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전쟁' 뛰어넘어 순수 재미를 자극한 게임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게임계는 '라이징 스타' 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콘솔 및 PC 게임들에 매너리즘이 찾아왔다는 지적은 줄곧 있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그 답을 찾아가는 곳은 기존 대형 게임사가 아니었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거나 적당히 존재감만 유지했던 중규모 스튜디오들이 기대 이상의 신작을 들고 찾아왔다.

강력한 체급을 바탕으로 한 AAA 게임 출시도 활발했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 와일즈',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2'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것들은 출시 전부터 흥행이 보장된 게임들이다. 큰 기대가 없었지만 빛나는 한 방을 보여준 게임들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되는 이유다.

판매량이나 여론을 떠나서, 순수하게 개인적 플레이 관점으로 깊은 인상을 받은 5개 신작을 골랐다. 그밖에도 게이머마다 각자의 최고 신작들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도전이 가득했고, 게임계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 2025년 최고의 발견

이 게임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을까. 프랑스의 작은 신생 개발사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IP는 낯설고 거대한 마케팅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가장 강력한 GOTY 후보로 떠오른 게임이다. 

출시 전 세계관 소개부터 주목하게 만드는 전조가 있었다. 화가가 쓴 숫자에 해당하는 나이의 인간은 모두 죽는다. 이를 저지하러 떠나는 원정대의 감성은 비장했고, 아트와 연출 및 음악은 아름다웠다. 여기에 JPRG 전투 구조를 섞는 시도는 신선했다. 결국 이들의 이야기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여운을 남기는 최고의 결말로 완성됐다.

일부 외주를 제외하면 30여명이 개발했다는 사실부터 놀라움을 안겼고, 현세대 대형 게임사가 엄두를 내지 못하는 도전이 성공했다는 점 역시 업계에 큰 울림을 전한다. 역대 가장 강렬한 데뷔작임에 이견이 없다.

■ 스플릿 픽션 - 2인 게임, 정점 위에 더 정점이 있었다

'어 웨이 아웃'에서 신선함을 전했고, '잇 테익스 투'에서 역대급 게임을 만들었다. 당연히 그 시점이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최고점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개발사는 그런 예상을 기분 좋게 배신했다. '스플릿 픽션'으로 2인 게임의 한게치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오랜 게이머들에게 존중과 오마주가 가득한 온갖 장르의 스테이지들, 그 속에서 지극히 높은 이해도를 통한 게임 구성을 만들어냈다. 친구를 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플레이해야 할 게임이자, 게임 설계의 마스터피스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게임을 깊게 즐기지 않던 대중에게는 접근하기 더 어려워진 난이도 정도다.

■ 킹덤컴: 딜리버런스2 - 마니아 감성에 순수 체급을 더할 때

2018년 출시한 전작 '킹덤컴'은 잘 만든 마이너 게임이었다. 중세 리얼리즘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대신 편의성을 희생했고, 폭넓지 않지만 단단한 팬덤을 구축했다. '킹덤컴2'는 둘 사이 밸런스를 절묘하게 잡았다. 그 결과 체코의 작은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는 단숨에 메이저급 흥행을 거두며 날아올랐다.

가장 달라진 것은 개발 체급이다. 불안정했던 전작 구동 환경을 거의 잡았고, 월드 전체 볼륨과 퀘스트 구조는 그야말로 주류급으로 올라왔다. 몰입 넘치는 중세 현실성과 스토리는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강점이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과 꾸준한 업데이트 지원까지, 유저를 위한 게임에 가장 어울리는 사례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 - 액션만으로도 저평가할 수 없는 게임

네오플의 첫 콘솔 싱글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순수하게 전투, 특히 보스전 재미에서 어떤 게임이 가장 만족감을 줬느냐 묻는다면 이번 상반기 대답은 망설일 것 없이 '카잔'이다. 초중반은 묵직한 공방으로 긴장감 넘치는 하드코어 전투 맛을 물씬 풍겼고, 후반부는 보스와 함께 압도적 연출을 주고받는 스타일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게임 전체로 아우르면 평가를 아주 높게 주기는 힘들다. 하지만 액션의 완성도는 극찬하기 충분하다. 최적화는 해외 게임사들이 배워야 할 만큼 완벽하고, 사후지원도 모범적이다. 그밖의 요소인 배경 표현과 필드 설계, 내러티브 등에 더 투자한다면 차기작에서 액션 걸작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보인다.

■ 블루 프린스 - 퍼즐 융합 장르의 새로운 경지

아무런 전조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수작이다. 출시와 함께 해외 퍼즐 마니아들이 열광했고, 평단의 극찬까지 날개를 달면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퍼즐과 로그라이크를 연결하는 발상부터 신선하지만, 플레이 도중 더욱 놀라게 하는 점은 쉬지 않고 창의성을 유도하는 게임 설계다.

난제를 풀고 얻는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다음 길과 목표를 유도하며, 상상도 못한 쪽으로 방을 만들고 스스로 성장하는 재미를 준다. 이것을 랜덤 생성 구조에서 맞춰냈다는 것은 감탄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어가 오직 영어뿐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인데, 언어 지원으로 국내 많은 유저들이 이 창의력을 함께 즐길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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