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카우보이, 거침, 리볼버... 그리고 이 연출을 참아?"

첫 공개에서 "얘는 뭔데 갑자기 나와" 라는 질시만 받은 캐릭터가 있었다.

호요버스의 '붕괴: 스타레일'이 '부트힐' 한정 워프에 한창이다. 물리 속성의 수렵 딜러이며, 은하를 떠도는 카우보이 콘셉트의 갤럭시 레인저로 자유분방한 성격을 자랑한다. 단일 적의 빠른 약점 격파에 특화된 딜러로 2.2 버전 후반부에 등장했다. 

남성향, 혹은 비슷한 유저 성비를 가진 서브컬처 게임에서 남성 캐릭터(남캐)는 큰 인기를 끌기 어렵다. 성별 불문하고 선호도가 높은 여캐와 달리 남성 유저에게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받기 때문. 그래서 혼성 캐릭터 게임이라도 여캐 비중이 높은 경우가 다수다. 물론 모든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여성인 게임도 매우 많다. 

부트힐 역시 여러 악조건을 안고 등장했다. 우선 '남캐'다. 또 2.1 버전까지 게임 내 얼굴조차 보이지 않은 낯선 캐릭터였다. 비중도 높지 않았고, 성능도 필수로 꼽힐 수준은 아니다. 

또다른 남캐인 어벤츄린은 페나코니 행성 초반부터 파란만장한 서사를 쌓아올렸고, 메인 스토리에서 굉장히 높은 비중과 탁월한 성능을 자랑해 수요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부트힐은 공교롭게도 성능과 인기 모두 훌륭한 로빈과 반디 사이에 끼어 있다. 외면당하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2.2 개척 임무 추가와 함께 개성은 강렬하게 살아났다. 시작부터 총구를 들이대며 거친 목소리로 대사를 전하고, 등장마다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머 역할뿐 아니라, 마지막에 갤럭시 레인저와 관련된 중요 복선을 남기기도 했다.

사이보그로 개조되면서 거친 언어생활이 강제 순화당한 캐릭터성도 매력을 만든다. "이런 족발", "혹 같은" 등의 단어가 성우 연기와 어우러지면서 찰짐을 표현한다. 순화 언어는 각 언어마다 재치 있게 표현됐다. 영어 버전에서는 F워드를 '포크(Fork)'라고 번역한 것이 눈에 띈다.

픽업 등장 직전, 유저들을 확실히 반응시킨 계기는 부트힐의 PV였다. 스타레일 최근 PV는 공개마다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전 세계 서브컬처 게임계가 참고해야 할 영상 연출을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보여줬다고 할 만하다.

서부극과 카우보이, 그리고 리볼버. 이미 낭만이 넘쳐나는 재료다. 이것을 장면 연결 기법으로 속도감 있게 살렸다. 일대다 싸움 중 리볼버 실린더가 돌아가면서 석양을 등진 일대일 결투 장면으로 필름처럼 회전하는 연출은 그중에서도 장관이다.

여기에 토파즈, 어벤츄린, 제이드 주변을 엉망으로 만드는 모습이 스치듯 연결되면서 이들 소속인 스타피스 컴퍼니와의 관계도 절묘하게 암시했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맛과 의미, 캐릭터만의 개성이 모두 살아날 만큼 훌륭한 영상미다.

게임 내 플레이 콘셉트도 재미있다. 비록 조합을 많이 타고 운용법도 까다롭지만, 활용 방식과 스킬 연출에서 낭만을 자극하는 장치가 가득하다. 적을 선택해 '목숨 건 대치'를 걸고 리볼버 속사를 날리며, 특성 추가 공격과 필살기로 쉬지 않고 연사를 터트리는 손맛이 남달랐다.

이 조건을 만족할 경우, 단일 대상에게 한 번에 터트리는 피해가 게임 내 최고 수준이라는 강점도 있다. 냉정하게 보면 쉬어 가며 재화를 모아야 할 시기인데도, "정신차려 보니 낭만에 이끌려서 뽑기를 돌리고 있었다"는 커뮤니티 반응이 이어진다.

부트힐은 최고 성능이 아닌 남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캐릭터 메이킹을 기술적으로 해냈고, 그 결과 오히려 남성 유저들 사이에서 '호감 낭만 남캐' 자리를 확고하게 했다. 우려에 비해 글로벌 매출 순위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캐릭터 성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속 매력이다. 어떤 서사를 부여하고 대사의 매력을 드러내느냐, 그를 동료로 삼고 싶어지는 감성을 어떻게 불러일으키냐가 서브컬처 게임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분명, 최근 '스타레일'이 가장 잘 해내는 일이다. 가장 사랑받는 게임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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