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릴로'의 강렬한 첫인상, '나부'의 늪을 건너 '페나코니' 축제로

2023년 4월 26일, 열차 한 대가 뭇별을 향해 출항했다.

호요버스의 신작 '붕괴: 스타레일'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날이다. '붕괴' IP의 다섯 번째 게임이자 '원신' 개발사의 신작이다. 그 타이틀만으로 충분했다. 출시 전부터 사전등록 1천만 명을 넘기는 폭발적 반응이 기대를 증명했다.

전작 '원신'은 서브컬처 게임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불러왔다. 당연히 '스타레일'을 둘러싸고 수많은 시선이 엇갈렸다. 치솟은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 턴제 게임으로 원신의 뒤를 이을 수 있겠느냐는 의심.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스타레일'은 또다시 호요버스가 증명하는 결과물 중 하나가 됐다. 원신과는 또다른 방향으로, 자신만의 궤도를 그리면서 날고 있었다. 

■ '야릴로-Ⅵ', 팬덤을 인질로 확보한 압도적 연출

지금까지 게임을 계속하는 유저들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유저들이 첫 행성 야릴로에서 맞이한 최종 보스전일 것이다. 

개척 임무 제1장은 '스타레일'이 어떤 세계관을 가졌는지 선명하게 알려주는 한편, 준수한 전개와 세력 구도를 펼치면서 유저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아주 특출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중요 인물들의 메시지는 설득력이 있었고, 그들의 매력 역시 뛰어났다. 

아름다운 도시 벨로보그와 이에 대비되는 바깥의 한파, 하층 주민들의 삶도 흥미로운 소재였다. 서브 퀘스트 하나하나 알찬 구성도 눈길을 끌었고, 퍼즐 역시 적당한 수준으로 재미있게 들어갔다. 지금도 여전히 신규 유저들의 발길을 묶는 이유다. 

보스전 2페이즈로 넘어가는 순간 절정으로 치닫는 음악 'WILDFIRE'는 붕괴 IP 기존 팬에게 첫 전율을 안기는 한편, 전작을 전혀 모르는 유저도 야릴로에서 겪어온 서사를 응축시키며 감동을 전달하는 훌륭한 장치였다. 뒤에 이어질 지역의 아쉬운 평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가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 '선주 나부'... 고난의 행군

출시 직후 열려 있는 콘텐츠는 선주 나부 지역의 극초반까지였다. 야릴로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초반 전개 역시 나쁘지 않아 보였다. 즐길 만한 서브 콘텐츠도 아직 많이 있었다. 초기까지는.

하지만 버전 업데이트가 거듭될수록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개척 임무 분량은 금세 끝났고, 접속을 해도 새롭게 흥미가 생기는 것이 없었다. 아마도 꾸준히 플레이한 유저일수록 나부 시기를 회상하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스토리 볼륨, 흥미, 완성도, 개연성, 메시지, 맵 편의성, 콘텐츠 분량과 재미까지 총체적으로 무너져 있었다. 실제로 한 번 보지도 못한 인물의 장례를 한참 동안 치르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이번에도 보스전 연출은 장관이었지만, 그것만으로 나부 지역 만족도를 채워넣기는 나머지가 너무 모자랐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던 '스타레일'의 전환점이 하나 있었다. 시뮬레이션 우주 파생 콘텐츠인 '곤충 떼 재난'이다. 대충 스펙 강한 캐릭터를 내밀면 클리어가 되던 시기를 벗어나 콘텐츠에 따라 깊은 게임의 맛이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또 후반기 쉴 틈 없는 편의성 개선으로 반등의 계기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 2.0 '페나코니', 다시 광속 전진하다

테스트 빌드를 먼저 플레이할 때부터 직감한 사실이 있었다. 이번에 정말 우리가 원하던 '스타레일'이 돌아올 수 있겠다는 것.

실제로, 꿈의 도시 페나코니와 함께 열린 2.0은 게임의 침체기를 완벽하게 벗어냈다. 디자인도 아름다웠고 기본 필드부터 돌아다니는 재미가 달랐다. 착시를 활용한 여러 퍼즐은 타 게임들에 영향을 받았지만 독자적인 디테일로 잘 완성했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지난 나부의 단점을 제대로 극복한 지역이다.

캐릭터 매력도 유저 수와 매출을 함께 끌어들였다. 블랙 스완, 스파클, 아케론, 어벤츄린으로 이어지는 픽업은 성능이나 서사에서 모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아케론의 편의성과 현란한 연출, 어벤츄린의 스토리 속 활극은 게임 분위기를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다.

스토리도 흥미로운 전개와 짜릿한 기승전결을 완성했다. 여전히 쏟아지는 고유명사 잔치가 힘들긴 하지만, '붕괴' IP 자체가 그런 세계니 정체성으로 취급하고 넘어갈 만하다. 그리고 현재, 모든 지표에서 스타레일은 다시 글로벌 최강 서브컬처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 계속되는 여정, 궤도는 정확하게 뭇별로 향한다

스타레일 베타 테스트까지 게임 예상은 '턴제 버전 원신'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중화된 붕괴'였다. 이 방향은 지금 더욱 단단해진 채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원신의 성장 방식과 BM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지만, 단순 파밍 콘텐츠는 자동 전투를 통해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무기에 해당하는 광추의 돌파 압박도 현저히 줄었다. 평타-특수-필살기라는 간단한 스킬 체제로 모바일에서 부담 없이 돌릴 턴제를 만들었다. 대중적으로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캐릭터 인플레이션은 조금 신경 쓰이는 정도다. 딜러 라인은 초기와 최근 캐릭터 성능차가 유의미하게 크다. 컨트롤 개입이 없는 턴제 특성상 미세한 차이도 훨씬 큰 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PvP가 없고 자신만의 템포로 즐겨도 되는 게임이니 게임 근간이 흔들릴 만큼 큰 우려는 아니다.

스타레일의 대표 캐치프레이즈는 '여정의 끝이 뭇별에 닿길'이다. 수많은 별 무리를 탐험하는 일은 이야기의 거대 목표이자 이 게임의 플레이 정체성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스타레일은 그 방향을 유지한 채 멀리 나아갔다. 진심으로 1주년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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