소란스럽다. 부스 공간 한계상 그 소음을 뚫을 규모의 연주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넥슨은 압도적 크기의 부스, 중앙을 완전히 무대로 바꾼 계획적 설계로 그것을 해결했다.

이번 공연은 67인조 풀밴드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테일즈위버 디 오케스트라' 등 다수의 넥슨 음악 공연 경험을 보유한 아르츠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안두현 지휘자가 합을 맞췄다. 

'메이플스토리'부터 시작해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테일즈위버', '카트라이더', 그리고 '블루 아카이브'에 이르기까지. 넥슨의 역사를 관통하는 대표 게임 6종에서 총 22곡을 선별하고 오케스트라 선율로 새롭게 편곡해 연주했다.

치밀한 구성으로 시작한 연주는 제1전시장 전체에 울려퍼졌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는 점점 커졌다. 마지막 곡인 '메이플스토리'의 'Black Heaven Theme' 연주가 마무리되자 주변 관람객 모두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지스타 최초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기대 이상으로 끝난 순간이었다.

■ 웹젠 '드래곤소드', 낯선 얼굴이신데 왜 이리 괜찮죠

이번 지스타는 한국 대표 게임사들의 미래를 책임질 대작들이 다수 등장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기대에 부응할 만큼 준수한 시연을 보여주면서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그런데 큰 화제 없이 조용히 시연대에 올라 화제를 일으킨 게임이 있다.

웹젠 부스를 통해 선보인 '드래곤소드'는 '헌드레드 소울'을 개발한 하운드13의 신작 오픈월드 액션 RPG다. 모바일 최고의 액션으로 호평을 받았던 전작의 전투를 계승하되, 동화풍 카툰 그래픽과 더욱 발전한 편의성으로 무장했다. 업계 인지도는 있었으나, 현세대 기준 아주 뛰어난 그래픽은 아니라 지스타 이전 화제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시연이 거듭될수록 호평이 급증했다. 순수 액션을 통한 재미가 특히 탁월했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지스타 최고의 시연작으로 꼽는 경우가 나타날 정도다. 주말이 되자 중견 부스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1시간 이상 대기열이 발생했다. 2025년 예정된 출시 즈음 시장에 큰 폭풍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 "이걸 진짜 하네"... 벡스코 한복판에서 외친 '마법소녀 루루핑'

지스타 개막 하루 전, 부스 준비 과정부터 모든 시선을 독차지한 곳이 있다.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야외 부스, 이름부터 길고 어지러운 이 게임은 AI활용 음성 인식 게임으로 이미 스트리밍 플랫폼을 한 차례 휩쓴 바 있다. 

크래프톤 자회사 렐루게임즈는 지스타 전 에피소드2를 업데이트하고, 100미터 밖에서도 보일 만한 디자인으로 주인공 김부장을 부스 외면에 장식했다. 그리고 마법소녀의 대사를 벡스코 광장 한복판에서 힘차게 외치며 게임을 즐기고 선물을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당해낼까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당당함을 즐기는 관람객은 많았다. 지스타 근처 음식점에 김부장 가발을 쓰고 오가면서 주변을 흠칫하게 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마법소녀 루루핑' 부스는, 결국 이번 지스타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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