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스타에 모바일 버전 선보이고 개발 중단 아픔도
넥슨의 부진과 체질 개선 사이, 리틀과 빅 사이에서 태어난 '데이브'

[게임플] 넥슨과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는 이제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데이브’의 성공을 두고 “넥슨이 만들었다고?”라고 되물을 정도로 어색한 사이였다.

메타 크리틱 머스트 플레이 배지, 골든 조이 스틱 어워드(GJA) 올해의 PC 게임 후보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데이브’의 첫 등장은 2018년 지스타로 4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지스타에 처음 등장한 ‘데이브’는 네셔널지오그래픽과의 협업을 통한 면밀한 고증, 2D와 3D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된 해양 어드벤처 모바일 게임을 표방했다. 대부분은 아직 지니고 있는 정체성이지만 당시 넥슨에 의해 소개된 ‘데이브’의 주요 기획 의도는 해양 생태계 문제에 경각심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그대로 개발이 진행됐다면 모르긴 몰라도 다른 모습의 ‘데이브’를 만날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2019년 대내외적으로 시끄러웠던 넥슨에 의해 ‘데이브’의 운명이 바뀌었다.

2018 지스타에서 선보인 모바일 버전의 '데이브 더 다이버'
2018 지스타에서 선보인 모바일 버전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넥슨이 2018년 연결 기준 매출 2조 5천억 원, 영업이익은 9,80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경신 기록을 세우는 가운데 넥슨코리아는 영업 손실 128억 2,157만 원, 당기 순손실 518억 4,565만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적자 전환을 맞이했다.

2019년 초 넥슨 매각설이 돌았고 실제 협상이 이뤄졌지만, 6월에 이르러 매각은 무산됐다. 업계는 이 시기부터 넥슨의 체질 개선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넥슨에서 진행 중이던 여러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스튜디오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과정에서 ‘데이브’를 개발하던 네오플 산하 스튜디오 42 역시 사라졌다. ’데이브’가 당시 많은 프로젝트 중 정리해고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코로나로 시끄러웠던 2020년 넥슨은 내부적으로는 숨을 죽이며 안정을 꾀했다. 넥슨 코리아는 2021년 2월 감사보고서에 매출액 2조 1,554억 원, 영업이익 6,343억 원을 써서 냈다. 거짓말같이 회복한 넥슨 코리아는 신규개발본부를 설립하고 세 자릿수 채용 실시, 안팎으로 ’빅 앤 리틀‘ 전략을 소개하며 쇄신에 나섰다. 이때 리틀 전략에 ‘프로젝트 DR(데이브)’이 포함됐다.

2022년 5월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게임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을 출범, 이때 함께 ‘데이브’도 세상에 나왔다. 4년 만에 세상에 나온 ‘데이브’는 게임 안에서도 물 밖에 머무는 시도를 했다. 해양 탐험과 타이쿤이 절묘하게 조합됐으며 로그라이크와 2D 아케이드 요소도 함께 강조됐다. 유려한 도트 그래픽과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매력도 빼놓을 수는 없다.

같은 해 7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20분가량의 데모 플레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 유저까지 사로잡았다. 당시 해외 유저 중 98%가 게임에 대한 만족 답변을 남겼고 플레이 최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8점을 기록했다. 해외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순간이 됐다.

얼리액세스는 호평 일색이었다. 열흘 만에 스팀 글로벌 인기 순위 1위를 기록, 유저 평가 ‘압도적 긍정적’을 받았다. 이후 정식 출시부터 지금까지 ‘데이브’는 스팀 유저 평가가 하락하지 않았다.

2019년 정리해고의 대상이었던 ‘데이브’는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고 2023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명작이 쏟아지는 올해 ‘데이브’가 보여준 ‘폼’은 체구만큼 인상적이다. “정말 네 부모님이 저 사람이 맞냐?”와 같은 질문을 받던 ‘데이브’는 이제 당당한 넥슨의 대표 IP가 됐다.

2018년 모바일 버전의 ‘데이브’를 선보인 황재호 디렉터는 5년이 흘러 스위치 출시까지 마쳤지만, 재미있는 게임, 재미있는 '데이브'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유저들이 원치 않을 때까지 게임의 업데이트를 이어 나가겠다며 '데이브'와 유저들에 대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런 민트로켓의 게임에 대한 진심은 넥슨을 향한 유저의 시선을 바꿨다. 과거 넥슨 신규개발본부 김대훤 부사장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유저들에게 "넥슨은 뭔가를 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고 당시에는 외면 받았다.

'데이브'의 성공만으로 넥슨의 전략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넥슨이 선보이거나 테스트 중인 신작들의 추이는 심상치 않다. 유저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민트로켓은 차기작으로 익스트랙션 장르와 잠입 액션을 뒤섞은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연내 공개 알파 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도 넥슨의 전략이 세계를 향해 통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