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 재미, 스토리 3요소가 갖춰진 이상 당연한 결과

[게임플] 이 게임을 시작한 날은 2021년 2월, 일본 서버 출시일이었다.

목적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웃기고 재미있는 리뷰가 나올 것 같았다. 경주마를 의인화한다는 시대를 몇 세기 앞서간 발상, 경주마 대신 미소녀가 트랙을 질주하는 연출까지. 예능이 섞인 독특한 글을 쓰기 최적이었다. 몇 년을 밀리고 밀린 끝에 나왔으니 제대로 된 게임일 거라는 기대감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우마무스메는 변하지 않는 메인 게임이 됐다. 

압도적인 퀄리티와 계속 육성하고 싶어지는 재미가 거기에 있었다. 특히 원본 말들의 스토리를 찾기 위해 각종 번역글과 일본 웹을 뒤지는 순간부터는 빠져나올 수 없었다.

월정액 정도의 적은 과금으로, 웬만하면 쉬는 기간 없이 꾸준히 플레이했다. 반복되는 육성이 간혹 지치기도 했지만 매달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해 준비하고 달리는 성취감은 남달랐다. 한 달 동안 깎아낸 우마무스메들이 A그룹 결승 게이트를 박차고 나가는 순간 긴장감은 다른 모바일 게임에서 대체재가 없다.

결과로 한국 서버 출시 직전까지 A그룹 우승 한 번에 준우승 8회라는 눈물겨운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적어도 "많은 과금 없으면 PvP를 포기해야 한다"는 편견의 반례가 되기는 충분했다. 집단 '늦은 출발' 사태만 아니었으면 우승 두 번은 더 했을 것이다. 정말이다.

월정액 유저도 지난 5월 기준 이 정도 카드 풀은 나왔다
월정액 유저도 지난 5월 기준 이 정도 카드 풀은 나왔다

한국 서버가 출시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흥행은 확신했다. 다만 '미래시'가 있을 때의 육성 발전 속도와 초반 PvP 구도, 경쟁을 받아들이는 유저들의 분위기나 문화 차이가 미지의 영역이었다.

취재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스토리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라도 한국 서버로 옮길 필요는 있었다. 일본어는 짧은 실력으로 드문드문 해석하거나 번역본, 혹은 요약본을 뒤져봐야 했다. 직관적인 언어로 이야기 몰입에 차원이 다른 요건이었다.

다행히 카카오게임즈의 현지화는 만족스러웠다. 대사 번역은 물론이고, 뒷배경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깨알 같이 들어간 글자들까지도 모두 한국어 이미지로 교체된 정성이 돋보였다. 트레이너실 보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를 한국 서버 와서야 알았다.

이번에도 많은 과금은 아니었지만, 게임 흐름을 파악하고 있으니 결과물이 좋았다. 초기 비용으로 10만 원 정도 지불하고 스윕 토쇼 SR만 최대 상한으로 채웠는데, 매주 팀 레이스 한국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일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도, 운이 좋았다. 인자가 지나치게 잘 나왔다. 인자는 육성 우마무스메에게 물려줘서 확률적으로 스펙 향상이 가능하다. 좋은 인자를 얻는 것도 확률이다. 과금이든 무과금이든 모두가 공평하게 인게임 노력과 운으로 쟁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직 '본 게임'은 아닌 시기지만 어쨌든 순위 높으면 기분은 좋다
아직 '본 게임'은 아닌 시기지만 어쨌든 순위 높으면 기분은 좋다

우마무스메는 시간과 노력에 솔직한 게임이다. 뽑기 외에도 인게임 플레이 속에서 무수한 변수가 돌아가고, 거기에 얽힌 수많은 확률은 시행 횟수에 따라 결국 평균으로 수렴된다. 

일본 서버의 경우, 초창기부터 꾸준히 게임을 즐겨왔다면 현재 세 번째 시나리오 기준으로 누구든 UG 등급을 달성할 수 있다. 이벤트로 얻은 SSR 카드 풀도 큰 힘이 되며, 현 최고 성능의 SSR 카드들도 다수 최고 등급 한계돌파를 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점진적으로 한 장씩 쌓여가는 카드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으로 다가온다.

일본 서버에서 최초 리뷰를 쓸 때,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다. 지금 시점에서 우마무스메는 실제 그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콘솔 퀄리티에도 밀리지 않는 모델링과 모션, 광원 효과와 카메라 연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시켰다는 점은 충격적인 완성이라고 할 만하다.

빠르게 파워 9성 인자가 떠서 등록하자 갑자기 '인싸 체험'이 가능했다
빠르게 파워 9성 인자가 떠서 등록하자 갑자기 '인싸 체험'이 가능했다

초반에 퀄리티와 재미에서 느낀 충격을 오래 이어나가는 수단은 스토리다. 우마무스메는 원본 경주마의 기록을 단순히 차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외형과 걸음걸이, 말의 성격과 세부적인 경주 내용, 그밖에 별 것 아닌 에피소드까지도 세세하게 반영해 캐릭터화했다.

처음에 관심 없던 유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눈을 돌리게 되고, 게임 외 콘텐츠도 눈을 돌리면서 생각 이상으로 정교하게 연결된 콘텐츠에 빠져든다. 애니메이션 시즌2를 감상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보면서 "그럴 만했지"라고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되는 동질감이 있었다.

우마무스메 IP는 하나의 문화적 유니버스로 커진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일어난 열풍은 연재 중인 만화 '신데렐라 그레이'로 향하고, 신규 제작이 예고된 애니메이션도 흥행 여부를 의심할 필요가 없는 분위기다. 일본 현지에서는 우마무스메 콜라보 상품들도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 

거기에, 많은 유저들이 퀄리티에 놀랐던 게임 메인스토리 역시 업데이트가 될수록 더욱 발전한다. 일본 서버는 1부 최종장이 곧 완결된다. 최근 메인스토리 레이스 연출은 사실상 이 자체가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본 경주마를 잘 모른다"거나 "경마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이 우마무스메 흥행에 악재가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것이 스포츠 감성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계속된 부상을 딛고 극적인 우승을 따낸 토카이 테이오나, 정점에 오르는 순간 비극을 맞이한 사일런스 스즈카의 생애 등은 어떤 스포츠 종목을 치환해도 눈물이 날 만한 이야기다. 그밖에도 주연과 조연 할 것 없이 서로 다른 성격과 커리어를 가졌다. 누구든 조명하면 주인공 같은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 그들의 관계와 이벤트가 서로 교차되면서 또다른 캐릭터를 찾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우마무스메는 그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끌어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마무스메 중 사고뭉치는 몇 있지만 악역은 없다. 모두가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꿈과 우정을 등에 업고 나아간다. 박진감과 감동을 동시에 잡은 스포츠 판타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우마무스메 라이프는 앞으로도 국내에서 반복될 것 같다. 앞으로 추가될 우마무스메 중 스토리를 꼭 한국어로 읽어야 할 캐릭터가 많다. 특히 한국어로 빨리 만나고 싶은 육성 스토리는 어드마이어 베가와 아이네스 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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