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게임사 제외 가장 큰 규모로 '부스 홍수'
'명일방주: 엔드필드', '팬텀 블레이드 제로', '이환'에 특히 관심
다양해진 장르, 브랜딩 디자인... '규모의 경제'로 선순환

중국발 서브컬처 게임의 공략, 퀄리티 이전에 '규모'에서 강했다.

도쿄게임쇼(TGS) 2024 현장을 수놓은 화두는 아시아 게임의 급성장이다. 일본 게임은 그야말로 다시 전성기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로 폭발적인 반응을 주도한 캡콤을 비롯해 세가/아틀라스, 코나미, 반다이남코 등이 초대형 부스로 역대 최대 게임쇼를 이끌었다. 닌텐도의 불참도 큰 타격이 없을 정도다.

주목할 지점은 그 다음 티어다. 위만큼의 크기는 아니지만, 중대형 규모 부스 자리는 중국 게임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총 9개 홀에서 열린 B2C 전시 가운데 2홀과 3홀은 외국산 게임이 주력이었고, 그중 반 이상은 중국 서브컬처였다.

한국 역시 많은 기대작이 자리를 빛냈지만, 8홀 넥슨의 '카잔' 대형 부스를 제외하면 규모 공세에 밀려 게임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위치였다. '브레이커스'로 화제몰이 중인 빅게임스튜디오 부스는 6개의 중국 부스에 포위되는 진풍경도 있었다.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졌다고 평가된 곳은 '그리프라인'이다. '명일방주'를 개발한 하이퍼그리프의 글로벌 퍼블리싱 브랜드다. 차기 대작 '명일방주: 엔드필드'와 멀티플레이 게임 '팝유컴'을 들고 출전했다.

'엔드필드'는 이미 테크니컬 테스트와 플레이 정보가 자세히 공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공개 신작들을 내놓은 부스 못지 않게 관람객들이 머무르는 빈도가 높았다. 비즈니스 데이부터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시연하는 열기도 확인됐다.

명일방주 세계관에 맞춘 디자인과 다양한 전시물도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하이퍼그리프가 게임 디자인 면에서 이미 신뢰가 있는 게임사라고 이미지를 굳힌 모습이다. 그리프라인 부스는 올해 지스타에도 찾아오는 만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연자가 꽉 들어찬 게임은 또 있었다. 개발사 사로아시스 스튜디오가 직접 출품한 '팬텀 블레이드 제로'다. 중국 주요 출품작 중 유일하게 서브컬처로 분류되지 않는 PC-콘솔 액션이다. 

부스가 크지 않았지만 시연을 원하는 인파는 특히 많았다. 일본 지역 최초 시연 제공이기도 하고, '검은 신화: 오공'의 화제성을 계승할지도 관심사다. 게임 플레이 역시 강렬한 인상을 줬다. 다만 출시 시기가 2026년 예상으로 많이 남았고, 그 때문인지 아직은 시연 시간이 짧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서브컬처 GTA라고 떠오른 '이환' 시연도 주목을 받았다. 긴 시간 해보진 못했지만 전작 '타워 오브 판타지'와 게임성 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고, 일반적인 중국 서브컬처 오픈월드에서 차량 운전 재미가 추가됐다는 느낌이다. 다만 인게임 퀄리티는 트레일러에서 느낀 그대로였으니 향후 발전이 기대된다.

시선게임즈의 '메카 브레이크'는 부스명을 게임 이름으로 달고 나왔다. '스노우 브레이크'의 슈팅 액션에 이어 메카 액션이다. 웅장한 메카 전시와 함께 다수 부스걸을 동원해 활발한 무대 이벤트를 펼쳤다. 

사로아시스 '페이트 트리거: 더 노비타'도 미소녀 배틀로얄 슈팅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화제가 됐다. 배틀그라운드처럼 대규모 동시 플레이가 필요해 시연 규모가 컸고, 코스프레 쇼를 자주 실시하면서 캐릭터 알리기도 공을 들였다.

그밖에 최근 중국에서 담금질을 계속하고 있는 '소녀전선2'도 캐릭터 전시 부스를 마련했으며,  한국과 악연이 있는 페이퍼게임즈 차기작 '인피니티 니키'도 참여했다. 비교적 여성향인 게임답게 우아한 공주풍 디자인의 시연 부스가 이색적이다. 

'명조: 워더링 웨이브'는 현재 일본 흥행이 부진하지만, 쿠로게임즈는 TGS 2024를 통해 아직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마쿠하리 멧세 입구부터 명조 대형 전시가 보이며, 부스에서도 높은 품질의 전시물과 이벤트로 분위기 반등에 주력하고 있다.

TGS의 중국 물결에서 느끼는 점이 있었다. 자본에서 압도적이다. 부스 규모도 일본 1티어 게임사들이 선점한 곳들을 제외하면 가장 크다. 부스걸과 대형 전시, 인력 규모와 마케팅은 오히려 그 이상으로 투입하면서 화제가 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새삼 느껴지는 '규모의 경제'다. 엄청난 내수 시장에서 성공해 얻은 비용이 글로벌 인지도 상승 활동으로 이어진다. 텐센트 계열, 퍼펙트월드 계열 등 대형 게임 그룹 산하에서 다수의 부스가 쏟아진다. 

특히 서브컬처 계열에서 중국 게임의 화풍 및 장르 다양화, 막대한 자본 투입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더해갈 전망이다. 서브컬처 게임이 초대형 문화로 떠오른 지는 오래 되었다. 중국 게임에서 어떤 요소를 배울지, 어떤 부분을 조심할지는 여전히 핵심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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