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사양에서도 프레임 저하... CEO 연속 실언도 눈살
게임 자체는 시리즈 부활 견인할 수작, "향후 대응 중요"
글로벌 콘솔 게임계에 뜨거운 감자가 새로 등장했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개발하고 2K가 배급하는 '보더랜드4'가 주인공이다.
9월 12일 출시한 보더랜드4는 루트슈터 장르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보더랜드' 시리즈 최신작이다. 카이로스 행성을 무대로 네 명의 볼트 헌터 중 하나를 선택해 타임키퍼 교단에 맞서 싸우며, 역대 가장 깊고 다양한 스킬트리를 통해 자유로운 심리스 오픈월드 탐험이 가능하다.
보더랜드4가 현재 기록한 메타크리틱 리뷰 점수는 84점이다. 시리즈 최고작으로 인정받는 2편보다 낮지만, 3편(81점)에 비하면 확연히 오른 평가다. 다만 유저 스코어는 5.1에 머무르면서, 평단과 일반 유저의 반응이 확실히 엇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핵심 원인은 서구권 게임의 고질병이라고 불리는 최적화다. 현존 최고 사양인 RTX 5090 그래픽카드에서도 풀옵션 60프레임 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권장사양 RTX 3080에 최소사양 RTX 2070로 명시됐지만, 권장 이상의 스펙을 써도 상급 옵션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 최고 사양도 문제 터지는데... "유저가 타협해라" CEO 발언 연일 논란
이로 인해 구동 환경에 민감한 스팀 리뷰 반응도 좋지 않다. 16일 현재 2만 3천여 개 리뷰가 쌓인 가운데 평가는 '복합적'으로, 긍정률은 65%에 머물렀다. 특히 저사양 PC 구동에 민감한 중국이 38% 긍정률로 가장 낮았다.
실제 구동한 게임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사용 PC는 RX 9070 XT에 맞춘 사양으로 권장을 여유롭게 뛰어넘으나, 상급 옵션에서 프레임 드랍과 스터터링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시험삼아 중간 옵션으로 낮췄는데도 완벽하다고 하기 어려웠다. 퀘스트 수행 과정에서 버그도 어렵지 않게 겪을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리뷰가 더 빗발친 이유는 기어박스 CEO 랜디 피치포드의 반복된 실언도 한 몫을 한다. 피치포드는 자신의 X를 통해 "게임 최적화는 충분하니 이를 받아들이고 옵션을 타협한 뒤 DLSS를 이용해라", "낮은 사양 PC 유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유저 분노를 자극했다.
피치포드 CEO는 꾸준히 공격적인 발언으로 이목을 끈 인물이고, 보더랜드4 출시 전부터 또다시 조짐을 보였다. 80달러 가격 논쟁에 대해서도 "진정한 팬이라면 감내해야 한다"는 답변을 달면서, 가격 합리성을 떠나 팬덤을 향한 태도 문제가 추가로 불거지기도 했다.
■ 게임은 정말 괜찮아... "현지화 품질도 대만족"
위안이 되는 정보도 있다. 최적화 문제는 게임 진행 자체가 어려울 만큼 심각하진 않으며, 게임 퀄리티는 전작의 아쉬움을 덜어낼 만큼 준수하다는 것이다.
우선 전작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은 스토리 및 내러티브가 흥미롭게 바뀌었고, 가장 중요한 파밍 슈터 재미가 훌륭하다. 방대한 가능성을 가진 스킬트리가 다양한 무기 옵션과 조합되면서 꾸준히 탐험하고 성장할 동기를 준다. 획기적으로 좋아진 그래픽 퀄리티도 연출에서 큰 역할을 한다.
보더랜드2만큼 충격적인 즐거움과 신선한 형태를 취한 것은 아니지만, 2편과 또 다른 시스템으로 활로를 찾으면서 지속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언리얼 엔진5 기반으로 이 정도 그래픽을 올렸다면 최적화를 감안해도 합격선이라는 의견이 존재하는 이유다.
국내 유저 입장에서는 정성 들인 현지화도 만족을 더한다. 한국어 더빙 퀄리티가 주요 인물은 물론 지나가던 적들까지 매우 높으며, 현실적인 비속어 연기도 자연스럽게 들어가 전투 몰입감을 크게 끌어올린다.
사후지원을 통해 최적화만 잡는다면 근본 루트슈터 시리즈로서 가치를 충분히 하는 게임이다. 다만, 미숙한 대응이 출시 초기부터 구매 의지를 꺾는 것도 사실이다. 빠른 최적화 패치와 추가 대응으로 분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을까. 기어박스의 향후 움직임이 최종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인다.
