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M' 방식, 모방작 난립으로 한계... 차세대 플래그십 필요
PC-콘솔 서구권 유저 성향 맞춘 대대적 변화 예고

[게임플] "북미와 유럽 향한 진군, 꺾이지 않는다"

'쓰론 앤 리버티(TL)' 개선 정보에서 읽을 수 있는 핵심 방향이다. 엔씨소프트가 장르와 시장 확대를 위해 뼈를 깎는 변화를 표명하고 나섰다. 

'TL' 글로벌 서비스를 맡은 아마존게임즈는 9월 19일부터 10월 3일까지 북미 지역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한다. 지난 5월 한국 베타 테스트 이후 넉 달 만이다. 당시 유저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전반적 게임 경험을 크게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TL은 엔씨가 자사의 차세대 플래그십 타이틀로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PC-콘솔 MMORPG다. 오랜 기간 초대형 규모로 준비해 업계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MMORPG 명가로서 한 획을 긋겠다는 포부를 여러 번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테스트는 여러 숙제를 남겼다. 업계에서는 "국내 베타 버전대로 가면 서구권은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래픽과 월드 구성은 훌륭했으나, 북미 유럽 유저들이 중시하는 컨트롤 감각과 전투 재미가 덜 갖춰진 모습을 보였다.

TL 베타는 엔씨가 아직 리니지M의 영향력에서 덜 빠져나왔음을 보여주는 계기였다. 전투 편의성을 지원하는 스텔라포스는 PC와 콘솔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밖에 전투의 모션과 타격감, 스킬 활용 시스템에서도 '리니지라이크'의 흔적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엔씨의 선택은 그 남은 흔적마저 지워내고 벗어나는 것이다. 

TL이 현실에 타협하고자 했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향은 '리니지' 방식의 귀환이다. 자동 전투와 과금 위주의 성장을 거친 뒤 대규모 전투에서 각 집단의 힘 겨루기로 이권을 다투는 구조다. 서구권은 다른 프로젝트에 맡기고, 한국과 대만 등 기존 지역의 영향력을 더욱 굳힐 수도 있다.

하지만 TL은 더욱 명확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방향을 맞춘다. 글로벌 테스트를 앞두고 북미 매체와 유저들의 요구를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게임즈는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3에 출전해 새로운 개발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게임스컴 당시 외신과의 TL 인터뷰에 세부 방안이 드러난다. PvP를 원하지 않으면 더 편리하게 우회하도록 하고, 자동 전투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상점에 페이투윈도 완전히 제거한다. 또, 정적이었던 전투는 더욱 역동적으로 탈바꿈한다.

전투 변화는 섬세함과 인내심이 모두 요구되는 대작업이다. 스킬부터 시작해 모션, 효과음, 이펙트, 기본 판정까지 모든 것을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 엔씨는 완전하기 전까지는 게임을 내놓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되, 과거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게임 변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엔씨가 글로벌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존 포지션의 약화다. 리니지M 이후 같은 계열의 MMORPG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기업 체급을 몇 단계 올렸다. 그러나 당시와 같은 강력한 모멘텀을 같은 방법으로만 얻기는 어려워졌다.  

'리니지라이크'로 불리는 이 장르는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모방에 나섰고, 이에 'R2M'과 '아키에이지 워' 등을 향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R2M 상대로 1심에서 상당 부분을 이겼으나, 항소가 이어지면서 법정 공방은 장기전으로 흐를 전망이다. 

한국-대만 시장에서 MMORPG가 포화 상태라는 말이 나오고, 이제 새로운 게임 방식과 시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TL이 최대한 북미와 유럽 유저 입맛에 맞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데는 이런 배경이 존재한다.

인터랙티브 게임 '프로젝트M' 등 다양한 장르 개발이 시작됐으나, 아직 엔씨의 기본 뼈대는 MMORPG다. TL의 서구권 성공 여부는 엔씨가 가장 큰 활로를 열 수 있는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다.

TL 글로벌 지역 출시는 2024년 예정이다. TL의 변화는 엔씨에게 익숙한 길인 동시에 가지 않은 길이다. 가장 자신 있는 장르로 오랫동안 뚫지 못한 시장을 뚫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