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시연한 펄어비스 '붉은사막', 세상에 없던 전투를 봤다
진입 장벽이 특이하다. 헤맬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순간 처음 보는 액션이 나온다.
지스타2024 현장 가운데, 펄어비스 부스는 오직 한 테마만을 향해 모여 있다. 게임도 단 하나다. 하지만 어느 곳보다도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오래 기다리던 '붉은사막'이 국내에 처음 게임 플레이를 드러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장기간 개발해온 PC-콘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자체 개발한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토대로 화려한 그래픽과 정교한 물리법칙을 적용하면서 한국 AAA급 게임의 한 획을 그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붉은사막의 이야기는 광대한 파이웰 대륙에서 사명을 위해 싸우는 용병들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시연 버전은 주인공 '클리프'와 회색갈기 동료들의 치열한 전장에서 시작하며, 여기서 기본 전투를 익힌 뒤 보스전을 선택해 맞붙을 수 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사슴왕', '리드 데빌', '여왕 돌멘게'에 더해 신규 보스 '핵세 마리'가 추가되면서 총 4개 보스전이 준비됐다.
헥세 마리는 붉은사막을 기대하는 국내 게이머를 위해 특별히 최초 공개하는 보스다. 자신을 추종하는 헥세 항아리 병사들을 소환하며,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다수의 적들을 한 번에 물리치는 액션의 재미를 추구한다.
시연대에 올라 게임 패드를 쥐고 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은 낯설음이다. 조작 키 매커니즘이 독특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희한하다. 가드 키를 누르고 있어야 락온이 되고, 가드를 풀면 락온 역시 풀리기 때문에 시점 컨트롤부터 까다롭다.
카운터와 패링도 보편적인 콘솔 액션 게임과 키가 다르며, 우측 4개 액션 버튼은 점프나 구르기 등 보조 액션에 배당됐다. 그런데 그중 2개를 동시에 누를 경우 나가는 고유 스킬들이 따로 있다. 이런 낯선 구조로 인해, 기존 액션 게임 경험을 생각하고 달려들 경우 10분 넘게 헤맬 위험도 있다.
하지만, 이 조작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액션의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된다. 그동안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형태로 보스와 합을 주고받기도 하고, 조작의 가짓수도 셀 수 없을 만큼 자유롭게 분화된다.
가드와 패링 같은 기본적 대처법은 당연히 있다. 그밖에 방어 태세를 취한 적에게 넥 슬라이스를 걸고 넘어뜨리거나, 검에 빛을 반사해 눈을 잠시 멀게 하거나, 상대의 큰 공격을 그에 맞는 스킬로 흘려내면서 더욱 강하게 받아치는 등 수많은 변형 액션이 나온다.
붉은사막의 강점은 이런 합이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주인공도, 보스도 경직이 매우 잘 걸린다. 정말로 검과 몸을 주고받는 액션 드라마 감성을 물씬 풍긴다. 다만 활을 사용해 다수 적을 타겟팅할 때 스킬은 비현실적이기도 한데, 충분히 게임적 허용이 가능한 범위다.
가장 놀란 지점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사슴왕에게 집어던져질 때, 그 방향에 벽 같은 장애물이 있다면 거기에 부딪히고 튕겨나가면서 떨어진다. 리드 데빌과의 대결에서도 서로 검을 휘두를 때 잘려나가는 갈대밭 모습이 그대로 남는다.
시연을 마치고 나면 키 배치가 독특했던 이유를 어느 정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부자연스러운 듯한 조작은 조금 더 최적화를 진행할 여지가 있다.
락온, 카운터, 패링은 시연 시간 끝까지 타이밍을 완전히 체득하지 못했다. 시점 고정이 쉽지 않은 점도 조작 난도를 높인다. 그래서 굳이 패링을 고집하느니 해당 보스에게 잘 먹히는 기술 몇몇만 반복해 사용하는 것이 더욱 편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투에 온전히 집중한 시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것은 동시에 게임 전체를 평가하기는 섣부른 이유다. 장르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인 이상, 게임 경험의 근간이 되는 것은 월드 탐험과 액션의 조화 및 콘텐츠의 완성도다. 아직 그중 한 가지 파트만 증명했으므로 게임 평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전투는 붉은사막을 '대작'으로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만 적응해 장벽을 넘긴다면 신선한 액션의 세계가 기다린다. 그것은 곧 재미와 기대로 이어진다.
붉은사막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연내 정확한 출시 시기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 세계를 돌면서 빛나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제 게임이 완성을 더욱 애타게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