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공격의 틀을 기본부터 개선, 보스전 재미 극대화한 1인 던전의 의미

11년 전 느꼈던 그 전투 방식의 조각이 보였다. 

엔씨소프트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 출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 시간 엔씨가 총력을 기울여 개발해온 MMORPG로, 모처럼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선보이는 대작이다. 12월 7일 PC 버전이 먼저 출시되며, 콘솔과 글로벌 출시는 추후 일정이 공개된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발 기간이 매우 길었고, 지난 베타 테스트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전투가 많은 지적을 받았다. 제 자리에 서서 스킬 몇 번을 쓴 뒤 평타의 반복이었고, 타격과 피격 체감도 모호해 싸우는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개발진은 모든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근본부터 변화를 고민했다. 안종옥 PD는 9월 개발자의 편지에서 "정적인 전투를 역동적으로 바꾸고, 스킬 메커니즘과 무기 조합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개발 상황을 밝혔다. 또 자동사냥을 전면 제거하고 인스턴스 던전으로 평화적 협력 콘텐츠를 더욱 늘린다는 약속도 전했다.

지스타 2023 엔씨 부스 무대에서, TL은 실제로 약속을 지킨 채 나타났다. 이동하면서 공격이 되고, 회피 및 대시와 변신 비행 활용 등 적 패턴에 따라 유연한 반응이 가능해졌다. 파티 던전도 흥미로운 패턴으로 매끄럽게 돌아가면서 현장 라이브 반응이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다. 

엔씨는 본래 MMORPG의 전투를 역동적으로 그려내던 개발사다. '리니지2'도 당시 기준 독보적인 전투였고, 2012년 '블레이드 앤 소울(블소)'에서 역량이 정점에 달했다. 

'블소'는 타겟팅 전투가 논타겟팅보다 손맛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부순 사례였다. 뒤잡기와 카운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개하는 스킬 콤보 등 좋은 액션이 가져야 하는 미덕을 모두 극한으로 소화했다. 이펙트와 사운드 등 타격감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최대한으로 다듬어 지금까지 액션의 교본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오랜 시간 PC MMORPG 출시작 없이 모바일에 집중하면서, 키보드나 패드 조작에 걸맞는 전투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TL' 초기 전투는 모바일 환경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다수 존재했다. 

짧은 시간 동안 변화가 가능했다는 것은, 아직 엔씨 내부에 개발 역량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획 방향성과 근본 콘텐츠 재미가 정비된다면, TL이 엔씨 브랜드를 향한 기대를 충족하는 플래그십이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스타 TL 시연 무대에서 눈에 띈 콘텐츠는 '타이달의 탑'이다. 1인 던전으로 각 층을 돌파하며 모두 다른 기믹을 가진 보스와 겨룬다. 시연은 11층과 18층이 공개됐는데, 각자 미로를 탈출하거나 불길을 회피하는 등 선명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재미있는 보스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는 과거 '블소'의 대표 실력 콘텐츠인 '무신의 탑'을 떠올리게 한다. 무신의 탑 역시 인스턴스 1인 던전이었고, 블소를 상징하는 컨트롤 실력 콘텐츠다. 육손과 소양상 등 네임드 보스가 큰 명성을 떨쳤고, 보상도 좋지만 순수한 재미로 인해 수많은 유저가 도전을 반복해왔다. 

엔씨가 가장 액션이 빛났던 시절을 참고하고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6인 파티 인스턴스 던전 '샤이칼'이나 길드 레이드 보스 '테벤트'도 패턴 반응과 유저간 유기적인 움직임이 중시되는 모습이다. 저항 없이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기본부터 바꾸려 한 개발진의 자세도 좋은 평가를 줄 만하다. 

엔씨가 11년 만에 세상에 내보내는 PC MMORPG다. 엔씨 창립 역사에서 가장 큰 무게감을 가지는 장르다. 많은 역경을 뚫고 '플래그십 타이틀'이라는 소개에 걸맞는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까. 12월 7일을 향해 수많은 호기심이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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