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나콘, 챗GPT로 사과문 작성 후 독단적으로 공개
부족한 경험과 예산, 가혹한 업무 환경에 대한 직원 폭로 이어져

[게임플] “이 게임은 ‘골룸’의 삶과 놀라우리만치 닮았다. 게임은 절망적이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미쳐간다.”

‘반지의 제왕: 골룸(이하 골룸)’은 ‘데포니아’, ‘나이트 오브 더 래빗’ 등의 수작 포인트 앤 클릭 게임으로 유명한 개발사 대달릭 엔터테인먼트가 ‘반지의 제왕’이라는 전설적인 IP를 활용해 야심 차게 출시한 작품이었다. 올해 5월 출시된 이 게임은 IP에 어울리지 않는 단조로운 구성과 플레이가 정상적인 불가능한 수준의 오류로 위와 같은 혹평을 받으며 올해 최악의 게임 후보에 그 이름을 올렸다.

IP에 대한 믿음 하나로 59,0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게임을 구매한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악한 게임 퀄리티에 분노했고, 이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메타스코어 34점, 스팀 유저 평가 ‘대체로 부정적’ 등의 악평이 쏟아지자, 개발사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해 게시했다. “유저들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 사과하며,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평범한 사과문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 7일, 독일의 게임 전문 매체 게임 투(Game Two)가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해당 사과문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ChatGPT)’을 활용해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게임 투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 ‘골룸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따르면 개발사 대달릭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했던 전 직원들은 해당 사과문은 전적으로 유통사인 나콘이 작성했으며, 개발사는 사과문이 공개되기 전까지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해당 영상에선 게임의 퀄리티가 이토록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밝혀졌다. 앞서 포인트 앤 클릭 장르의 게임을 꾸준히 출시했던 개발사에겐 3D 액션 게임을 제작할 여력이 없었으며, 이를 충당할 충분한 양의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개발 당시 업무 환경에도 문제가 있었다. 개발사의 전 직원들은 당시 제한된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크런치가 이어졌고, 이에 대한 초과 근무 수당은 없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사내 분위기가 화목했다는 CEO 및 COO의 진술과 달리, 사내에선 이들의 폭언이 이어졌으며 특히 직급이 낮은 직원과 인턴들에겐 업무에 대한 압박이 가해졌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영상의 내용은 다른 매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해외의 다른 게임 전문 매체들도 해당 내용을 보도하면서 골룸의 개발사 및 유통사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두 회사 모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골룸의 흥행 실패로 개발사 대달릭 엔터테인먼트는 개발 스튜디오를 폐쇄하며 게임 개발을 완전히 포기했다. 이로 인해 2022년부터 개발 중이던 반지의 제왕 IP 기반 게임도 개발이 중단됐으며, 전체 90명의 직원 중 25명이 해고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