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3' 스벤 빈케의 TGA 연설이 말해주는 것

"수익이나 정치적 이유로 근시안적 결정을 하지 않고, '게임'을 우선하면 수익이 따라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올 겁니다."

더 게임 어워드(TGA) 2024 올해의 게임 시상에서, 전년 올해의 게임을 받은 라리안 스튜디오 스벤 빈케 CEO가 남긴 연설 일부다. '발더스 게이트3'는 그런 말을 할 자격으로 가득 찬 게임이었다. 

올해 그 GOTY 자리를 넘겨받은 게임은 팀 아소비의 '아스트로봇'이었다. 소니 재팬 스튜디오 산하에 설립된 일본 개발사다. 단순히 플레이 영상 구경이 아니라, 직접 게임패드를 잡고 조작을 느낄수록 참맛이 와닿는 게임이었다.

니콜라스 두셋 디렉터는 "어릴 적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선물로 받고 플랫포머에 빠졌다"고 회상하며 영감을 준 회사에 경의를 표했다. 플레이스테이션에 GOTY를 새긴 개발자가 닌텐도에 리스펙을 남기는 풍경이 연출됐다.

올해 TGA 올해의 게임 후보 6종 중 넷은 일본 게임이었다. '아스트로 봇'을 비롯해 '메타포: 리판타지오', '파이널 판타지7 리버스',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까지 순수 재미에서 유저를 매료시킨 후보들이다. 또 하나는 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었다. 

서구권 개발 게임은 단 하나였다. 캐나다 1인 개발자가 만든 포커 덱 빌딩 게임 '발라트로'. 볼륨과 퀄리티에서 대작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역시 순수 재미로 게임을 채운 사례다. 지금 서양 대형 개발사들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잡고 있었다.

올해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 성공한 게임도 손에 꼽는다. 그나마 '헬다이버즈2'가 우수 서비스상 수상으로 체면치레를 한 정도다.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가 음향 디자인상을 차지했지만, 냉정하게 대중적으로 성공한 게임은 아니다.

■ 흥행에 실패하거나, 혹은 참패하거나

가장 피부로 와닿은 흐름은 유비소프트의 몰락이다. 5종 이상의 굵직한 신작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고, 긍정적 화제보다 NFT 사업이나 서비스 품질에서 나오는 논란이 더욱 컸다. 

일본 배경의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는 아시아 유저들에게 "정치적으로 잘못된 게임"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출시를 2월로 연기한 상태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자체도 완성도는 점차 떨어지고 고증도 파괴되면서, 본인들이 과거 사랑받은 이유를 잊은 듯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밖의 게임사들도 총체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다.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의 '콘코드'는 게임 역사상 최악의 흥행 참패 상징으로 남게 됐다. 개발비 5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게임이 첫날 동시접속자 697명, 열흘 만에 40명으로 떨어지면서 곧장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스튜디오는 폐쇄됐다.

'드래곤 에이지: 베일가드'는 기존 시리즈 팬이라면 화가 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정치적 올바름(PC) 강제 주입 장면도 논란이 됐지만, 억지로 유행에 따라 게임을 바꾸다 재미와 IP 정체성을 모두 잃은 것이 가장 문제였다. 

즐거울 만한 내용은 사라지고 메시지와 설교만 남으니 더욱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150만장 이하 판매량이 나왔다는 내부자 폭로가 나타났고, 바이어웨어 구조조정 설도 흐럴나왔다.

■ "올바르지 못한 이들 때문에 실패했다"?

서양 게임의 흥행 실패에서 더욱 암담한 문제는 '그들이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는가'다.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탓이 지나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콘코드' 핵심 개발자들은 게임에 불만을 가진 유저들에게 SNS를 통한 혐오 표현을 쏟아냈고, 내부 DEI 도입 관련 강요가 있었다는 폭로에 시달렸다. '베일가드' 디렉터는 미디어 인터뷰에서 게임에 대한 논의가 아닌 정치적 담론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PC를 제외해도 부족한 점은 많았다. 최적화와 같은 기본적 문제가 터지는 비율이 더욱 늘었고, 출시 후 관리에도 여러 문제가 나왔다. 오히려 한국('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과 중국('오공') 등 신흥 스튜디오의 사후 지원 업데이트 수준이 더 높다. 유저 즐거움은 차순위인 경우가 많았다.

'발더스 게이트3'는 지금도 다음 무료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발더스 게이트3'는 지금도 다음 무료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 "유저가 즐겁길 바라는 개발자들을 위해"

지난해 GOTY를 휩쓴 발더스 게이트3 역시 PC 요소가 많은 게임이다.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요소가 게임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오히려 유저 선택권을 늘렸다. 또 유저가 어떻게 하면 재미와 감동을 최대한 느낄지에 집중했다. 

그 결과 1년 넘게 즐겨도 질리지 않는 명작이 탄생했다. 유저들이 놀랄 만큼 무료 업데이트도 이어졌다. 스벤 빈케 CEO의 또다른 말을 빌리면, "개발자가 즐겁지 않으면 그 누구도 즐겁지 않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었다. 

성공한 게임, 실패한 게임을 통해 서양 게임계가 깨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PC와 DEI는 게임에 불만이 나올 때 핑계로 사용하는 방패가 아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 정말 추구해야 할 '올바름'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