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네러티브, 연출 통해 게임 완성도 높여
캐릭터, 배경 활용 통해 차기작 예고
최근 국내 콘솔게임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좋다. 인디는 물론이고 AAA급 게임까지 글로벌에서 활약이 늘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23년 출시된 'P의 거짓'이 있다.
당시에도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았고, 이에 더해 올해 6월 출시한 DLC 'P의 거짓: 서곡'의 평가는 본편을 뛰어넘었다. 판매량 300만 장을 돌파했고, 차기작을 향한 관심도 서구권을 중심으로 크게 피어오르고 있다.
네오위즈에서 출시한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의 정석을 보여줬다. 기존 게임들의 훌륭한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집대성했다. 그럼에도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 평가에 큰 도움을 준 요인은 네러티브와 아트다. 그중에서도 특히 네러티브는 P의 거짓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줬다. 적어도 이 부분은 오리지널리티가 넘친다는 것이다. 이를 극단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크라트'라는 도시 자체다.
■ 크라트의 매력
P의 거짓 전반에서 보여주는 디자인과 아트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P의 거짓이 유저들에게 처음으로 어필한 것도 이 부분이다. 특히 크라트라는 도시 전반의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스토리를 중심으로 보면 크라트는 그 이상으로 훌륭하게 설계됐다.
스토리 요소에서 크라트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등장인물 대다수가 여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들은 가장 중요한 원료인 '에르고'가 나는 크라트를 버릴 수 없다. 다른 기타 등장인물들도 고향이자 인형들이 만들어준 이상향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외지인인 제페토도 아들을 위해 다른 곳도 아닌 크라트를 이상향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들을 묶는 것은 크라트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설정, 인형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이들이 크라트를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인형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작중에는 인형과 연관된 사소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인형을 사랑한 신사나 인형과 친구 가된 어린이들이다. 이런 등장인물이 만들어낸 디테일이 'P의 거짓'의 네러티브에 유일성을 더해준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주인공인 제페토의 인형의 '인간성'이 오르는 것으로 네러티브의 완성도가 대폭 올라간다.
■ 주인공의 인간성
게임을 진행하면서 유저들은 NPC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온다. 대부분 선의의 거짓말을 하거나 정식하게 말해야 한다.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 주인공의 인간성이 오르고, 이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 대부분은 원작 피노키오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잠깐 혼동이 생길 수도 있고, 이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유저는 제페토의 인형을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기에 선의의 거짓말은 꼭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이 거짓말을 통해 제페토의 인형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는 대사가 거의 없다. 하지만 소통을 거부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다른 '인간'들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런 대비를 통해 주인공의 캐릭터성과 그의 행동으로 변화하는 인간성을 통해 유저는 스토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질문의 대답에 대한 반응은 사실 뻔하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움직이는 동안 정말 거짓말을 해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그동안 시간은 흐른다. 이 순간만은 분명 최고로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 크라트부터 확장되는 세계관
P의 거짓 네러티브에 대한 다른 강점은 바로 확장성이다.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문서와 쪽지를 입수할 수 있다. 일부는 게임 진행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지만 상당수가 설정과 배경, 그리고 과거에 관한 스토리를 알려주고 있다. 액션 게임인 P의 거짓에서는 게임진행에는 별 쓸모 없는 아이템들이다. 그나마 일부 아이템은 퀘스트랑 관계있기에 살펴봐야 하지만 그런 아이템은 굉장한 소수다.
유저들은 이 문서와 이야기를 읽으면서 크라트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리고 크라트 밖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금술사들은 크라트 밖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DLC인 서곡에서 크라트 지하에 에르고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암시가 나왔다.
이를 통해 차기작도 크라트를 배경으로 하거나 이와 관련된 장소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 또한, 본편의 최종 보스 뒤에서 암약하는 인물이 있는 것이 확실히 밝혀지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런 점들은 단순히 좋은 액션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결과물이다.
P의 거짓의 네러티브는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누구나 알고 있던 피노키오 이야기를 기본으로 세우면서도 정반대의 행동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주요 등장인물 모두 소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크라트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스토리가 게임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게임의 조건에 스토리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국내 게임의 글로벌 약진에는 스토리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도 분명 관계 있다. 또한, P의 거짓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IP 확장을 시도하는 국산 게임의 선두에 있다. 이런 도전이 앞으로도 성공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