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통해 얻는 '인간성'... 'P' 정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
인형과 카커스 움직이게 하는 물질 '에르고', '자아'와 유사해

[게임플] “꼭 엔딩의 끝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엄청난, 또 충격적인 반전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지난 2일, 네오위즈가 개발 중인 액션 RPG ‘P의 거짓’의 골드행(行)을 기념해 일본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지원 PD가 남긴 말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P의 거짓 개발에 있어 전투만큼이나 게임의 이야기 측면에서도 심혈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P의 거짓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피노키오’를 원작으로, 이를 성인 잔혹 동화의 모습으로 풀어낸 게임이다. 마치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시리즈처럼, 잘 알려진 이야기로 유저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 동시에 이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해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P의 거짓은 피노키오 동화를 어떻게 비틀어 유저들에게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려는 것일까. 지난 6월 공개된 데모 플레이와 함께 현재까지 공개된 트레일러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P의 거짓 속 반전의 요소들을 분석했다.

가장 먼저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게임의 주인공 ‘P’의 정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최지원 PD는 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P에 대해 “인형이지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작중 인형들은 본래 거짓말을 할 수 없지만 P만큼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 내에서 P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인간성’을 얻는다. 즉 거짓말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인간의 ‘본질’이다. 이는 곧 원작과 동일하게 P의 거짓 역시 주인공 P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게임 오버 화면 속 문구는 다소 의미심장하다. P의 거짓은 게임 오버 화면을 통해 ‘거짓말 또는 죽음(LIE OR DIE)’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묻는다. 얼핏 보면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 같지만, 사실 거짓말과 죽음 모두 인형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원작의 내용대로 P는 인간이 되어가는 인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P는 모종의 이유로 인간성을 상실한 채 신체의 일부가 기계로 대체된, 인형 같은 인간일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두 번째는 작중 등장하는 푸른 빛을 띠는 물질 ‘에르고(Ergo)’다. 에르고는 P의 거짓의 배경인 ‘크라트’에서 발견된 물질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보유한 동력원이다. 크라트는 이 에르고를 바탕으로 놀라운 과학적 발전을 이룩했다. P의 창조자이자 아버지인 ‘제페토’는 에르고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인형을 만들어 냈으며, P 역시 에르고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에르고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크라트 전역에 퍼진 에르고는 ‘화석병’이라 불리는 병을 유발해 시민들을 기괴한 형태로 변이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동인형들까지 폭주하여 살아남은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때 번영했던 크라트는 붉은 피와 불길에 뒤덮여 그 모습을 잃었다.

지난 2월 공개된 트레일러에선 쓰러진 인형들에게 깃들어 있던 에르고를 모으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사이먼 매너스(Simon Manus)’, 영지주의의 마법사 ‘시몬 마구스(Simon Magus)’를 연상시키는 그는 에르고를 “자격 있는 자에게 주어질 축복이요,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라 설명한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다스리는 세계를 만들고자 한다.

이어 2일 공개된 ‘로렌치니 아케이드’ 게임플레이 영상에선 인형이 아닌 또 다른 존재가 P를 습격한다. 징그럽게 뒤틀린 외형, 곳곳에서 돋아난 촉수까지 앞선 트레일러에서 본 괴물과 유사하다. 최지원 PD는 이를 ‘카커스(carcass)’라고 칭하는데, 이는 시체라는 의미다. 이들은 P를 공격해 그가 가진 에르고를 흡수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인형과 시체를 되살리고 움직이게 만들면서, 살아있는 인간을 죽음으로 내모는 에르고는 과연 무엇일까. 감히 추측해 보자면, 에르고는 일종의 ‘자아(Ego)’다. 에르고의 등장으로 인형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의지를 얻었으며, 반대로 인간은 자동인형에 의존해 그 의지를 잃자 무생물로 변했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매너스는 이들의 의지를 한데 모아 자신의 손(Manus는 라틴어로 ‘손’이라는 뜻이 있다)에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존재를 만들려는 자다.

물론 이 해석이 틀릴 수도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는 정보가 너무도 많고, 이 해석은 공개된 정보의 극히 일부분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 이토록 흥미로운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게임이 해석될 만한 여지를 다수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P의 거짓은 오는 16일 얼리 엑세스를 거쳐 19일 정식 출시된다. 이번 작품이 최지원 PD의 기대대로 엄청난 반전을 선사할지 많은 유저들의 관심과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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