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내 유저 제작 게임 '그날의 광주', 5.18 왜곡 파문 커져
유력 매체 보도 후에야 약관 위반 삭제... 체계적 신고 대응 필요

'로블록스'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한 게임이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게임은 약관 위배로 정지됐다. 

로블록스는 유저가 직접 게임 등 콘텐츠를 만들고 함께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논란으로 떠오른 대상은 익명의 한 유저가 제작해 로블록스 내 배포한 '그날의 광주'라는 이름의 게임이다. 

이 게임은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를 배경으로 시민군과 정부 중 한 팀을 선택해 총격전을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군인 쪽을 골랐을 경우 "시민 폭동을 막아라"는 임무 공지와 함께 시민을 쏘게 된다는 것. 전투력이 없는 일반 시민까지 사살하거나 차로 치어 없애는 플레이가 이뤄진다. 

추가 제품을 구입하면 북한군 '무장공비' 플레이까지 가능하다. 땅굴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으며, 인공기와 북한 군가까지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공산주의와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보인 간판 이름도 다수 발견됐다
공산주의와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보인 간판 이름도 다수 발견됐다

제작자는 공지를 통해 "5.18 사건을 재구성해 제작하였으며 그날 있던 일을 가상으로 생각하여 마음대로 만든 게임"이라면서 "고증적 오류가 큰 부분도 있고 정확한 사건으로 만든 게임이 아니며, 게임은 게임일 뿐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실제 민감한 사건의 재현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달고 있어 게임 약관에 이미 위배된다. 또한 가상이라고 하나 폭동과 북한 개입설 등 당시 군부 정권에서 주장하던 내용을 게임에 그대로 담아 역사 모독이 명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초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회원 수 1만 5천 명을 넘겼고, 몇몇 국내 로블록스 인플루언서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2월부터 로블록스 측에 다수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고가 즉각 적용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게임 모드 서비스를 지속해왔다.

4월 30일 사라진 '그날의 광주' 로블록스 페이지
4월 30일 사라진 '그날의 광주' 로블록스 페이지

결국 '그날의 광주'는 4월 30일 JTBC 보도 직후 로블록스에서 약관 위반으로 페이지가 삭제됐다. 취재 과정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영상을 확인한 뒤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으며, 취재 및 게임위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제작 접근성이 늘어나면서 반사회적 내용을 담은 게임물 유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불근신 게임'이라는 말로 부른다. 민감한 내용을 함부로 다루는 게임을 뜻하며, 질 낮은 내용과 자극적인 왜곡이 대거 유포되어 한 발 먼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역사 왜곡과 혐오 메시지를 담은 게임문화 콘텐츠에 체계적인 신고와 기관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플랫폼 운영 측의 적극적인 대응도 향후 유저 제작 콘텐츠 시대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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