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개선 요구 및 생성형 AI 활용 제한 주장하며 파업 진행
미국 배우조합 "게임 제작은 파업 대상 아니야" 제작 차질 없을 전망
[게임플] 세계 영화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한산하다. 미국 작가조합에 이어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들어가면서 대부분의 영화 촬영이 중단됐고, 영화의 개봉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 2일(현지 시각) 미국 작가조합(WAG)이 파업에 들어갔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시장이 종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열악해진 업계의 처우 때문이었다.
과거 TV가 드라마 상영의 중심이었던 시절 작품이 재방송될 때마다 지급됐던 재방료는 OTT 시대에 들어서면서 소액의 개런티로 대체됐다. 여기에 OTT의 등장으로 상영의 제약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업계에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자 작가들의 마감 기한은 짧아졌고, 시리즈는 시즌 단위로 분절되면서 작가들의 소득 역시 감소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 역시 이번 파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이번 파업으로 업계가 기존 작품들로 학습시킨 AI를 활용해 대본을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야기의 줄거리부터 세세한 설정까지 하나하나 빚어내는 ‘창작자’였던 작가들은 이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줄거리를 다듬는 ‘어시스턴트’로 전락했다.
이번 파업에 배우들도 합류했다. 14일(현지 시각) 약 16만 명의 배우들이 속한 미국 배우조합(SAG-AFTRA)도 함께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63년 만에 이뤄진 동반 파업에 한 때 ‘꿈의 공장’이라 불리던 할리우드의 열기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파업에 참여한 배우들 역시 생성형 AI 문제를 꼬집었다. 이들은 스크린 속 배우들의 노력이 담긴 장면 하나하나가 인류의 무궁한 영화 역사를 삼켜 몸을 불린 AI가 만들어 내는 ‘딥 페이크’로 얼마든 대체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실제로 드라마 ‘설국열차’의 배우 리나 홀(Lena Hall)이 드라마의 제작진이 AI를 학습시킨다는 목적을 숨기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요구했음을 폭로하면서 이들의 우려는 신빙성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을 바라보며 게임 업계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지금도 할리우드의 많은 배우들이 게임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먼 리더스’, ‘메즈 미켈슨’, ‘레아 세두’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데스 스트랜딩’의 페이셜 캡쳐에 참여했으며, ‘게리 올드만’과 ‘마크 해밀’은 각각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의 ‘빅토르 레즈노프’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의 ‘조커’ 성우로 참여했다. 이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모션 캡쳐 등 여러 방면에서 게임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배우조합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광고 또는 게임 제작은 파업의 대상이 아님”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데스 스트랜딩 2’ 등의 기대작들은 차질 없이 제작이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게임 원작 영화는 예외 없이 제작이 지연됐다. 오는 8월 8일 개봉 예정이었던 동명의 레이싱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란 투리스모’의 개봉 일정은 기약 없이 지연되었으며, 대전 격투 게임을 원작으로 한 ‘모탈 컴뱃’의 후속작은 촬영이 잠정 중단됐다.
이번 할리우드의 배우-작가 파업은 그 원인이 생성형 AI에 있다는 점에서 ‘AI 파업’이라 불리기도 한다. 생성형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재, 파업에 참여한 이들과 이들의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