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 '무한대', '망월'... 콘셉, 세계관 겹치고 화풍도 비슷한 게임 동시 출격
중국 레드 오션 경쟁 속 '동상이몽', 살아남을 게임은 무엇일까
"중국산 서브컬처 어반 판타지 세계관 3D 오픈월드 신작 게임"
이 긴 수식어를 똑같이 공유하는 게임이 3작품이나 동시에 예고됐다. 퍼펙트월드 홋타 스튜디오의 '이환', 넷이즈의 '무한대 ANANTA', 시열 네트워크의 '망월'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반 판타지는 현대, 혹은 근미래 문명 수준의 배경에 초자연적 요소를 섞으면서 탄생한 현대적 판타지 세계관이다. 서브컬처 애니메이션 및 게임에서도 애용되는 설정이다.
최근 출시작 중 '젠레스 존 제로'가 어반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관을 보였고, 국내에서 개발 중인 '4그라운드9(4G9)'도 이에 해당한다. 단 이들은 오픈월드가 아니다. 어반 판타지 오픈월드는 아직 서브컬처에서 제대로 나온 게임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단체 출현이 더욱 이채롭다.
3종 게임은 세계관 외에도 여러 공통점을 가진다. 차량을 활용한 탈것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시스템을 지원해 'GTA' 시리즈 같은 인상을 준다. 또 각자의 방식대로 월드 상호작용을 내세우면서 자유도와 속도감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이환'이다. 3대 경쟁작 중 유일하게 2025년 상반기로 출시 시기를 확정지어 선봉장에 해당한다. 전작 '타워 오브 판타지'를 통해 이미 오픈월드 게임 노하우를 쌓은 곳이기도 하다.
전작의 아쉬움을 보완해 MMO 대신 싱글 플레이에 집중했으며, 밤낮을 오가는 섬세한 광원 효과와 감각적인 UI 및 액션 디자인을 내세운다. 도쿄게임쇼 2024에서 실제 시연도 선보이며 게임 완성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무한대'는 넷이즈가 '프로젝트 무겐'이라는 가제로 발표한 바 있는 신작이다. 자회사 네이크드 레인이 개발 중이며, 유저가 수사관이 되어 거대 도시의 균형을 위협하는 혼돈을 상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징은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는 그래플링 훅과 벽 달리기다. 높은 빌딩 숲을 속도감 있게 스윙하고 날아다니는 장면을 보였고, 염력으로 오브젝트를 조종해 전투에 사용하는 등 자유도 높은 탐험과 전투를 암시한다.
'망월'은 중국 신생 개발사 시열 네트워크가 개발 중이다. 특이한 점은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많이 참고한 듯한 시스템이다. 월드에 있는 오브젝트를 조합해 비행기처럼 만드는 모습이 소개되어 '왕국의 눈물' 속 스크래빌드를 떠올리게 한다. 또 귀여운 몬스터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도 나타나 '포켓몬'이나 '팰월드' 연상도 있다.
조금씩 차별화를 내세운 부분은 있으나, 셋 모두 기본적인 감성과 캐릭터 화풍이 놀라울 만큼 닮았다. 누군가 서로를 따라했다고 하기에는 개발 착수 시기와 발표 시기가 모두 비슷하다. "절묘한 우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단 이런 겹치기 경쟁이 탄생한 원인은 유추할 수 있다. '원신' 대흥행에서 시작된 서브컬처 오픈월드 게임 열풍은 중국에서 레드 오션에 접어든 지 오래다.
막대한 개발비로 퀄리티를 끌어올렸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드시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마침 서브컬처 단골 세계관인 어반 판타지가 비어 있었고, 이 세계관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사 세 곳이 일제히 기획을 시작한 모양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방향성과 유저층이 모두 겹친 만큼 출혈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오픈월드라 매력적인 것이 아니고, 그만큼 자유롭게 즐길 콘텐츠가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성공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과제 극복이 필요하다.
실제 게임 완성 전에는 트레일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무한대'와 '망월'은 아직 유저 대상 시연이 열리지 않았다. PV에서 폭발적 반응이 나온 뒤 소리 없이 흥행에 실패한 게임도 많은 만큼, 차분하게 본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