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그림자 속 쏟아지는 게임들, 게임성 닮거나, BM 닮거나
4년간 독자적 BM 갖춘 게임들의 판정승... 이 갈림길의 결말은?
"원신 방식 BM, 다른 개발사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까."
일선 개발자들에게서 조금씩 말이 나왔고, 이제 유저들 사이에서도 활발한 토론이 시작된 주제다. 일명 '원신라이크'를 탄생시킨 원신 특유의 과금 구조는 4년 넘게 핵심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물이 기대에 미친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부터 업계에서는 서브컬처 오픈월드 포화 현상에 대한 말이 나왔다. '명조: 워더링 웨이브'가 놀라운 퀄리티에도 한국을 제외하면 큰 반향이 없었고, 올해 역시 경이로운 숫자의 오픈월드 신작이 쏟아진다. 기존 인기작 입지가 여전히 탄탄한 가운데 신작 가운데서도 뼈를 깎는 경쟁이 예고됐다.
'원신'부터 시작된 BM은 오픈월드뿐 아니라 대형 서브컬처 신작들의 공식이었다. 지난해 역시 '별이되어라2', '명조', '소녀전선2' 등 한국과 중국 기대작 대부분이 원신류 BM을 채택했다. 심지어 '인피니티 니키'조차 비슷한 구조의 오픈월드를 제시했다. 다만 관련 BM의 매출 방면 타율이 그 외 BM을 넘어서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원신류 BM 보편적 특징
- '반천장' 존재, 반천장에서 픽업을 얻지 못하면 다음 천장 확정 획득
- 반천장까지 뽑기 수가 적은 대신, 최고 등급 출현 전체 확률도 낮음
- 전용 무기, 또는 장비를 따로 픽업
- 동일 캐릭터-무기 획득으로 부가 효과 얻는 돌파 시스템 존재
- 새 버전마다 대부분 한정 캐릭터로 등장, 가끔 복각, 상시 캐릭터는 소수
- 경쟁 콘텐츠가 없거나 적음 (경쟁이 클 경우 비판 대상)
위와 같은 과금 구조를 정립한 것은 역시 호요버스다. 과거 '붕괴 3rd'의 BM에서 지적을 받은 부분을 다듬어 원신 시스템을 완성했고, 신규 캐릭터에 최대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방식의 설계를 완성했다. 차기작인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역시 이런 큰 틀에서 조금씩 수정된 BM을 활용했다.
단점이라면 모든 캐릭터를 투자하려 할 경우 과금 고점이 한도 끝도 없이 오른다는 것. 대신 경쟁을 없애고, 모험 레벨 시스템을 통해 싱글 스토리는 기본 캐릭터로도 모두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헤비 과금 유저와 무과금 라이트 유저에게 모두 수요를 만들어냈다. 분명 '묘수'다.
이후 중국 서브컬처 신작은 절대 다수 게임이 원신 BM을 차용했고, 한국 역시 상당수가 활용을 고려하거나 실행에 옮겼다. 다만 호요버스에 준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경우는 없었다. 중국과 한국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한 사례는 종종 있으나, 일본 및 글로벌 지역은 평균 성적이 높지 않다.
한국 게임은 더욱 그렇다. 오히려 원신류 BM을 벗어날 때 성과가 만족스러웠다. 현재 국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승리의 여신: 니케', '블루 아카이브', '림버스 컴퍼니', '트릭컬' 등은 모두 원신류 BM과 완전히 다른 형태다. 최근 흥행 가도에 올라탄 '로스트소드' 역시 독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국발 대형 서브컬처 중 올해 출시가 확정적인 신작은 '이환'과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꼽힌다. 그밖에도 '무한대', '듀엣 나이트 어비스', '망월' 등 무수한 대기작 중 상당수가 여전히 원신 BM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만큼 피로도도 높고, 이와 경쟁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올해 하반기와 2026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서브컬처 오픈월드 게임이 산적해 있다. 중국에서 먼저 나오는 게임들의 반응이 큰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특히 라이브 오픈월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특별한 독창성을 가질 필요는 더욱 커진다.
관련 신작을 개발 중인 게임사 관계자는 "BM은 물론, 게임 방식에서도 이제 원신류를 그대로 따라하면 자본과 시장 차이 때문에 중국과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팽배하다"면서 "내년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구조의 오픈월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판호로 인해 거대한 중국 시장을 오직 중국 신작만 독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 최근 조금씩 빗장을 풀기도 하나, 적어도 3년은 걸리고 검열 문제도 크기 때문에 서브컬처 게임에서 의미가 없다. 경쟁 시작점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 고민을 깊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원신 BM을 참고했다고 해서 반드시 과금 부담이 심한 것은 아니다. '리버스 1999'가 좋은 예다. 반천장도 있고 상시 캐릭터 가치는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처 게임 전체를 통틀어 손꼽힐 만큼 과금 부담이 낮은 게임으로 꼽힌다.
이유는 숫자 디테일을 유저 친화적으로 대폭 조정했기 때문이다. 60~70회면 반천장에 도달하며 전용 장비는 아예 없다. 6성 전체 확률이 다른 원신류의 2배라 도중 출현 기대치도 높다. 무엇보다 꾸준한 플레이로 얻는 재화량이 매우 많고, 패키지도 저렴하다. 불필요한 돌파에 목매지 않는다면 소과금으로 모두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BM은 사전에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게임 결과가 곧 답이다. 2025년 상반기는 원신류 BM 수명이 정확하게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다. 따라가는 게임과 다른 길로 가는 게임이 나뉘고, 차세대 신작들의 흥행 결과가 나올 것이다. '원신'의 그림자는 지금도 정답일까. 도착지는 하반기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