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전환점 될 게임, 강점의 완성도 높인 방향으로 완성되길

[게임플] 글로벌 MMORPG의 '왕좌'를 노린다. 얼마나 '자유'로운 게임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엔씨소프트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가 일주일 동안의 베타 테스트를 마쳤다. 참여 유저는 총 1만여 명, 서버 한 곳에서 서비스 흐름을 점검하기에 충분한 인원이다. 실제로 테스트 내내 분위기는 활발했다. 지역 이벤트마다 사람이 가득 찼고, 보스 토벌도 무수한 도전자가 몰려들면서 다이나믹한 콘텐츠가 연출됐다. 

'TL'은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준비 중인 심리스 오픈월드 MMORPG다. 모바일은 스트리밍 플레이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결국 게임 구동은 PC로 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퀄리티와 게임성을 갖출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었다. 

일주일간 즐긴 TL은 뜻밖의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별 이벤트로 촘촘하게 연계되는 지역 콘텐츠, 월드를 생생하게 탐험하고 밝혀나가는 과정을 느꼈다. 반면 전투 관련 분야와 편의성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감지됐다. 

퀄리티는 만족스러웠다. TL의 그래픽은 PC 기준에서도 합격선을 가볍게 넘는다. 튜토리얼과 오프닝에서 나온 세계 표현 연출은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실제 플레이에서도 좋은 구동환경이 갖춰진다면 온라인 게임 가운데 손꼽힐 만한 디테일을 체험할 수 있다.

TL만이 가진 최대 강점은 월드 구현을 꼽고 싶다. 필드는 물론 던전까지 한 공간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심리스는 처음 겪었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일부 실내 공간은 따로 분리됐지만, 그마저도 문을 열고 닫는 등의 연출로 인스턴스 구역을 마련해 자연스러운 연결을 시도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다만 최적화는 아직 신경이 쓰인다. 기본적으로 PC 요구사양부터 까다롭다. 최신 AAA급 싱글플레이 게임과 비슷한데, 온라인 게임 기준에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여기에 옵션에 따른 프레임 과부하가 커서, 사람이 몰리는 게임 특성상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낮은 그래픽 옵션에 손이 가게 된다.

TL이 분명 액션에서 강점을 가진 게임은 아니다. 전투는 유저 캐릭터와 몬스터가 제자리에서 일반 공격과 스킬을 교환한다. 역동적인 연출이나 타격감은 찾기 어렵다.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에서 쌓아올린 시스템을 토대로 한 PC-콘솔 개량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는 철저하게 공성전 등 대규모 전투 최적화로 구성했다. 대신 성장에 필요한 조건은 완화하고, 월드 자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늘렸다. BM도 순화한 면이 보인다. 

테스트 전 우려도 있었던 변신은 확률형 아이템이 아니라인게임 콘텐츠 수행으로 얻으며, 질주와 비행 등 탐험 편의성에 집중한다. 시즌 패스, 소모성 아이템, 그밖에 치장형 아이템이 주요 상품으로 배치된다. 글로벌 기준 BM에 맞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래도, 현재 글로벌 MMORPG 환경에서 큰 매력이 없는 전투는 마음에 걸린다. 자동사냥을 도와주는 스텔라 포스의 기능은 한정적이다. 자동사냥 자체도 서구권에서 선호받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일정 레벨까지 퀘스트가 끊기는 구간은 지역 이벤트로 경험치를 쉽게 채울 수 있지만, 대규모 전투를 즐기기까지 재미의 장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콘솔 비중이 높은 서구권에서 초반 사냥 구간은 플레이를 지속할 동기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스토리 내용은 흥미롭다, 단지 연출 보완이 필요하다
스토리 내용은 흥미롭다, 단지 연출 보완이 필요하다

TL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은 맞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그래픽과 월드 설계를 제외한 분야에서 유저들을 붙잡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 게임의 형태에서 노리는 대상은 기존 게임들과 다르다. MMORPG는 경쟁 위주와 협력 위주로 나뉜다. TL은 길드 단위로 게임을 즐기고 큰 컨트롤 필요 없이 성장하되, 극한의 경쟁은 피하고 싶은 회색지대 유저층을 겨냥한 설계가 보인다. 

스토리는 '리니지'에 비하면 분명 크게 신경을 썼다. 게임명 'TL'은 왕좌와 자유를 뜻하는 약칭이다. 아키움 군단이 거대한 상대로 등장하고, 유저는 '별을 품은 아이' 중 하나로서 이에 맞서며 대립이 진행된다. 서브 스토리도 더빙까지 섬세하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는 무난한 편이다. 스토리에서 호평을 받는 MMORPG 대부분은 이야기의 구조도 좋지만, 시네마틱이나 배경 연출 등 중요한 순간에서 유저 몰입을 끌어당기는 센스가 특히 뛰어나다. TL은 일러스트나 대화 컷신 위주로 이야기가 풀리면서 중간 중간 빛나는 이야기도 그냥 넘어가는 유저가 다수 발생한다.

전투의 기본 틀은 수정이 어렵다. 게임의 너무 많은 것을 바꿔야 하고, 추후 대규모 전투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대신 월드 속 이야기를 유저들의 시점에서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 감각을 살리는 것은 가능하다.

즉, 강점인 그래픽과 월드 탐험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최적화는 필수 과제다. 그리고 월드에서 할 만한 것들을 더 풍성하게 연계한다면 매력은 살아날 수 있다. 

전투 중에 보완하면 좋을 1순위는 무기조합이다. 다양한 조합으로 스킬 연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보였지만, 실제 테스트에서는 주력 능력치의 한계로 인해 효율적인 세팅이 정해지게 됐다. 그렇다고 무기 스왑 자체를 부정하기엔 아까운 아이디어다. 게임성이 살아나도록 다양한 조합을 유도하는 개편이 이뤄지길 바란다.

TL은 베타 테스트 동안 서비스에 정성을 들였다. 유저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콘텐츠와 아이템을 보완해나갔고, 테스트 마지막을 하늘을 나는 고래 퍼포먼스로 장식하는 등 피드백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정성과 의지가 부디 글로벌 공략을 위한 최고의 완성도로 피어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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