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다 안다는 것?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
"다음 업데이트는 어떨지 설레는 느낌 못 버려"

[게임플] "너희, 비용 감당할 수 있어?" / "다 스포당한 채로 하면 무슨 재미야?"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에서 캐릭터 뽑기는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확률형 아이템 없이 수집한다면 더 좋았겠지만, 수익을 향한 사정과 수집욕이 맞물리면서 지금의 형태로 굳어졌죠. 그래도 모바일게임 중에서는 퀄리티를 향한 연구, BM에 대한 피드백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미래시'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본다는 뜻이죠. 게임을 국가마다 차례대로 출시하면 앞서 서비스한 지역을 통해 어떤 순서로 '가챠'가 나오는지, 가챠별 성능은 어떤지를 후발 지역이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손해 보는 곳에 뽑기 재화를 쓰지 않고 미리 아껴서 지출을 최소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요즘은 '글로벌 원 빌드'가 대세로 떠오릅니다. 말 그대로 한 가지 버전을 전 세계에서 동시 서비스하는 것을 말합니다. 서브컬처 시장과 자본이 커지면서 가능해졌는데요. 이로 인해 '미래시'와 '원 빌드'의 취향 차이도 재미있는 토론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 미래시 측 "미리 다 안다는 것?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

미래시가 있는 대표적 수집형 게임은 '페이트/그랜드 오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블루 아카이브', '명일방주' 등입니다. 안정적인 단계별 확장을 선호하는 일본 게임이나, 초반부터 큰 자본을 들이지 않는 게임이 보통 여기 속합니다. 

미래시 최대 장점은 과금 관리입니다. 앞으로 나올 캐릭터의 순서, 그리고 각각 얼마나 강하고 약한지를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처럼, 게임에 따라서는 아예 과금을 한 푼도 하지 않고 인게임 재화만으로 최상위 등급 진입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큰 손해를 미리 방지하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성능과 가치는 각종 업데이트와 콘텐츠 추가로 항상 변화하죠. 그 캐릭터가 똑같아도 시너지를 내줄 파트너, 혹은 다른 쪽으로 메타를 바꾸는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급등과 급락이 발생합니다.

일례로, 우마무스메는 올해 한국 서버에 나올 '옥좌에 앉은 자들'이라는 카드가 초기에 엄청난 성능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유저들이 지갑을 잔뜩 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곧 메타의 급변화로 인해 극적으로 침몰하고 맙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래서 일본 유저들에게 '옥좌'는 운영 불만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수집형 게임에서 이런 사건을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메리트입니다. 특히 경쟁이나 랭킹이 있는 게임이라면 상위호환 카드나 카운터 카드의 등장으로 '인권캐'가 하루 아침에 곤두박질치는 일이 종종 있죠. 

편의성을 미리 당겨올 때의 기쁨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가챠를 당겨오면 지옥이지만, 각종 시스템 개편이 먼저 이루어지면 초기 서버 이상의 쾌적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시행착오를 한 번 겪은 뒤 운영을 반복하는 만큼, 좀더 유저 친화적인 환경을 기대하기 좋은 방식입니다. 

■ 원 빌드 측 "다음 업데이트는 어떨지 설레는 그 느낌 아시나요"

'원신'이나 '붕괴 스타레일', '승리의 여신: 니케'' 등 비교적 최근 게임은 글로벌 원 빌드 비중이 높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파괴력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여기에 몰려 있죠. 

글로벌 마케팅이나 서비스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기대수익이나 화제성 면에서 확실한 이점을 가집니다. 과금 부담 면을 제외하고,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장점이 많은 방식으로 꼽힙니다. 

미래시의 태생적 단점 중 하나가 '몰입 분산'입니다. 아무래도, 미리 어떤 내용이고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는지를 한참 전에 안 채로 기다리면 감흥은 줄어들 수밖에 없거든요. 반면 원 빌드 서비스는 모두가 아무 정보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좋은 이야기를 만났을 때 감동도 배가 됩니다. 

서브컬처에서 스토리와 캐릭터인데, 이를 미리 다 알고 뒤늦게 우리말로 접하는 것은 감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밖에도 신규 캐릭터 활용에 대한 토론, 상위 스테이지 공략법에 대한 의견 교환 등 원 빌드에서만 가능한 재미가 또 존재합니다. 

최근은 스팀 플랫폼의 존재도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스팀을 활용해 PC와 모바일 크로스플레이로 글로벌 서비스하는 게임도 점차 생깁니다. '헤븐 번즈 레드'나 '림버스 컴퍼니'가 대표적인데, 원래대로면 꽤 높은 비용이 요구됐을 글로벌 빌드 운영을 비교적 작은 규모로 수월하게 해내는 모습이 개발사들의 귀감을 사죠.

"미래시가 있어봐야 어차피 경쟁은 상대평가 아니냐"는 원 빌드 측 반박도 가능합니다. '인권캐'가 무엇인지 모두가 알면 어차피 모두가 필수로 가지게 되고, 미래를 아는 만큼 요구하는 카드풀 허들도 올라가긴 합니단. 오히려 중간 신규 유저의 유입이 쉬운 것은 원 빌드 서비스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방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유저들은 게임이 재미있으면 플레이합니다. 하지만 성향에 따라 "미래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혹은 "없었다면 어땠을까" 등의 상상은 가끔씩 흘러나오곤 합니다. 각자 더 몰입하고 즐거워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서브컬처 게이머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지금으로서 유저 수는 원 빌드 쪽이 많지만, 단순히 그 방식이 좋아서라기보다 호요버스 형제들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 같기도 합니다. 또 미래시가 있는 게임들의 팬덤도 아주 막강하죠. 더 많은 게이머가 선호할 방식은 무엇일지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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