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기술력 경쟁자에 뒤쳐져
산하 스튜디오는 모두 모바일, 인디 게임 제작사... AAA 대작 출시는 글쎄

[게임플]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게임 시장에서는 한동안 조용했던 OTT 거인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11월부터 게임 사업에 진출했다. 넷플릭스의 게임 진출 사업이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지금과 같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퀸스 갬빗’, ‘기묘한 이야기’, ‘투핫’ 등의 자사 IP 기반의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주력했다. 네오위즈의 '고양이와 스프' 같은 여타 다른 모바일 게임들도 서비스했지만, 그다지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떠들썩한 마케팅도 없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리앤 룸 외부게임부문 부사장은 홍보 없이 조용히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며 시간을 들여 시장을 이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많은 넷플릭스 이용자가 넷플릭스 게임 서비스를 몰랐고 실제로 넷플릭스 게임 서비스 이용률은 2022년 1%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토록 조용했던 넷플릭스의 최근 기지개는 게임 업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해 보도된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와의 GTA 라이선스 논의는 MS의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 입점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넷플릭스는 8월부터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최근 테스트 지역을 영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미국 지역으로 넓히며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본격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로써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디즈니와 애플, 아마존에서 MS, 소니, 엔비디아까지 포함하게 됐다.

넷플릭스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애플TV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디어 플레이어를 지원한다. TV 해상도는 720p까지만 지원해 앞선 경쟁자들에 비하면 훨씬 뒤쳐져 있다. MS의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은 최대 1080p 60프레임을 지원하고 소니의 PS플러스는 4K 스트리밍을 테스트 중이다.

넷플릭스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말 그대로 테스트 베드에 있는 수준으로 보이며 안정적이지만, 고품질의 게임 경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2014년 소니의 PS 나우 서비스 시작 이후 역사가 10여 년에 다가가지만, 여전히 기술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유저의 게임 플레이 경험에 새로운 혁신을 주지 못했다.

이처럼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기술이 테스트 단계에서 특별히 대단하지 못하고 뒤처졌다는 점, 소니의 PS 포탈처럼 콘솔 부분에서 새로운 것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은 넷플릭스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말해준다.

이렇듯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하드웨어, 콘솔 장악력을 가지지 못한 넷플릭스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도전으로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단기간 내에 노리고 있는 것은 MS에 의해 재편되고 있는 게임 구독 서비스 시장일 것이다.

넷플릭스가 게임 구독 서비스에 취하는 자세는 흥미롭게도 최근 엑스박스가 게임 시장을 해석하고 있는 입장과 비슷하다. 넷플릭스 독점 출시 게임은 현재 모바일에서 안드로이드, iOS 등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지만, 넷플릭스 구독 계정이 필요하다.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과정에서 산하 스튜디오 게임, 특히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다른 콘솔 플랫폼에도 공급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엑스박스는 꾸준히 하드웨어 플랫폼 장벽을 무너뜨릴 것을 약속하고 있지만, 게임 패스 구독 서비스는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FTC와의 법정공방에서 유출된 MS 문서에서 공개된 엑스박스 로드맵은 최종적으로 구독 서비스 유저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MS의 게임 사업 전략이 낱낱이 파헤쳐지게 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건 역시 게임 패스 영향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구독 모델 기반의 독점 전략은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전 세계 약 2억 5천 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모으기까지 쓰인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11월 세가의 ‘풋볼매니저 2024’ 모바일을 독점으로 출시한다. 넷플릭스가 개발 중인 것으로 현재 알려진 작품들은 ‘오징어 게임’, ‘웬즈데이’, ‘블랙 미러’로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기반이다. 역시 넷플릭스 독점작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다음 행보는 11월에 있을 넷플릭스 ‘Geeked Week’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신작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넷플릭스 독점작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넷플릭스의 콘텐츠 사업 접근 방향에 비롯하면 모바일 또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이 초기 독점작의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지만, 이용자를 주력으로 끌어들이는 콘텐츠로는 드라마 형태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꼽힌다. 시리즈물은 단편의 영화보다 이용자를 더 많은 시간, 자주 메인 화면에 머물게 하고 제작된 시리즈를 주마다 공개함으로써 이용자의 구독을 이어 나가게 만든다.

때문에 비교적 볼륨이 적고 짧은 시간의 세션으로 이뤄진 게임들이 먼저 넷플릭스 독점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자체를 알리고 기존처럼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또한 모바일 사용자가 많은 넷플릭스 플랫폼의 특성에 더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GTA’ 라이선스 논의 역시 ‘GTA 6’와 같은 대형 타이틀 독점 출시보다는 ‘GTA’ IP를 이용한 독점 모바일 게임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 산하 스튜디오 네 곳은 모두 인디 게임 또는 모바일 게임 제작 스튜디오들이다.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는 인디 게임, 넥스트 게임즈, 보스 파이트 엔터테인먼트 모바일 전문이다. 9월 헬싱키에 설립한 신규 스튜디오는 징가 출신의 개발자가 리더로 있다.

현재로선 넷플릭스의 AAA 타이틀 독점작이 나올 것이란 기대보다 양질의 인디 게임과 모바일 작품들을 다수 리스트에 올리며 유저 층을 끌어 모으는 데 집중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넷플릭스는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 전략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 다양화와 현지화, 사용자 경험 친화,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 스트리밍 기술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해 왔으므로 게임 분야에서 이를 적용했을 때의 반향이 기대된다.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것처럼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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