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 미팅 피스케스배, B결승 1위로 한풀이한 사연
'우리는 어떤 성취감을 위해 게임을 하는가'를 되새긴 시간

[게임플] 우마무스메가 1주년을 맞이한 뒤 첫 챔피언스 미팅을 마쳤다. 한국 트레센 학원은 지금 출시 초기 이후로 가장 북적거리고 있다. 

육성 시나리오 'Make a new track!! ~클라이맥스 개막~(이하 뉴트랙)'이 길지만 재미있는 게임성을 갖췄고, PC 클라이언트와 편의성 조기 도입 등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호재가 겹치면서 유저와 매출이 급상승했다. 

또 중요한 장점이 있었다. 뉴트랙은 무과금 혹은 소과금 유저가 우승을 따낼 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다. 효율 좋은 SR이나 배포 SSR 서포트 카드가 많고, 과금과 무관한 육성 변수도 크기 때문. 보유 인자나 카드풀에 따라 편성 자유도도 높은 편이다. 

이번 피스케스배는 중요한 것도 걸렸다. 챔미 위닝 라이브 곡인 'Ms. Victoria'의 조기 도입. 일본 업데이트를 그대로 따라갈 경우 내년 봄에나 만날 수 있는 곡이었다. 결승 직후 무대가 나타나면서 우승 캐릭터가 센터에 서고, 나머지 유저들은 '들러리'가 되어야 했다. 게다가 첫 공연은 스킵도 불가능했다.

기자는 일본 서버 플레이 당시, Mr. Victoria 추가 직후 챔피언스 미팅 2착에 그치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그 다음부터는 한국 서버에 집중하느라 센터의 맛을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챔미 백댄서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욕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위닝 라이브 센터를 노린 메지로 브라이트의 스펙과 최종 승률
위닝 라이브 센터를 노린 메지로 브라이트의 스펙과 최종 승률

■ "잠깐, A결승이 힘들면 B결승 우승도 괜찮잖아?"

이번 우승을 위해 1순위로 깎은 우마무스메는 메지로 브라이트였다. 장거리 최적화 성능으로 이번 피스케스배 최상위 티어캐로 꼽혔고, 개인적인 애정 캐릭터 중 하나기도 했다. 앞으로는 한참 동안 장거리 대회가 없기 때문에, 센터에 세우길 원한다면 이번 기회가 너무나 중요했다. 

캐릭터 획득 후 챔미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단 4일, 주말을 이용해 최대한 계획적으로 빠르게 육성했다. 운이 좋았다. 우마무스메 애호가 스킬을 제외하면 필요한 것이 모두 들어간 브라이트가 대회 하루를 앞두고 만들어졌다. 

1라운드는 독무대였다. 첫날 세 바퀴를 돌았을 때 브라이트의 승률은 무려 80%. 둘째날은 늦은 출발이 유독 자주 뜨고 함께 넣은 나리타 타이신도 활약하면서 약간 떨어졌지만, 중반까지 회복 스킬이 계획대로 떴을 때 폭발력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이대로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2라운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5전 중 1승이 고작이었고, 전패를 맛보는 경우도 많았다. 1라운드는 그저 '트럭'들을 만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한 달 내내 인자와 스킬까지 완벽하게 깎아온 진짜 트레이너가 가득했다. 특히 도주를 맡은 키타산 블랙을 조금 빈약하게 깎아둔 탓에, 상대 도주마들이 치고 나갈 경우 추입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판이 자주 나왔다.

2라운드 2일차에 결단을 내렸다. A그룹 결승을 포기하기로 했다. 억지로 도전해서 3승을 채우고 간다 해도 우승할 확률은 굉장히 낮았다. 어차피 목표는 위닝라이브 센터에 브라이트든 누구든 세우는 것. B그룹 결승에서 이겨도 가능했다. A결승 2착보다 감정적 보상이 수십 배 크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 "이거 보려고 우마무스메 하는 게 아닐까요"

결국 추가 육성과 참여 없이 B그룹 결승으로 향했다. 최종 결승이 열린 16일 정오, 긴장되는 마음으로 결과 화면에 들어섰다.

상대들의 등급은 최대 SS 정도. 비슷했지만, 스탯 배분과 스킬에서 더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느꼈다. 첫 출발에서 브라이트가 늦은 출발 없이 깔끔한 스타트를 끊은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변수는 있었다. 먼저 나와줘야 좋은 회복 스킬 '꺾이지 않는 마음'과 힐라스 계승기가 고유기 발동 뒤에야 터졌다. 하지만 이미 추입마 중 최상위 자리를 선점한 뒤였고, 때마침 도주와 선행에서 모든 상대가 접속기가 터지지 않았다. 스펙과 운에서 모두 앞섰다. 

승리 공식을 모두 완성한 브라이트는 종반 코너부터 도주들을 따라잡았고, 최종 직선에서 깔끔한 독주를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A결승 우승 때보다 기쁜 B결승 1착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Mr. Victoria' 위닝 라이브가 시작됐다. 꼴찌부터 역순으로 모든 캐릭터와 트레이너명이 '박제'되고, 가장 나중에 내 손으로 피땀 흘려 육성한 캐릭터가 무대 전면으로 나선다. 

'2023년 챔피언스 미팅 피스케스배 우승: 메지로 브라이트'. 이 문구가 뜨면서 화려하게 시작한 무대는 홀로 공중 장비를 타고 승천하며 마무리됐다. 게임은 보상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플레이에서 성취감을 얻는 과정으로 재미가 나온다. 그 어느때보다 뿌듯한 라이브 감상이었다.

■ "동기부여는 물질이 아니라 감성에서 나온다"

위닝 라이브 센터에 선다고 해서 엄청난 보상은 없다. 약간 많은 주얼을 받고, 더 좋은 칭호를 얻을 뿐이다. Mr. Victoria 곡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 일괄 지급된다. 하지만 첫 공연에서 내 캐릭터를 센터에 세우느냐 마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서브컬처에서 이런 경우는 많다. '블루 아카이브'만 해도 총력전 플래티넘 보상은 약간 더 많은 보상과 치장용 트로피가 전부다. 하지만 그것을 타내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이를 악물고 점수 컷을 넘기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우마무스메는 육성 게임이다.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가 한 마음으로 성장하고, 그 결과물을 두고 모든 것을 건 레이스를 벌인다. 엄청난 재화 보상이 아니라도, 정성 들인 연출과 콘텐츠가 있다면 거기서 막대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우마무스메 대표 방송인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도 재미있다. 누군가는 A결승을 이기고 야광봉을 흔들며 라이브를 즐겼고, 누군가는 목 차이로 패배하고 울부짖었다. 이기든 지든, 그것은 다음 대회에 다시 참여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스토리를 재생산하는 계기가 된다. 

다음 달 챔피언스 미팅은 아리스배, 미래시에 따르면 2천 미터 중거리 경주다. 이미 수많은 화제를 낳은 '크리스마스 오구리 캡(클구리)'이 패왕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더 치열한 육성 준비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그 결승에서 누가 웃고 울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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