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출시 후 20년의 시간 동안 쌓은 '테일즈위버'의 기록
일부 소실된 에피소드, OST로 회상하는 과거의 기억들
[게임플] 'Reminiscence'는 추억담, 회상담, 추억 등의 뜻으로 해석된다.
2002년 '테일즈위버' 오픈 베타 서비스 기간 동시 접속자 수는 최대 5만 명에 육박했다. 누적 회원 수는 100만 이상. 지금으로 치면 사전 예약 100만 명인 셈이다.
'테일즈위버'를 개발한 소프트맥스는 당시 ‘창세기전’과 ‘포리프(4LEAF)’로 국내에 많은 팬을 이미 보유한 상태였다. 특히 ‘포리프’는 2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거대 플랫폼이었고 이대로라면 ‘테일즈위버’의 성공은 뻔해 보였다.
오픈 베타 이후 초기 유료 서비스는 꽤 성공적이었다. 소프트맥스는 2003년 1분기 매출액 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익은 1억 6천만 원을 기록했다.
출시 당시 테일즈위버의 한 달 요금제는 기본 22,000원, 무제한 캐릭터 생성이 가능한 슈퍼 요금제는 29,700원으로 책정됐다. 상당한 금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초기 꽤 높은 인기를 구가한 셈이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해 2004년 1분기 소프트맥스는 12억 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봤다. 일본과 중국 등 각지 서비스로 인한 마케팅과 개발 비용 증가가 있었겠지만, 유저 이탈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테일즈위버의 유저들은 높은 난이도의 레벨링과 사냥으로 소위 ‘노가다’를 강요하는 게임 플레이를 견디지 못하고 게임을 떠났다. 궁여지책으로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테일즈위버는 유저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중 2003년 7월 선보인 청소년 심야 접속 차단 요금제는 상당히 흥미롭다.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게임을 접속할 수 없는 ‘틴 요금제’로 월 15,000원에 제공됐다. 당시 자료에는 “방학을 맞아 밤을 새워 가며 게임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게 돕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2004년 12월에는 월 4,900원까지 요금제를 내리며 돌아선 유저들을 다시 모으는 데 집중했다. 이후 동시접속자 수는 3배 가량 증가했다. 이후 소프트맥스와 넥슨은 새로운 ‘테일즈위버’의 미래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테일즈위버는 일본에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4년 '제2회 중국 온라인게임연회’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중국에서도 게임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소프트맥스는 2005년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5년 7월 넥슨의 클래식 RPG 5종이 부분 유료화로 전환됐다. 테일즈위버는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아스가르드, 일랜시아와 함께 다시 유저들을 끌어안았다.
2006년 4월 출시 3년 만에 테일즈위버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완결됐다. 테일즈위버의 OST와 함께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역시 테일즈위버의 이야기다.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의 설정을 배경으로 독립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평행세계에 가까웠던 이야기는 에피소드3에서 이야기가 격변되며 룬의 아이들의 세계관과 일부 통합된다.
드라마틱 RPG 장르를 표명하면서 출시 초기부터 테일즈위버의 이야기는 집중 조명됐다. 당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 중 가장 소설의 재미를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에피소드 1의 마지막 챕터인 ‘세계의 문’까지 많은 유저의 호평을 받으며 테일즈위버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에피소드 2 광휘는 2006년 9월을 시작으로 2013년 5월 9개 챕터로 마무리됐다. 이후 ‘네냐플’ 업데이트와 에피소드 3 ‘공명’이 시작되면서 기존 지역 리메이크됐다. 레벨링이 쉬워지고 접근성과 편의성이 대폭 늘어나면서 성장의 재미는 늘었지만 에피소드 1, 2를 더 이상 필드에서 즐길 수 없게 되어 테일즈위버에 담긴 유저들의 추억이 일부 소실됐다.
추후 ‘기억의 도서관’ 업데이트로 지난 에피소드를 다시 볼 수 있었지만, 싱글 플레이만 가능했다. 2022년 1월 에피소드 1이 다시 돌아오면서 필드에서 유저들과 함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에피소드 2 추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2019년 선보인 에피소드 4 ‘변주’는 새로운 챕터 업데이트 없이 멈춰있다.
테일즈위버는 지난 27일 20주년 기념 업데이트에 신규 캐릭터 ‘예프넨 진네만’을 선보였다. ‘보리스 진네만’을 기억하는 유저라면 에피소드 1 이후 잃어버린 테일즈위버의 추억과 유산이 떠오를 것이다. 신규 캐릭터 '예프넨'은 기억을 잃고 자기 삶의 의미이자 유일한 가족 '보리스'를 찾고 있다.
'예프넨'이 만약 실존 인물이었다면 '테일즈위버' OST CD를 선물로 줬을 것이다. 분명 잃어버린 기억과 향수를 되살릴 단서가 될 것이다. Reminiscence, Second Run과 같은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몽글거리는 사운드트랙들이 여전히 유저들의 기억에 남아 반복 재생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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