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15년 부재, 늘어진 개발 기간, 트렌드 거부... 흥행 실패 전조 가득
IP 정체성, 감성, 순수 재미만큼은 끝까지 지켜낸 뚝심과 지원
고백하겠다. 이런 대흥행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데브캣이 개발하고 넥슨이 출시한 '마비노기 모바일'이 고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인기 서버에 계속 신규 유저가 몰려오고, 생성 제한과 서버 증설을 거듭해도 접속이 이어지면서 차세대 대표 MMORPG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모바일인덱스 추정 집계에 따르면, 4월 2주차 마비노기 모바일 주간이용자(WAU)는 66만명 안팎으로 나타났다. 한창 오픈 효과로 유저가 폭주하던 전주와 동일하다. PC에서 앱마켓 계정 연동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플랫폼 유저는 더욱 많다. 매출 역시 모바일 주간 3위다.
마비노기 모바일보다 이용자가 많은 게임은 어린 세대 문화 아이콘인 '로블록스', '브롤스타즈' 등 4종에 불과하다. 또한 오픈 직후에 비해 유저 수가 안정화되는 기본 법칙을 무시하고 계속 최고 접속자를 유지하는 것도 이례적인 흥행 지표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전까지 부정적 전망이 팽배했다. 데브캣은 2010년 '마비노기 영웅전' 이후 무려 15년 동안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과거 게임들은 넥슨코리아로 운영이 이관됐고, 오직 마비노기 모바일에 명운을 걸어야 했다.
개발 과정도 가시밭길이었다. 2017년 최초 공개 이후 8년이 걸렸다. 지스타에서 시연을 선보일 때마다 게임 모습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계속 프로젝트가 격변을 겪었다는 의미다. 그 사이 개발 비용은 계속 쌓여갔다.
사전 정보를 종합할 때,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전망만 피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개발이 이 정도로 길어지고 기획이 계속 변화한 신작이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마비노기 IP의 원작 외 확장에도 불확실성이 높았다.
유저 커뮤니티 사이 인식도 아래로 치달으면서 각종 조롱이 이어졌다. 여기에 현재 모바일 MMORPG 환경에서, 협력과 생활 및 힐링 라이프를 무기로 삼는다는 것은 아무리 마비노기라도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무엇 하나 긍정적인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마비노기 모바일은 순수하게 게임으로 증명했다.
출시 1일차 및 2일차는 큰 호평이 없었다. 하지만 슬로우 템포의 초반 지역이 끝나고, 본격적인 스토리와 전투 및 생활 콘텐츠가 전개되기 시작하자 극적인 반전이 벌어졌다. 유저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매력이 펼쳐진 것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명확하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긴 개발 동안 뼈대가 계속 바뀌며 방황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비노기'의 기본 정체성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한 내가 되는 경험, 낯선 유저와의 만남, 힐링 감성과 가벼운 성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점은 오히려 현세대 게이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개발비 1천억원이 맞느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실제로 오랜 기간 개발비가 소모된 만큼 이를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도 클 법하다. 이 경우 실적 압박 속에 BM을 우선 기획하고 게임을 거기에 맞추려다 유저 반응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리는 사례는 흔하다.
반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게임의 순수 재미를 우선한 뒤 BM이 보조하는 형태로 기획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투자 비용이 많은 상태에서 쉽사리 내리기 힘든 결단이다. 자칫하면 적절한 유저 수를 유치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작 강점을 극대화한 매력은 상상 초월 유저 수를 만들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수익으로도 연결됐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어려운 개발 과정에서도 IP 정체성과 재미 방향을 끝까지 지켜낸 데브캣의 뚝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넥슨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작 프로젝트가 늘어지는 경험은 겪어보지 못한 스튜디오가 훨씬 드물다. 그리고 그것이 압박으로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여느 게임이 다 쓰는 시스템을 섞고, 안전한 수익을 보장하는 BM을 섞는다. 꿈 가득한 게임이 그렇게 큰 개성 없이 무난한 게임으로 완성되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달랐다. 현존 MMORPG 중 오직 마비노기 모바일만이 가진 시스템과 콘텐츠가 가득했다. 그 개성은 완성도에 따라 모 아니면 도가 된다. 하지만 데브캣의 마비노기 이해도는 당연히 완벽에 가까웠다. 넥슨도 사업적 논리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 결과 '최고점'을 띄우는 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과제는 많을 것이다. 세상에 운영 문제가 터지지 않는 MMORPG는 없다.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개선 사항과 업데이트 숙제가 여럿 있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해결해간다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흐름이다. 적어도 지금 데브캣과 넥슨이 보여준 의지는, 게임을 계속해나갈 신뢰가 되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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